인간을 위해 태어난 예술은 태양의 뜨거운 빛과 행성을 끌어당기는 듯한 구심력을 갖고 있다. 이런 우주의 힘 같은 예술이 심장에 닿을 때 얼어붙은 마음의 문이 열리는 신기한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예술이란 살아가는 방식이다. 감정이 몰입되고 힘들 때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또한 삶에 도움을 주고 자아를 발견하게 하며 계속 새롭게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환경이나 시대 흐름, 사회 현상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인문학적 지식 습득을 통해 내면적인 생각과 가치 판단으로 개개인의 본질을 성찰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사각’ 주제로 천착하며 진정한 행복을 논하다
원상호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화가이자 조형예술가로 활동 중인 원상호 작가는 ‘사각’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이에 대해 원상호 작가는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는 현실과 미래라는 이상과 꿈속의 확장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틀 안에 있다. 간직하고 있는 행복과 행복하려는 마음과 함께 늘 그곳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날 우리의 대부분에 일상을 사각으로 된 문명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각이라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때로는 그것들이 너무 익숙해져 마치 그것들과 동화되어 있어 한 몸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 원상호 작가

원상호 작가가 수행하는 작업의 표면적인 모습은 사각형으로 형성된 현대인의 모습을 캐릭터 또는 도형과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원 작가를 통해 바라보는 사각이라는 틀 속의 현대인을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익살스런 모습은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 또는 물건들이 시대적 자화상을 나타낸다. 새장 속의 새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어느 쪽이 더 행복 앞에 다가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다. 매일 제공되는 먹이와 주변에 위협에서 벗어나 보호 받을 수 있는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장 속에 새가 더 행복할 것이고, 주어진 본능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자연 속의 새가 더 행복할 것이다. 이것은 행복이 절대가치가 아닌 관점과 상황 속에서 변하기 때문이다. 원상호 작가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누리며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가?’ 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원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사각 공간’이라는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사회가 반영된 현대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구성된 화면 안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 가며 보여주고 있다.

원상호 작가는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각도형들 틈에서 익숙해졌고 답답해 숨 막혀 하는 우리들이지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틀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즐길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면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움에 의한 행복의 가치보다 더 빛나는 즐거움과 행복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창작자와 창작품 향유자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다
지금까지 <네모놀다>를 비롯한 열네 번의 개인전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열린 그룹전, 아트페어에서 뛰어난 재능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상호 작가. 그는 10여 년 전 서울 경희대학교 앞에 아트페어 시장을 다변화하고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8 Street Coffee’(카페 8번가)를 오픈했다. 아트페어 시장을 다변화하고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함이다.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살롱 문화를 21세기 테마 카페를 통해 새롭게 구현한 카페 8번가는 창작자와 창작품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창작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지하에는 음악공연 또는 세미나를 위한 소통공간으로 대관하고, 카페에는 그림을 전시한다.
2층에는 원상호 작가의 개인 작업공간으로 이곳에서 원 작가는 그림을 그리거나 틈틈이 목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카페를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는 전시 홍보용 배너를 제작하고 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며 소개한다. 원 작가는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화가들을 위해 작가들이 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기획안을 검토 후 2주간 무료로 전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현재 8번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의 대부분도 신진작가들의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 2020(PLAS) 아트페어에서 아티스트 4명의 열정이 담긴 8번가 갤러리 부스를 설치하고 작품을 전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원상호 작가는 “유명한 명화전시나 유명 가수의 공연은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관람을 하지만 상시로 개방되는 무료 갤러리는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카페와 갤러리를 접목시킨 것도 커피 한 잔 즐기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그림도 보고, 공연도 볼 수 있도록 대중문화가 아닌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혹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왔다가, 머리를 식힐 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