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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日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배상’ 입장 공식화
판결금 지급 재원은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 위주로 조성될 듯
2023년 02월 02일 (목) 19:38:2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외교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에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밝혔다. 판결금 지급 재원은 한국의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 위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장정미 기자 haiyap@

그러나 일본 전범기업들이 배상에 참여하지 않고, 일본의 사죄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에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해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월 12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 발제를 통해 그동안의 검토 경과를 공개했다.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판결금 받는 것 문제없어
지난 1월 12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종합토론에서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냐 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우선 판결금을 받으실 수 있다, 받으셔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정부로서는 반드시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 분들께 직접 찾아뵙고 수령 의사를 묻고, 충실히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피해자측이 참석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서 외교부가 한일 기업의 기부만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갚는 해법안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민정 국장은 “순수하게 법적 측면에서 볼 때, 민사사건으로서 채권·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이 판결금은 법정 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검토되었다”며 “바꿔 말하면, 우리 피해자 분들이 판결금을 제3자로부터 받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판결금 지급 범위 및 주체에 대해 “현재 계류 중인 소송도 우리 원고가 승소하는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지급)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고들이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지급받게 된다면, 그 지급 주체와 관련해서는 현존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새로운 재단이나 혹은 기금을 설립하는 데 추가적인 작업이 드는 비용과 절차, 시간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주체로서 의견수렴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호응에 대해선 “양국 간 입장이 대립된 상황에서 피고 기업의 판결금 지급을 이끌어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점을 민관협의회 참석자 분들을 비롯해서 피해자 측에서도 알고 계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국장은 “일본의 사과 주체와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나 개별 기업 차원의 역사적 사실 인정이라든지, 책임 인정 혹은 과거 담화와 한일간 선언에서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재확인한다든지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며 “이러한 점에서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확정 판결 문제의 해결이 강제징용 문제 전체의 해결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피해자 분들이 재단 등을 통해 판결금을 받으시더라도 실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대의를 금전으로 치환했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어떠한 해법도 피해자분들께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간 노력해 오신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기억과 추모, 연구, 그리고 중요한 인권문제로서의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 국장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현행 지원도 보다 내실화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지향적 활동을 주요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는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억측을 피하기 위해서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보다 충실한 설명과 노력을 배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측 “본질 호도하는 왜곡된 프레임”
정부가 공식화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전범 기업들의 배상 참여가 빠진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본질을 호도하는 왜곡된 프레임”이라며 “일본 측의 사과는 사실 인정·유감 표시가 아니라 일본 측 (기존) 담화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정부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더 거쳐야 한다”면서 “피해자 측이 반대하는 안을 굳이 신속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한국이 먼저 (기금에) 출연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대하겠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일본 책임 면책해 주는 것 아닌지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청중이 찾은 이번 토론회는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박홍규 고려대 교수가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 같은 것에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항의가 빗발쳤다. 방청석에서는 “매국노” “친일파” 등 고성이 터져 나왔고,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단체 대표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들이 모여 있는 토론회 같다”고 비난했다. 좌장을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더는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며 서둘러 마무리했다. 감정이 더욱 격해진 일부 청중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몸싸움까지 벌이려고 하다가 제지당했다. 피해자 측 임 변호사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요식 행위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지원단체 측도 “피해자들이 줄곧 염원한 진정한 사죄는 온데간데없고 애꿎은 우리 기업에게 배상금 부담만 강요한 것이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은 ‘일본 전범 기업이 중대한 인권침해 가해자로서 져야 할 법적 책임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 판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대일 배상청구권 수혜를 입은 우리 기업(14개 기업 추정)이 사회적·도의적 책임으로 대신 부담케 하자는 것이다. 서로 다른 책임을 뒤섞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진정한 사죄’라는 본질을 완전히 뒤틀어버린 것이다”고 역설했다. 대법원이 2018년 11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원고 측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승소 판결한 것을 뒤집은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 대법원이 인정한 전범기업의 손해 배상 판결을 무시하는 행태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법주권’에 스스로 침을 뱉은 격이다”라고 분노했다. 또 “일본 정부가 그동안 주장한 ‘국제법에 어긋난다’,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검토하는 안대로 배상 문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전범기업 상대로 손해배상 소를 제기할 또 다른 피해자의 권리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죄를 받겠다’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사가 무시됐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피해자들은 가해 세력인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배상을 받아야겠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 문제는 일 제국주의와 전범기업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는 문제다. 오히려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청산하자는 것이 정부가 제안한 해법이다”라고 성토했다. “양국간 첨예한 과거사 문제를 단순히 배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로만 바라보는 천박한 역사적 인식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하는데 과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면서 “일개 시민단체도 교섭을 통해 전범기업의 사과와 배상 문제를 협의해 진전도 있었는데 정부가 방법이 없다고만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이 과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요구에 따라 16차례 교섭을 벌여 사과문 초안을 만들고 배상 의사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협상은 배상금의 성격과 방식이 피해자 측 의사와 동떨어져 결렬됐다. 정의기억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단체들도 1월 18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579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정부 배상안을 규탄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은 이미 실패했다”며 “피해자들을 무지하고 나약한 시혜의 대상 혹은 무시해도 될 존재로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짓밟는 한국 정부의 졸속·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계류 중인 소송도 판결금 지급 가능” 입장
지난 1월 17일, 외교부는 계류 중인 강제징용 소송도 추후 유사한 방식으로 판결금 지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고한 현안 자료를 통해 강제징용 해법 정부 검토 동향을 소개하고 “지급 주체는 재단으로 검토, 지급 범위는 당면 확정판결 3건을 우선 추진하되 계류 중인 소송도 추후 유사하게 진행 가능”이라고 밝혔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업무보고에서 1월 12일 진행된 강제징용 해법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와 관련해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는 한일 양국간 대화의 모멘텀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일본도 그간의 경직된 자세에서 탈피해 진지한 자세로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징용 문제는 여타 과거사 문제와는 달리 식민지배로부터 파생된 역사적 측면과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부터 발생한 채권·채무관계라는 법적인 측면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며 “피해자분들이 강제 집행을 통해 충분히 판결금을 받으실 수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정 채권인 판례금을 제3자로부터 받아도 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차관은 “민관협의회에서는 이러한 제3자 판결급 지급의 법리로써 제3자 대위변제, 중첩적 채무인수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며 “다만, 핵심인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 분들께 직접 찾아뵙고 수령 의사를 묻고 진실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지급범위 및 주체와 관련해선 “피해자 측은 일본에 사과 및 피고기업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개진하고 계신다”며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은 일본 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일본의 사과와 기업의 (기여) 필요성, 피해자의 동의 필요성을 지적해 주셨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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