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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回想) _ 홍진(弘鎭)아카이브 개관에 붙여
2023년 01월 06일 (금) 12:34:58 정재홍 webmaster@newsmaker.or.kr

정재홍의 끝글자 ‘홍’자와 김순진의 끝글자 ‘진’자를 모아 ‘홍진’이라 했고 두 사람이 평생  살아온 흔적들의 기록을 정리해서 전시한 기록관 즉 ‘홍진아카이브’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홍진아카이브 관장  정재홍

한 시대 한 공간을 공유하고 살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정재홍이란 한 남자와 김순진이란 한 여자가 만나 하늘의 뜻으로 혼을 맺는 인연을 지어 함께 자녀 낳아 키우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런 저런 지구 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서쪽 하늘이 붉어지며 여행의 종착역이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그간의 여행에서 맛보았던 소소한 편린들이지만 세월가면 모두 망각의 늪에 묻혀질  것이라는 허전함에 이제까지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닌  삶의 흔적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하나하나엔 지난날의 미련과 그리움이 배어 있어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적셔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들조차 영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냥 버리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간 나시면 한차례 들리셔서 옛 추억을 공유해 보심은 어떠실지요. 이 시대를 사시는  모든 분께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지난해에 아카이브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아키비스트라는 말도 배웠습니다. 제가 공부한 식품분야에서는 배우지 못한 용어입니다.
 
2022년 어느 봄날 방구석 낡아빠진 골판지 상자속에 먼지를 이고 쌓여 있던 것들 그리고 수북히 쌓인 앨범들을 쳐다보며 머지않아 불길 속에 태워지거나 고물상 특럭에 던져질  것을 생각해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나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집사람과 두 아들을 불러 상의한 결과 조그만 공간을 만들어 진열해 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집 창고를 수리하여 어두운 라면상자 속에서 천덕꾸러기로 구박받고  있던 것들을 꺼내 진열 해 보았습니다. 지난해에 배운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떠올라서 홍진아카이브라는 이름을 붙여 개인기록관 간판을 걸었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어서 널리 알릴 이유도 없어 오랜 기간 함께 소통해왔던 가까운 지인들 몇 분에게만 알려 개관축하를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그 후 며칠 안 되는 사이에  조금씩 소문을 듣고 방문해주신 분들은 한결같이 신선한 시도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제가 지니고 있는 것 중 놀랍다는 평을 들은 것은 70년을 끌고 다닌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졸업 시까지의 성적표와 상장들, 안사람이 두 아이를 배속에서 키울 때 기록했던 산모수첩과 병원에서  발급해준 출생증명서 그리고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쓴 일기장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받았던 500여 통의 손편지 등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시골 농부이셨고 저에게 공부하라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들 기록물을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셨던 분들이십니다. 그렇다면 7살 박이 초등학교 1학년생이 무슨 마음으로 자기 성적표를 보관하기 시작하였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70년 동안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끌고 다녔는지 본인이 생각해 보아도 신기한 일입니다. 아파트 문화가 확산 되면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면 웬만한 것은 모두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있는 지금으로서는 쓰레기로 처분해야 할 옛것을 끌고 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보관되고 있는 것 중 제가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는 것은 지인들로부터 받은 손편지들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카카오톡 같은 신속한 의사전달 도구로 SNS가 일반화되면서 며칠을 기다려서 받아야 하는 손편지는 거의 사라졌고 몇 줄의 축합된 단어와 이모티콘으로 우리의 생각을 전하고 있는 지금에서 보면 기다림과 그리움이 배어있는 엣날의 손편지들은 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날 전선에서 온 군사우편이나 그리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 편지들, 이 편지를 가져다주는
커다란 가방을 멘 우편배달부 아저씨. 그리고 그 편지가 담겨 있는 우체통은 우리에게 기대와  가슴 설렘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의 우체통에는 신용카드사에서 보내온 돈 사용리스트, 돈 내라는 각종 공과금 고지서 별로 참고가 안 되는 각종 홍보물 등 차가운 느낌의 인쇄물들뿐입니다. 

제가 만든 홍진아카이브가 보고 가신 분들께 옛 기록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줄 수 있다면 홍진아카이브의 존재이유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기왕이면 많은 분들이 방문해서 함께 옛 추억담을 나누어 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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