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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2023년 01월 06일 (금) 12:24:40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승부’는 옛말, 21세기는 공생 공멸이 있을 뿐  
                  
‘혹한’이라는 걸 몇 년 만에 느끼게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12월 중순에 영하 십몇도 쯤의 추위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그동안 겨울이 대체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11월까지만 해도 초겨울 기온치고는 따뜻했다. 고층 아파트에 모기가 나타날 정도였으니. 이젠 눈구경도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12월 추위가 찾아와 ‘고전적인 겨울’을 맛보게 된 것이다. 중부지방까지 꽤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완전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맹추위가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싫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오히려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지는 데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겨울을 잊고 사는 것 같았다. 털옷부터 방한화, 난방기구들까지 월동장비들이 판매대에 나왔다가 그대로 재고로 남겨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춥지 않아 다행’이 아니라, ‘춥지 않아 걱정’이라는 우려가 우리에게 잠재해 있었다. 지구의 생태질서가 파괴되는 증거인데다 여름 해충의 월동도 한층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가 얼마동안 찾아온다 해서 아주 안도할 일도 아니다. 의례적인 추위보다 더 강력한 추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요즘 유럽과 북미지역은 이미 예년보다 사나운 추위에 걱정이 태산이다. 영하 40~50℃의 혹한은 2천년대 들어 유럽 북미지역에서 이미 몇 번이나 나타났다. 20세기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뉴욕이나 워싱턴DC에서 일상이 중단될 정도의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몇 번이나 들었다. 주변 시골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캐나다 영국과 북구의 국가들도 이미 비상대기중이라 한다. 올해도 극소용돌이의 범위가 미국본토까지 내려와, 2014년 이래 8년만의 맹추위와 폭설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맹추위의 원인 중에 하나로 ‘극(極)소용돌이(polar vortex)’의 작용이 꼽힌다. 남극이나 북극 등 극지방에서는 대류권에서 성층권까지 공간에 강한 저기압 소용돌이가 형성되는데, 이 소용돌이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힘이 강해진다. 일 년 사철 지구 상공을 도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자전축인 북극과 남극 지역에 형성되는 소용돌이다. 본래 소용돌이 중심의 냉기는 빠르게 회전하는 제트기류에 의해 극을 중심으로 갇혀있게 마련인데,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지구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제트기류 사이의 경계가 약해져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새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혹한의 주된 이유라고 한다.

겨울에 추워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기상현상이지만, 대기 온난화에서 비롯되는 비정상적인 혹한, 폭설 등은 무심한 인류에게 또 한 번의 경고를 일깨운다. ‘정상적 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동은 무엇보다 ‘변칙적’이라는 점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춥고 더운 것은 늘 있던 일이지만, 추웠다 더웠다 하는 기온변화가 변칙적으로, 그리고 기습적으로 반복되면 그것에 대비하거나 적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11월만 하더라도 지구 북반구는 예년보다 따뜻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예년보다 월등 추운 12월이 된 것이다.

좀 다른 얘기를 보태자면, 대양을 항해하는 요트 여행자들이 하는 말이다. 바다에서 마주치는 폭풍이 해가 갈수록 잦고 거칠어져 항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땅위에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변화막측한 기상이 때때로 적응하기 어려운데, 바다나 오지에서 그 변화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우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21세기로 들어와서도 벌써 20년 넘는 시간이 흘러갔다. 인터넷은 전 지구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네트워크로 묶어주고 있다. 모든 정보와 지식은 인류로 하여금 후대를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사고는 20세기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자본주의와 기업중심 사고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민족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간 민족간 경쟁이 아니라, 급변하는 자연환경, 우주환경에 대하여 어떻게 협력하고 능동적으로 적응해나갈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경쟁’과 ‘승부’는 그 말 자체가 구시대의 산물이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시대가 아니라, 함께 살아남거나 함께 소멸하는 것, 이것이 21세기 패러다임의 예상되는 결말이다. 이 말을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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