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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2023년 01월 05일 (목) 22:18:51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예술가는 승화에 도달해 마음에 떠오른 수많은 환상을 예술로 표현, 새로운 현실을 전달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면, 환상의 세계에서 다시 승화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자유자재의 방법을 찾아낸 사람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가의 내면의 힘이 응축된 예술작품은 감상자의 마음에 전달되어 불안한 감정들을 승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품이 예술가와 감상자를 연결하는 감정의 승화라는 놀라운 기재는 예술이 인류문명과 함께 강력한 이유다.

현대적인 도자 작품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 구축
‘도예계의 이단아’라 일컬어지는 신상호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신상호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및 학장, 산업미술대학원장, (재)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역임했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지금까지 20여 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해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한국 산업미술가협회공모전 특성, 한국상공미술공모전 특선, 공간대전 도예상, 국무총리 표창, 홍조근조훈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그의 작품은 미국 시라큐즈 미술관과 클리브랜드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대영박물관, 캐나다 로얄온타리오 박물관, 벨기에 왕립 마리몬트 박물관, 일본 기후현 현대도예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대적인 도자 작품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신상호 작가는 ‘흙’이라는 소재를 통해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왔다.

▲ 신상호 작가

신상호 작가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흙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은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사용하는 물건 모두를 어우를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다”면서 “도예라는 게 얼핏 보면 쉽고 만만해 보이는데,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려운 것이 흙이다. 지금도 흙은 저에게 두려운 존재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신 작가의 분청은 옛 분청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재료와 기술을 끊임없이 접목하고 개발하여 과거 그리고 동시대 분청 표현과 차별화되는 독자적 표현을 성취해냈다. 그의 작품은 화면을 거침없이 종횡무진 질주하고 에두르는 스트로크를 통해 특유의 추상성과 긴장감,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초기에는 자연풍경, 동식물, 인간 등 구체적 형상을 재현하거나 인간, 말, 사슴 등을 입체로 제작해 ‘인간성 회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후기로 갈수록 기물이나 형상 모두 구체적 대상, 의도적인 메시지에서 벗어나 점, 선, 면 그리고 여백이라는 근원적 요소로 회귀함으로써 사람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전통의 재해석과 현대화를 중요한 숙제로 삼고 있는 한국 도예계에 교본이 되고 있다.

▲ Tree of life,Glazed ceramics,steel,2020

세계 최초의 건축 도자양식 클레이아크 고안
신상호 작가의 작업에는 형식도, 경계도 없다. 신 작가는 도예를 ‘자기 그릇’으로 이름을 알리며, ‘도자 조각’, ‘아프리카의 꿈(Dream of Africa)’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또한 흙과 도예가 ‘미래 예술의 새로운 주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게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신 작가는 자신이 직접 수집한 낡은 서랍장, 오래된 창틀과 같은 주변의 익숙한 기물을 본인의 도자 작업과 접합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흙으로 자연의 질감과 색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도예야말로 건축에 진정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자신한 그는 타일 형식의 도자를 사용한 건축양식(clayarch·클레이아크)와 타일보다 큰 도판에 그림을 그리고 고온에 소성시킨 ‘Fired Painting’(구운 그림)도 창안했다. 순수 회화작품에서 감지되는 붓의 느낌을 전하는 ‘파이어드 페인팅’은 곧 도자를 예술로 끌어올린 작가의 신세계다. 수작업으로 흙에 그려 1300도의 고온가마에서 구워낸 파이어드 페인팅은 타일처럼 붙이지 않고 알루미늄틀에 끼워넣는 방식이어서 옷을 갈아입듯이 건물을 바꿀 수가 있어 특허도 획득했다.

신 작가가 초대관장을 역임했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 도자 미술관으로, 2020년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2020 Asia Design Prize, 아디프)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 전시관인 돔하우스 외벽은 신 작가의 작품인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타일 5000여 장으로 마감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신상호 작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작업을 후배들과 같이 하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고 이끌어주고 싶다”면서 “열린 시각을 가지고 시야를 넓혀보면 도예만이 아니라 다양한 범주의 분야로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작가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수적이고 편협한 시각은 미래를 살아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창과 복식, 중국 고대 유물 등을 수집해온 신상호 작가는 자신의 수집품 6400여 점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작업실인 신상호 스튜디오와 작업실이 있는 토지 일체를 함께 기부하고자 현재 양주시와 협의 중이다. NM

▲ 묵시록, Glazed ceramic,steel,acrylis painting,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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