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때문에 새로움을 갈구하는 인간의 마음과 현실에 규칙대로 움직이는 삶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신조어가 탄생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윤담 기자 hyd@

우리들에게 소확행과 같은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술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경험을 통해 마음이 움직이게 만들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살롱 문화’를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카페 8번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앞에 소재한 ‘8 Street Coffee’(8번가)는 화가이자 조형예술가인 원상호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다. ‘사각’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원상호 작가는 지금까지 <네모놀다>를 비롯한 열네 번의 개인전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열린 그룹전, 아트페어에서 뛰어난 재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한 원 작가가 10여 년 전 카페 8번가를 오픈한 것은 아트페어 시장을 다변화하고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함이다. 원상호 작가는 “‘카페 8번가’는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살롱 문화를 21세기 테마 카페를 통해 새롭게 구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카페 운영 취지에 맞게 원 작가는 8번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카페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금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함으로써 창작자와 창작품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창작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 작가는 2층에 마련한 개인 작업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틈틈이 목공예 작품을 만들고, 지하층은 음악공연 또는 세미나를 위한 소통공간으로 대관하며. 카페에는 그림을 전시한다.

▲ 원상호 작가

특히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화가들을 위해 작가들이 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기획안을 검토 후 2주간 무료로 전시 장소를 제공한다. 덕분에 8번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이 대다수다. 특히 8번가 입구에 전시된 ‘꿈을 품은 고래’라는 커다란 조형물 고래 덕분에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 지하는 일명 ‘고래 뱃속’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원상호 작가는 “고래 뱃속에 걸린 작품들은 현재 모두 판매 중으로, 8번가는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을 누리는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8번가의 역할은 단순히 카페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가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난 2020년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 2020(PLAS) 아트페어에서 아티스트 4명의 열정이 담긴 8번가 갤러리 부스를 설치하고 작품을 전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원 작가는 “카페 8번가가 커피 한 잔 즐기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그림도 보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공간,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왔다가 머리를 식힐 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행복은 절대가치가 아닌 관점과 상황 속에서 변한다
활발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상호 작가는 사각형으로 형성된 현대인의 모습을 캐릭터 또는 도형과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에 대해 원 작가는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는 현실과 미래라는 이상과 꿈속의 확장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틀 안에 있다. 간직하고 있는 행복과 행복하려는 마음과 함께 늘 그곳에 있다”고 설명한다. ‘나’를 통해 바라보는 ‘사각’이라는 틀 속의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함으로써 그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간 또는 물건들이 시대적 자화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원 작가는 틀 속에 있으면서도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꿈을 꿀 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 속에서 새로움을 모색하거나 이상에 다가가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필요한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반문한다. 그는 “새장 속의 새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자.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며, 누가 더 행복하다고 누가 더 행복 앞에 다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을 쉽게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다”면서 “매일 제공되는 먹이와 주변에 위협에서 벗어나 보호 받을 수 있는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장 속에 새가 더 행복할 것이고, 주어진 본능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자연 속의 새가 더 행복할 것이다. 이것은 행복이 절대가치가 아닌 관점과 상황 속에서 변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결국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누리며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가?’ 라는 것이 중요하다. 원상호 작가는 “나의 작업은 ‘사각공간’이라는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사회가 반영된 현대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면서 “또한 구성된 화면 안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 가며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각도형들 틈에서 익숙해졌고 답답해 숨 막혀 하는 우리들이지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틀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즐길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면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움에 의한 행복의 가치보다 더 빛나는 즐거움과 행복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