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바버샵’이 핫하다. 이발소 같은 경우 남자머리를 잘라주는 전용공간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정체된 기술과 실력으로 인해 누가 가도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주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윤담 기자 hyd@

미용실의 경우 지나치게 여성과 친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랜드에 민감하면서도 남성 위주의 공간인 바버샵이 생기게 되자, 많은 남성들이 찾아와 새로운 스타일링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3500번 가위질의 섬세함이 완벽한 스타일을 만든다
찰스 바버샵 정철수 원장은 57년 경력의 이용기능장이다. ‘핫플레이스’인 홍대에 자리한 찰스 바버샵은 정통 이발소의 클래식 면모를 갖추고 고객의 두상과 취향, 트렌드를 고려해 정성껏 머리를 손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정철수 원장은 기존 이발소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일대일 스타일링과 면도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젊은 층은 물론 정·재계 유명인사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다. 정철수 찰스 바버샵 원장은 “미용실은 주로 여성 헤어스타일을 담당한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여성들의)긴 머리는 잘 자른다”면서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의 짧은 머리는 자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바버샵에서 자르는 것처럼 가위로 섬세한 표현이 어렵다. 바버샵에서만 할 수 있는 구르밍(쉐이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미의 마무리 표현도 안된다”고 말한다. 결국 정 원장이 말하는 바버샵과 미용실과의 차이는 커트 기술이다. 긴 머리와 짧은 머리를 자르는 방법론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 장철수 원장

찰스 바버샵만의 강점도 있다. 정철수 원장은 일명 ‘바리캉’이라고 불리는 클리퍼 대신 이발의 전 과정에 걸쳐 오로지 가위로 작업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에만 클리퍼를 곁들인다. 특히 일반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성인 남성 커트가 30분 이내로 끝나는데 비해 정 원장은 고객 한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데 보통 3500번의 가위질을 하다 보니 보통 1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뿐만 아니라 긴 머리와 짧은 머리용, 숱치기용 등 그가 사용하는 가위 종류만도 수십 가지에 달할 정도로, 그가 헤어 커트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가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 덕분에 고객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아, 계산하면서 다음 예약을 아예 잡고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 정철수 원장은 “혹자는 기계로 자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머리를 자르고 난 뒤 자연스러움은 가위로 하는 게 훨씬 더 낫다”면서 “사람마다 두상(머리 모양)이 다르니 가위로 작업하는 게 낫다. 나중에 머리가 자라도 중간 중간 삐죽삐죽 튀어나오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자라기 때문에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일 연구와 기술 연마 위해 피나는 노력 거듭
10대 시절 우연히 이발사 일을 도우며 업계에 발을 들인 정철수 원장은 국내 최고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스타일 개발과 기술 연마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과거에는 일본의 이용잡지를 몇 년간 정기구독하며 매달 새로운 스타일을 익히고 연구하는 것을 반복했고, 현재는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스타일 연구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업계의 젊은 후배들이 하는 바버시연행사도 직접 방문하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선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조선호텔 20년, 신라호텔 6년, 힐튼호텔 4년 등 국내 유수 호텔 이발소에서 근무했던 정 원장은 수많은 사회 저명인사를 단골손님으로 뒀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가 조선호텔에서 근무할 당시 단골손님으로, 정철수 원장의 솜씨가 마음에 들어 명절 때 그에게 선물을 챙겨줬을 정도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창업주인 故 이원만 회장부터 2대 故 이동찬 회장과 3대 이웅열 전 회장 그리고 이규호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4대에 걸쳐 정철수 원장에게 머리를 맡겼다. 이외에도 김무성 전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 정계 거물들은 정철수 원장에게 머리를 맡기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여전히 찰스 바버샵을 찾고 있다. 최근 이발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바버를 꿈꾸는 청년들의 문의가 증가하면서 정철수 원장은 후진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자 도제식 교육을 통해 바버를 양성하고 이용아카데미와 제휴해 자격증 과정을 운용할 예정이다. 정철수 원장은 “저의 이용기술을 잇겠다는 바버들과 협력해 전국 곳곳에 찰스 바버샵을 늘리며 이발소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며 “찰스 바버샵이 업계 발전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바버샵의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