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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숨 고르기 들어가나
대출금리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듯
2022년 12월 03일 (토) 10:09:19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올라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태희 기자 hth@

11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0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으며 이는 연준과 백악관에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4번 연속 밟으며 슈퍼 긴축을 해왔다.

美 CPI 상승률, 8개월 만에 8% 밑으로 떨어져
최근 물가 상승세가 완화됐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 가속 페달에서 서서히 발을 뗄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빅스텝) 가능성은 11월 9일(현지시간) 57%에서 하루 만에 81%로 급등했다. 반면 5연속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19%로 하락했다. 11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0월 물가 보고서가 연준의 12월 0.5% 포인트 금리 인상 계획을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고차(전월 대비 -2.4%)와 의류(전월 대비 -0.7%)는 이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도 계속 나아지는 추세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전략가인 시마 샤는 뉴욕타임스(NYT)에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기 전인 지난 2월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물가상승률 하락은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PI 발표 직후 진행한 연설에서 “오늘 발표된 CPI 데이터는 반가운 안도감”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CPI 지수가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도 CNBC방송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바심을 내며 파월의 피벗을 기다리고 있지만 조만간 그런 소식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며 “오늘 아침 시장의 열광은 다소 과도하다”고 경고했다. 미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1월 7.5%에서 6월 9.1%까지 올랐다. CPI 상승률이 8%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7.9%)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 효과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기준금리를 0.50%에서 4.00%로 3.50%p 인상했다. 지난 6월부터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다.

긴축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CPI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긴축 완화 기대감도 커졌다. 시장에선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연준이 빅스텝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 페드워치는 오는 12월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밝을 확률을 80.6%로 제시했다. 전날 전망치(56.8%)보다 23.8%p 올라갔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물가가 예상치를 밑돌며, 빠르게 둔화한 영향으로 12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0.50%p를 확증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최종금리 3.5%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물가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 3개월 이상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한미 금리 격차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국내요인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금융안정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상폭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4일, 이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기존과 동일한 3.5%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 금통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많이 나뉘었다”며 “최종금리를 3.5%로 본 위원이 3명이었고, 3.25%에서 멈춰야 한다는 위원이 1명, 3.5%를 넘어서 3.75%까지 올리는 것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 2명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3.5%로 퍼져있어 지난번과 같은 수준이지만 이번엔 국내외 변화 가능성 있기 때문에 유연성을 더 많이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번과 (3.5%라는) 최종금리 수준은 같아도 토의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종 금리에 도달한 뒤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기를 못 박기 어렵다”며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물가 수준이 저희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언제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의결문에서 밝혔는데, 당분간은 3개월 정도로 생각한다”며 “저희는 12월에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데, 다음 달(12월)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11월, 12월 (국내) 물가수준을 확인하면서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Fed의 결정이나 한미 금리 격차보다는 국내 요인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금리를 결정할 때 Fed가 우선된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며 “항상 우리 금리 정책은 국내 요인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는 추후 환율이나 한미 금리격차 리스크가 있더라도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나 물가를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단기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됐다”고 명시하며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부동산 관련 PF-ABCP 시장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할지, 선제적 정책이 필요할지 금융당국과 매번 논의하고 있는데 필요시 한은도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은의 유동성 공급에는 항상 원칙이 있다”며 “한은의 통화정책과 상충하지 않아야 하고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시장 금리보다 높게 제공해야 하며 담보를 통해 한은이 신용위험을 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유연성 높이기 위해 단기자금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금리인상으로 인해서 여러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면서도 추후 (고물가로 인한) 고통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을 했다”며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단 더 많이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낮아져서 걱정이지만 미국 성장률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다 어려울 때 우리만 별도로 높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 일어나는 문제의 대부분은 해외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1.7%로 지난 8월(2.1%)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건 “보수적으로 본 수치”라며 “(성장률 전망이) 낮아진 대부분 요인, 90% 이상이 주요국 성장률 하향 등 대외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1.3%로 낮아지고 하반기는 2.1% 정도로 돌아올 것”이라며 “중국이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이 풀리고 반도체 경기도 내년 3~4분기에는 다시 올라오지 않겠나, 세계 경제도 회복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내년 상반기 중 연 3.75%까지 높아질 듯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중에 연 3.7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1월 8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 금융 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국내 기준금리는 대외여건과 국내 물가 대응 필요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에 연 3.7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초 정점에 도달한 후 하반기 물가 안정화에 따라 점차 인하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반영되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 기준금리 경로에도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 수준을 기록한 후 내년 3.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지정학적 위험 등 대외 불확실성과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을 고려할 때 내년 물가 경로도 상방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환율은 1305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등으로 달러 강세가 완화하겠으나 현재 높은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로 연평균 환율이 1360원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정점이 지연되고 경상수지 악화가 이어지는 등 위험요인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은 추가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연구원은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 2.6%에서 내년 1.7%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4.5%, 내년 2.1%로 각각 전망했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일상 회복에 따른 경기 반등 모멘텀이 약화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라 성장·고용 둔화, 자산 가격 하락, 소비자 심리 둔화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설비투자는 높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2.9%, 내년에 3.0%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설비투자는 최신 기술 도입을 위한 투자 모멘텀 유지 경향으로 내년에도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총수출과 총수입 증가율은 올해 3.4%와 3.6%로 감소한 뒤 내년에 1.0%와 1.7%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올해 312억달러로 축소된 이후, 내년에 326억달러로 횡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5% 시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5%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지방은행이나 외국계은행에서는 연 5%대 금리의 정기예금이 출시됐지만,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에서 연 5%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은 없었다. 11월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우리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2개월 만기 상품이 연 5.18%의 금리를 제공했다. 이 상품은 시장금리 변동상품으로 특정 조건 없이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 금액은 100만 원 이상이다. 금리 인상기에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먼저 연 5%대 금리를 제공했으나 이날 오전 기준으로 금리가 연 4.98%로 다시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이날 기준 연 5%대 금리를 적용한다. ‘KB STAR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기준 연 5.01%의 금리를 제공하며, 가입 금액은 100만 원 이상이다. ‘NH올원e예금’은 12개월 만기 기준 연 5.1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 금액은 10만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이다. 이들 상품 역시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리를 변동시키는 상품이다. 이들 상품에 1억 원을 넣으면 1년에 이자 수익만 500만 원(세전)을 넘어선다.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도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0.3∼1.0%p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상승 기조에 따라 정부가 6년째 연 1.8%에 머물러 있는 청약저축금리도 올리기로 했다. 인상폭이 소폭에 그쳐 가입자들의 만족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 주택도시기금의 재무건전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11월 8일, 국토교통부는 시중금리와의 격차, 국민 편익, 기금의 재무건전성 등을 감안해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금리를 0.3%포인트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청약저축 금리는 현재 1.8%에서 2.1%로,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는 1.0%에서 1.3%로 각각 오른다. 기준금리가 3.0%로 급등하면서 최근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5%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약통장 이자율은 2016년 8월 이후 6년이 넘게 1.8%(2년 이상 예치 기준)로 고정돼 있어 이자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청약저축의 이자율을 기준금리에 연동해 산정하자고 통장 해지 시 이자율 근거를 법률로 명확히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문제는 이처럼 저축 이자율이 높아질 경우 주택도시기금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그만큼 서민들에게 제공되는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금은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임대주택 건설, 디딤돌 대출(구입), 버팀목 대출(전세) 등 주거복지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정부는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반 시중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이 1%포인트에서 많게는 2%포인트까지 되는데, 기금은 0.4%포인트로 운용하고 있어 대출금리는 그대로 두고 예금금리만 올리면 이번에 0.3%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도 올해 기금은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저축가입자가 약 2700만명이고 잔액이 100조원인데, (예금 금리) 1%포인트를 올리면 1조원이 더 필요하다”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 결국 신규대출자들에게 이자를 부담시켜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청약저축은 재테크를 위한 상품이라기보다는 자격유지를 위해 들어놓는 성격이 강해 소액을 꾸준히 납입하는 데 의의가 있는 만큼, 일반 예적금 상품과 단순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있다. 소액의 예금을 맡긴 가입자들을 위해 거액을 빌리는 대출자들에게 부담을 지울 순 없다는 것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금리 인상이 최근 기준금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청약저축 가입자 등의 편익 증진과 함께 기금 대출자의 이자 부담, 기금의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내년 초 금리 상황, 기금 수지 등을 봐 가며 조달·대출금리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8% 육박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은행권 대출금리가 1년 만에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이들의 이자 부담도 두 배 가까이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대출 금리 ‘정점’이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에 육박한 상황인데, 내년에도 한국은행과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감안하면 연 10%까지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28~7.80%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중순(6월 14일) 이들 은행의 변동형 대출 금리는 연 2.35~3.99%였는데, 1년5개월만에 상단 금리가 8%에 근접했다. 올 6월만해도 이들 은행의 금리는 연 3.69~5.63%으로 4%대 주택담보대출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4%대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급등했다. 4대 은행의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말 연 3.02~4.17%에서 지난 18일 6.14~7.46%로 올랐다. 1년 3개월 만에 하단 금리가 3%포인트(p)나 올랐다. 고신용자 신용대출 최저 금리가 6%대라는 건, 시장에 5%대 대출이 없다는 의미다. 은행 기준으로 고신용자는 의사 등 전문직 고객을 말한다.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돼 연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차주조차 매년 6%의 이자를 물고 대출을 받게 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직접적이었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기준금리를 2%p 올렸다. 지난 7월과 10월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치인 2%를 넘어 6%를 넘기는 등 인플레이션까지 가속화되자 한국은행 설립 이래 처음으로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 와중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시장금리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면서 ‘국고채’ 대우를 받았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의 부도로 채권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시장금리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자, 은행들이 은행채를 통해 시장의 자금을 쓸어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 준거 금리가 되는 신규코픽스는 올 1월 1.69%에서 11월 3.98%로 뛰었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인 비용을 가중평균한 수치로 수신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5%에 진입한 상태다.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가 되는 금융채 6개월물은 연초(1월 3일) 연 1.591%에서 11월 18일 4.645%로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내년 상반기엔 연 9%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연 10%에 도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과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급격히 경색된 채권시장 상황도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은행채가 자금시장 ‘블랙홀’이 되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수신 의존도가 종전 대비 높아진 상황이다. 예·적금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만큼, 코픽스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2금융권 유동성 애로 등을 이유로 은행권에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유의미한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모으고자 하는 자금의 규모를 먼저 정해두고 수신금리를 조정한다”며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아야 할 자금의 규모도 커진 만큼, 수신 금리를 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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