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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된 핼러윈, 이태원서 대규모 압사 참사 발생
서울시와 용산구의 안전대책 소홀로 피해 커져
2022년 12월 03일 (토) 10:01:2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할로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최악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앞서 이태원 일대에서는 할로윈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주말인 이날 밤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이태원로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휘봉으로 시민들을 통제했지만 인파가 너무 몰려 통제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요구
총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참사 24일 만에 처음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1월 22일 오전, 유족들은 서울 서초구 스탠다드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정부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영정사진도 위패도 없는 희생자 공동분향소를 설치한 바 있다. 이번 참사로 딸 민아 씨를 잃은 이종관 씨는 “딸은 방송통신대 컴퓨터학과에 재학하며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아이였다. 밤만 되면 딸이 문을 열고 올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이 참사와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인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당일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나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사 후 정부는 유족들의 모임을 구성하지도, 심리적 안정을 취할 공간을 확보하지도 않았다. 다른 유족들과 합동 봉안당을 만드는 것을 의논해보고 싶었는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유족 몇 분을 만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자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증명서를 들어 보이며 “사망 원인도, 장소도, 시간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아들을 떠나보낼 수가 있겠나.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지금도 새벽 다섯 시 삼십 분이면 어김없이 아들이 출근하려고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 새벽잠을 참아내며 노력하던 아들이 이젠 내 곁에 없고, 단축번호 3번에 저장된 아들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고 흐느꼈다. 민변은 TF를 구성한 이래 현재까지 희생자 34명의 유족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으며,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여섯 항목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정했다. 요구사항은 ▲ 진정한 사과 ▲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민변의 서채완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 매체는 대통령실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먼저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래야만 유가족들이 정당한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가 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 위한 신속한 수사와 진상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심리적 지원 호소한 학생만 1만명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1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중상 33명을 포함한 총 198명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주요 사망원인이 ‘외상성 질식사’라고 보고 있다. 밀집된 군중으로 인해 인파 사이나 장애물에 눌려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 각계 전문가들은 당시 현장에서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하지 못한 점, 심폐소생술(CPR)과 중증도를 판단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했던 점 등이 사망자 수를 키운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외상성 질식사 경우 중증도 및 사망 여부를 판단하기 더 어려웠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응급의료 지침 상 대규모 재난 사고가 일어나면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저산소성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질식 환자의 경우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난은 대규모 환자 발생으로 치료 수요에 비해 의료자원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박수현 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외상성 질식사는 특성 상 다른 외상과 달리 중증도 분류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망가능성이 높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젊은 연령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진료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송체계에 혼선이 빚어졌던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질식은 단 몇 분밖에 안 되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살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다. 이번 사고의 중증환자 사망 소식도 겨우 심장 리듬은 돌아왔지만 이미 뇌손상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고는 구조가 늦었고 어려웠기 때문에 의료진이 현장에 신속히 출동했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었다. 심정지가 없던 부상자만이라도 더 빠르게 분산돼 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대부분의 연령대가 10대~20대에 몰려 있는 가운데 학생 1만명 이상이 트라우마 등 심리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11일 교육부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이태원 참사 관련 점검 회의’를 열고, 학생심리지원 추진 및 지원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위(Wee)센터, 위(Wee) 클래스를 통해 직·간접인 사고의 경험으로 트라우마 등 심리적 지원을 호소한 학생은 1만1641명(1311건)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전문가 심층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경우 정신건강 전문의와 심리회복 상담을 연계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교육부 지정으로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및 위(Wee)닥터 사업이 추진 중이다. 위닥터는 정신과 전문의가 위기감이 높은 학생에 대해 원격으로 전문 상담 자문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특히 사상자가 발생한 46개 대학은 사고 발생 이후 167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원 현황을 점검하고, 심리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초중등 전문상담교사·전문상담사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심리지원 온라인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심리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12월 9일까지 집중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집단·개인상담 등 여러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심리·정서지원 서비스에 대한 안내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학생심리지원은 다각도로 추진하고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후속 지원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참사 당일 신고 접수 후에도 적절한 조치 없어
11월 1일 오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112에 첫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같은날 오후 10시 15분 소방에 첫 신고 전화가 접수되기 4시간여 전이다. 당시 신고자는 신고 위치를 ‘이태원 가는 길 해밀톤 호텔 골목 이마트 24’라며 정확히 사건이 발생한 지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고자는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줘야 할 것 같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이후에도 112에는 ‘인파가 많아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오후 10시부터는 100여건 이상 신고가 폭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매번 “출동하겠다”,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과장은 11월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후 6시부터 신고 1건이 접수된 건 맞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 신고 정도였다”며 변명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미흡한 대응으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31일 “할로윈은 주최가 없는 현상으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지난 27일 박희양 용산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고, 지자체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기에 관리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구청장이 올해 마련한 대책은 대부분 코로나19 방역, 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마약물 단속에 치중한 것으로 안전 대책에는 소홀했다. 심지어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민관합동회의’ 형태로 핼러윈 축제를 대비했으나, 올해는 용산구청 내 부서장 등이 참여하는 수준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아예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 별다른 특별대책을 세우거나 상황실을 가동하지 않았다. 시나 자치구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데, 서울시가 나서서 통제를 하는 것이 적당하냐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의 직접 주최 행사가 아니더라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거나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등이 개최될 경우 지하철 무정차 통과 및 차량 통제, 안전요원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다. 안전 매뉴얼이 없더라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위험이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위험이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무조항이 있다”며 “매뉴얼이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최자 없는 행사도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1월)3일부터 지역축제에 대한 정부합동점검도 실시한다”고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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