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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8개월 만에 남부 요충지 헤르손 탈환
러시아가 불법 편입했던 헤르손주 마을 40여 곳 차례로 수복
2022년 12월 03일 (토) 09:55:39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으로 점령당했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탈환했다. 지난 11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주요 정보국은 “우리 군이 도시에 진입 중”이라며 “헤르손이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로 돌아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 군이 헤르손에 근접했고 특수부대는 벌써 도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점령군의 위협과 억압에도 헤르손 주민들은 결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해방한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우리의 귀환을 기다리는 또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러시아군, 철군 명령 이틀 만에 헤르손에서 철수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은 “헤르손이 우크라이나 통제 아래로 돌아오고 있다”며 “우리 군이 도시에 진입 중”이라고 선포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우리 군이 헤르손 일부 지역에서 드니프로강 서안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헤르손주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개전 직후인 3월 초 러시아에 점령됐다. 러시아는 9월 말 강제 주민투표를 실시해 헤르손주를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등 다른 점령지와 함께 자국 영토로 불법 편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서방 무기를 앞세워 최근까지 헤르손주 마을 40여 곳을 차례로 수복했고, 기어이 헤르손 턱밑까지 다다랐다. 헤르손은 헤르손주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침없는 진격에 후퇴를 거듭하던 러시아군은 지난 11월 9일 공식적으로 철군 명령이 떨어진 지 이틀 만에 헤르손에서 빠져나와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옮겨갔다. 러시아군은 보급도 받지 못한 채 궁지에 몰렸다. 여기서 더 밀리면 크림반도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에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기회다. 다만 세르히 클란 헤르손주 행정 부수반은 “여전히 일부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헤르손에 머물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확보하는 동안 주민들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유리 삭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보좌관도 “우리 군은 러시아군의 함정을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진군하고 있다”며 “민간인으로 변장한 러시아 병사들은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축하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캄보디아로 향하는 도중 기내 브리핑에서 “러시아 점령지 중 한 곳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다시 꽂힌 것은 매우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 철군으로 오데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 다른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의 장기적 위협도 완화되는 등 더욱 폭넓은 전략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의 끈질기고 단합된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놀라운 집념과 기량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러시아군이 떠난 헤르손 인근 지역 창고에선 군복과 식량, 박격포탄 수백 발이 발견됐다. 이 포탄들은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뇌관까지 장전돼 있었다. 우크라이나군 공세에 밀린 러시아군이 미처 무기와 군수품을 챙길 여유도 없이 황급히 철수했다는 방증이다. 클란 헤르손주 부수반은 “러시아 병사 다수가 헤르손을 떠나려다 드니프로강에서 익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 총회, 러시아에 배상책임 물리는 결의안 채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리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지난 11월 14일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193개국 중 찬성 94표, 반대 14표로 가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심이 돼 추진한 이 결의안에 한국도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총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해당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각종 국제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불법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러시아가 이를 책임지고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일부 국가들이 유엔의 권한을 남용하고, 유엔을 마치 사법부처럼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결의안 내용은) 국제법상으로 불법이고, 무효”라고 반발했다.

한편 지난 11월 23일 유럽연합 의회(EP)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군이 현지 시민들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병원, 학교, 방공호 등 산업 기반 시설을 무너뜨린 것이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의회는 결의안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인 공격과 잔학행위를 벌이고,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기타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 인권법 위반을 자행하는 것은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같은 결의안은 법률적으로 강제할만한 후속 조치가 없어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회 조치를 환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세계를 향해 장기간 벌이는 중인 테러리즘 정책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모든 차원에서 고립시키고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의회에서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제출됐다. 지난 9월에는 상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실제 표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 중에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이 있다. 러시아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 한다.

G20,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규탄하는 공동선언문 채택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담에 참여한 정상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 규탄하고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지난 11월 16일,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몇몇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G20 공동선언이 발리에서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공동선언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어 올해 G20 공동선언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물밑에서 노력하면서 가능해졌다. FT는 "G20 정상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력한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선언에 동의했으며, 분쟁에 대한 깊은 분열로 인해 선언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고 전했다.

G20 정상들은 각국 외교관들이 작성한 16페이지 분량의 공동선언은 초안에서 아무런 변경 없이 동의했다고 3명의 관리들이 FT에 말했다.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해 ‘전쟁(war)’이라는 용어를 공동선언에 명시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뒤늦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동선언이 채택됐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이를 두고 FT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한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동선언문 내용을 보면 G20 회원국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고 그것이 엄청난 고통을 야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성장 억제, 인플레이션 증가, 공급망 교란, 에너지 및 식량 불안 고조, 금융 안정 위험 증가 등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게 주요 골자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또 “핵무기의 사용이나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으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 외교 및 대화가 중요하고, 오늘날의 시대는 전쟁의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성명서의 4번째 항목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이전 성명인 “오늘날의 시대는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를 반영한 것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비네이 콰트라 인도 외무장관은 “‘전쟁이 아닌 시대’라는 모디 총리의 메시지는 모든 대표단에 매우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서로 간의 (인식)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G20 정상들의 공동선언문에는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며, 러시아의 이웃 국가 영토에서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선언문에 ‘전쟁(war)’을 언급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특별 군사 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에 관여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공동선언 초안에 “현 (우크라전)상황과 제재에 대해 다른 견해와 다른 평가도 있다”고 명시한 만큼 최종 선언문에 러시아를 둘러싼 G20 회원국 간 분열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서방이 ‘많은 대표단이 러시아를 비난했다’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우리는 대안적인 견해도 제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 전 인도네시아를 먼저 떠났다. G20과 같은 국제적인 정상회의는 전통적으로 공동성명으로 막을 내린다. 가디언은 발리에 모인 지도자들의 성명이 ‘커뮤니크(communique·공식성명)’가 아니라 ‘선언(declaration)’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둘의 차이점은 공식성명(communique)은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반면, 선언(declaration)은 참석한 모든 국가가 동의할 수 없다는 암묵적 인정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리에서 지도자들이 채택한 공동선언에는 G20 회원국의 ‘다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문구에 동의한다는 이례적인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식성명(communique)이든 선언(declaration)이든 이러한 성명(statement)은 회원국에 구속력이 없지만 최대한의 동의를 얻도록 만들어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지난 11월 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태국 방콕에서 이틀간 열린 제29차 APEC 정상회의를 마치며 발표한 공동선언을 통해 “대다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며 인간에게 엄청난 고통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성장 저하, 인플레이션 심화, 공급망 붕괴,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 금융 안정 위험 고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명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제재를 둘러싸고 다른 시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상들은 “APEC이 안보 문제를 다루는 장은 아니지만, 우리는 안보 문제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정상들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촉진한다는 목표도 재확인했다. 이들은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무역체계를 유지하고 더욱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올해 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논의가 진전을 보인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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