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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동시성’이 주는 위안과 용기
2022년 11월 06일 (일) 10:50:08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역사를 보노라면 ‘동시성’이라는 말이 자주 생각난다. 물리학자들이 논쟁하는 정밀한 동시성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이 말을 떠올릴만한 유사성이 역사에서도 자주 엿보인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동양의학에서 손꼽는 역사 속 명의들의 활동시기와 서양의학의 역사적 명의들의 활동시기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겹치는 현상과 것.

고대로부터 간추려 보자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신의로 불린 편작(BC 401-310)의 시기는 그리스의 전설적인 명의 히포크라테스(BC 460-370)의 시기와 겹친다. 삼국지에도 나오는 후한시대 화타(145-208)나 장중경(AD 150-219)의 시기는 1300년이나 서양의학을 대표했다는 그리스인 갈레노스(129-199)의 시기와 겹치고, <본초강목> 이시진(明, 1518-1593)이나 <동의보감> 허준(조선, 1539-1615)의 활동 시기는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벨기에, 1514-1564)의 시기에 비견된다.

근대 이후에야 워낙 뛰어난 의사들이 많이 나왔으니 일일이 비교하기도 어렵지만, 중세 이전까지 역사책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대표적 명의들의 시기가 서로 연관성을 떠올리기도 어려운 지구 반대편에서 이렇게나 유사성을 가지고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은 신비롭지 않은가.
의학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에서 춘추전국의 다다한 제후국들이 각축을 벌이던 시절에 지중해에도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유사한 형태로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였고, 중국에서 한(漢)이라는 통일제국이 등장한 시기에 지중해에서도 통일제국 로마가 등장하였다. 공맹노장 등 동양철학의 대부분이 발아하여 구류십가(九流十家)의 학파를 형성하던 시기(BC 7~3세기)에 그리스에서도 탈레스 피타고라스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줄줄이 등장하여 여러 학파를 이루며 서양철학의 기초를 놓았다.

예술이나 기술, 정치 분야에서도 굳이 비교를 시작해본다면 많은 유사성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몰라서 그렇지 다른 대륙들에서도 이런 ‘동시성’은 유사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동시성 현상을 새삼 생각해보는 이유는, 그것이 묘하게 위안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광풍이 지나간 인간의 세계는 아직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것 같지 않다. 경제도 위축되고 정치적으로도 뭔가 모를 긴장이 상존한다. 마치 코로나가 경제나 정치나 문화 활동에까지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던져주고 간 것 같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도 위축된 데다 예전처럼 요란스럽게 놀러 다니며 먹고 마시고 노는 축제행사들도, 예전처럼 활발하진 못하다. 만일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더 비참한 기분이 들겠는가. 그런데 ‘다행히도(?)’ 이런 현상은 전 지구적이다. 어쩔 수 없이, 어쩌면 본능적으로, ‘나만이 그런 건 아니야’라는 이런 느낌이 적지 않게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활기를 되찾게 된다면, 우리 역시 활기를 되찾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그렇게 온 세계가, 인류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가 다 같이 활력을 되찾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개인들마다, 나라들마다, 편견 없는 지혜와 선량한 양심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겠지만 말이다.

고은 시인이 오래 전에 발표한 시 한 수를 함께 감상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 울지 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어디에서/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
(고은, ‘어떤 기쁨’ 전문)

외로워 말고 힘을 내자. 인간이라는 자존심, 문명인이라는 자각,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권리의식-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다하면서 지구의 평화와 건강 회복에 관심을 기울이자. 우리가 노력할 때 지구 반대편 곳곳에서도 (동시성의 원리에 따라) 우리처럼 힘을 내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가도 막 생각하고 있으리라는 사실이.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 이은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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