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끼리 쫓기듯 치른 ‘판에 박힌’ 장례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금의 염습과 완장, 영정과 삼베 수의가 예법에 맡기는 한 걸까. 불효자는 피하고 싶은 경황 없는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이쑤시개 하나도 돈으로 계산된’ 장례 청구서뿐이다.

황태일 기자 hti@

생의 마침표를 찍는 장례식. 누군가 사망하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 장례물품, 납골당(봉안당)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내받는다. 어렵게 계약을 한 뒤에는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삼일장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이때 상주는 조문객을 대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빈소를 방문한 사람들도 단 몇 분간 고인을 추모한다.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길 시간은 사실상 없다.

▲ 신성호 원장

일본의 식민통치로 우리의 장례문화 변질돼
신성호 건전한 장례문화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성호 원장은 일제강점기하에 유입된 왜곡된 장례문화를 확인하고 바른 장례문화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효도의 의미로 준비하는 수의에는 슬픈 역사가 숨어 있다. 삼베로 수의를 지어 고인에게 입히는 풍습은 일본강점기 1934년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을 발표하며 시작된 것이다. <의례준칙>은 일제가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 중 관혼상제와 같은 각종 의례를 대상으로 ‘구태가 의연하여 개선해야 한다’며 간소화하여 치르도록 한 것이다. 문헌에 따르면 <의례준칙> 발표 이전까지 우리는 ‘생전에 입던 옷 중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 관리는 관복을, 여성은 혼례복을 입는 식이었다. 수의 재료로는 주로 비단이나 명주 등이 쓰였다. 일본의 식민통치로 변질된 우리의 장례문화는 수의뿐만이 아니다. 유족 완장과 리본도 <의례준칙>에 따른 것이며 영정 주위 병풍을 세우던 문화는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꽃 장식과 조화로 바뀌었다. 특히 유족 완장의 경우 조선인들의 집회를 경계하고 독립운동가 등을 걸러내기 위한 의도였다는 분석이 많다.

신성호 건전한 장례문화원장은 “한국은 사람의 시신을 실어서 묘지까지 나르는 상여를 장식하는 종이꽃 수파련 말고는 생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면서 “정부가 우리나라에 맞는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위생적이며 청결하고 아름답고 건전한 장례예식이 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서라도 장례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방안으로 신 원장은 ▲장례식장은 영안실안치 냉장실은 빈소의 2배, 입관실은 6빈소당 1개, 빈소는 상주대기실과 분양소만 하며 접견실은 음식과 주류의 공급을 금지할 것 ▲부의금은 김영란법을 철저하게 지킬 것 ▲조화는 빈소 안에만 배치할 것 ▲상주 유족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식당을 마련할 것 ▲상주의 편의시설로 장의용품점과 남녀 상복점 운영 등을 제언했다. 아울러 화원 꽃장식 장의용품 중 하나인 수의 상복과 그에 따른 장의품은 상주의 뜻에 따라 선택하고, 장의버스 리무진, 시신 운구용 차량 또한 연락처만 알선해 상주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성호 원장은 “특히 장례식장은 시신 냉장실안치 입관실 입관이나 임대 분양실 임대(빈소) 대중음식점, 간이매점 장례식장은 상주에게 최대의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하며 절대 강매해서도 안 된다”면서 “또한 상주의 뜻에 따라 냉장실에 안치하고 입관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장실을 빈소 2배수로 하는 것은 무연고자의 증가와 간편한 장례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간편하고 엄숙한 장례문화 정착되어야
때로는 외래문화가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의 잔재인 줄도 모르고 전통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장례문화에 대해서는 이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성호 원장이 일제 36년의 습관을 버리고 우리 조상들의 건전한 장례문화를 되찾아 민족의 긍지와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신 원장은 “우리 조상들의 장례는 고인의 선덕을 베풀어 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일꾼들에게 밥과 술을 주었으며 지금의 장례는 조선총독부가 한국인은 대일본제국의 발아래 천민으로 여겨 만들어진 장례준칙”이라며 “더 이상 조문하신 분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조의금으로 장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하루속히 장례식장도 선진화되고 얻어먹는 관습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고인의 시신 놓고 장사하는 부조금 그만두고 간편하고 엄숙한 장례문화가 필요하다. 장례는 망자와 산 자가 이별하는 과정으로 망자가 본향으로 편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켜야 한다”면서 “여생을 힘닿는 대로 장례교육을 해서 많은 사람이 장례의 소중함을 깨닫고, 장례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40여 년 전부터 교회 경조팀에서 봉사하며 장례위원직을 역임하고 있는 신성호 원장은 지금까지 5천여 회에 걸쳐 장례식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교회진흥원과 함께, 장례지도학교를 개설, 선진화된 장례문화를 선도 및 장려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준비된 장례의 축복>, <죽음에서 천국까지의 섬김>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장례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중요 사례를 모아 집대성한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지침서>를 출간, 국내 목회부문 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