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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난 7월 이어 두 번째 빅스텝 단행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올라서
2022년 11월 05일 (토) 00:42:32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10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황태희 기자 hth@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5%대 고물가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인상에 나서면서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을 하게 됐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성장보다 물가와 환율 고려해 빅스텝 단행
한국은행의 이번 빅스텝 단행은 유로존 경기침체,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국내 성장 모멘텀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성장보다는 물가와 환율을 더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빅스텝을 단행해 환율 방어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8일 장중 1422.2원까지 올라가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본유출 우려에 따른 원화 약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서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 차이가 났던 미국(3.00∼3.2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연말에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 연준은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12월에도 0.5%포인트 올려 연말 금리가 4.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11월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1.0%포인트 벌어질 수 있다. 빅스텝을 밟지 않는다면 역전폭은 더 커진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였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물가 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금통위에서 “물가가 5~6%대의 높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5.6% 오르면서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더 내려오지 않고 있다.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다소 꺾였다. 반면 물가가 내년 초까지 5%대 물가가 지속될 수 있어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앞두고 난방수요가 커지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고, 환율도 더 오를 수 있어 10월 물가가 지난 7월보다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 10월 12일, 한은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빅스텝 여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리스크를 점검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 빅스텝을 밟은 것에 대해서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내년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보다 내려갈 수 있다”며 처음으로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금통위는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환율상승 리스크가 크다며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해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각 5.2%, 3.7%)에 대체로 부합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 금통위는 또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영향 받아 원·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장기시장금리는 큰 폭 상승했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도 급격히 증가할 듯
한국은행이 또 다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8월 이후 1년 2개월간 전체 가계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3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12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0.5%p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 평균 연간 이자는 32만7000원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2.50%p 올린 만큼 약 1년 2개월 만에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연 33조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164만원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출금리가 8%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 9월 말 이미 연 7%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선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연말 기준금리는 3.25~3.50%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11월 금통위에서 모두 50bp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말 한국의 기준금리가 3.50%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대출 거래를 늘린 다중채무자나 자영업자, 취약계층, 영끌·빚투족 등을 중심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MF총재,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 지지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를 지지했다. 또한 각국의 재정정책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일관적인 조치도 당부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지 못하면 성장 전망을 저해하게 된다”며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이 성장에 비용을 초래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충분히 조이지 않을 경우 금리가 더 높고 길게 유지되면서 성장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오전 공개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에도 나쁘지만, 전세계에도 파급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삐 풀린 기차가 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면서 “성장에도 나쁘고, 사람들에게 나쁘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나아가야함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재정정책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선 안 된다. 그럴 경우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경계했다. 통화정책과 발맞춰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는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복잡해진 이 시기에는 정책적 실수나 정책 의도에 대한 부실한 소통의 대가는 매우 높다”고 정책 실수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최근 영국발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 일관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도 재차 당부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연차총회를 기회로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와 ‘매우 건설적인’ 만남을 가졌다면서 “정책 일관성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영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재정 정책이 통화 정책을 약화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통화정책을 더 어렵게 만들고, 금리를 더 올리고 금융 상황을 긴축시켜야 할 필요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에 고통을 연장하지 말고, 일관성 있는 조치들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내년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7%까지 재차 하향한 것과 관련해 “세계경제전망에서 밝힌 대로 내년에 경제성장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2%로 낮아질 가능성이 25%”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과 실질 수입 감소로, 경제가 성장해도 많은 사람들은 경기침체처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앞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전 세계 경제 3분의1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올해 또는 내년 중 최소 2개 분기 연속 위축을 경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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