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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헤르손 지역서 전면철수 하나
패색 짙어지면서 핵도발 우려도 커져
2022년 11월 05일 (토) 00:37:51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부대를 총괄 통솔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합동군 총사령관이 점령지 중 핵심요충지인 헤르손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전면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수복하면 전황을 뒤집기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폭격기가 알래스카 상공 인근에 접근하는 등 핵도발 위협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종서 기자 jslee@

지난 10월 18일 수로비킨 사령관은 이날 현지배체인 로시야24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헤르손 상황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러시아군은 앞으로도 적시에 신중하게 행동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헤르손에서 추가 계획은 앞으로 전개될 군사상황에 달려있다”며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대신 병사를 아끼고 적을 막으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러 총사령관, 헤르손 지역 철수 가능성 시사
수로비킨 사령관이 밝힌 ‘어려운 결정’이란 표현은 헤르손 지역에서의 전면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헤르손 전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리면서 방어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헤르손주의 주도인 헤르손시는 보급로가 차단된 상황이며, 헤르손시 서부지역은 대부분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에서는 현재 전황이 지속되면 러시아군을 내년 여름까지 국경 밖으로 내몰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킬리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손실은 불가피하며 연말까지 우리는 상당한 지전을 이룰 수 있다. 헤르손도 이 승리에 포함되길 희망한다”며 “내년 여름쯤이면 우크라이나 국경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로 돌아갈 것”이라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지역은 물론 크림반도도 모두 수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핵도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전략폭격기인 투폴레프(TU)-95MS 2대가 태평양, 베링해, 오호츠크해 상에서 12시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 폭격기는 비행 도중 미국 알래스카의 방공식별구역(ADIZ)에도 접근해 미국이 F-16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저지하기도 했다. 해당 폭격기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폭격기다. 이번 출격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에 핵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기 위한 도발행위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어려움이 커진 러시아 정부가 휴전협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캐런 돈프리드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차관보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최근 몇주간 푸틴을 포함해 여러 러시아 당국자들이 협상에 관심이 있을수 있음을 시사했다”며 “다만 러시아는 말보다 행동으로 선의로 마주앉아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UN, ‘러, 우크라 병합 불법’ 결의안 채택
지난 10월 12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193개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이 결의안엔 러시아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를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병합 선언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찬성 143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가결됐다. 반대표는 러시아와 북한, 시리아, 니카라과, 벨라루스 등 5표에 그쳤다. 35개국은 기권했고, 10개국은 투표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결의안 채택 이후 성명을 내고 “세계가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무력으로 국경을 바꿀 수 없다. 우리와 유엔 총회는 불법적인 병합 시도도, 이웃의 토지를 무력으로 훔치는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이뤄진 주민투표는 합법일 뿐더러, 법적 효력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의안 채택 이후 러시아는 키이우에 또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키이우 행정당국은 10월 13일 새벽 텔레그램을 통해 “새벽부터 한 마을이 포격을 당했다. 현재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민간인 거주지가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키릴로 티모셴코 차장은 텔레그렘에서 “키이우의 주요 기반시설들에 카미카제(자폭) 드론을 동원한 또 다른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10일 키이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70일 만에 재개했으며, 이날까지 나흘 연속 포격을 지속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5일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점령지 합병에 대한 법률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9월 27일 점령지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종료 이후 8일, 조약 체결 후 5일 만에 러시아의 법적인 합병 절차가 마무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의회가 보낸 도네츠크,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지역 합병 관련 법률에 서명함으로써 점령지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지난 10월 2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조약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이튿날 하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전날에는 러시아 상원이 이들 점령지 합병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하면서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점령지가 지난 9월 23~27일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의 영토 합병을 결정하자, 같은 달 30일 크렘린궁에서 합병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번 합병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영토 수복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합병조약 체결 직후 동부 루한스크주로 향하는 요충지인 리만을 수복한 데 이어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드니프로 강을 따라 30㎞가량 전선을 돌파했다. 서방도 합병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합병한 점령지는 자국 영토로서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도 쓸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극해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핵실험 또는 핵무기 사용 관련 징후가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핵무기 사용 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UDCG, 우크라에 장기 군사지원 지속 의지 확인
지난 10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약 50개국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UDCG) 6차 회의가 개최됐다. 한국도 참여한 UDCG 회의에서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군사지원 지속 의지를 확인했다고 NHK는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근 전황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새로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전세를 바꾸고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수천 평방 킬로미터 영토를 탈환했다”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영토 상당 부분을 탈환하고 있고 이는 겨울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겨울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제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참여, 전장에서 필요한 무기 등을 협의했다고 NHK는 부연했다. 이와 맞물려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고 미국의소리(VOA)는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지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군의 공격 범위는 2월 침공 이후 가장 심각한 전쟁 격화이자, 우리의 안전을 위한 중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스틴 미 장관은 “러시아의 핵 태세 관련 변화의 징후를 주시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그것을 믿을 만한 어떤 지표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익명을 요구한 나토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의 ‘물리적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리는 “러시아는 나토와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핵 위협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등을 가리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주요 도시 십 수곳에서 사상자 수가 100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확전은 10월 8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크림대교가 공격받아 폭발하고 사망자가 발생한 데 따른 보복 공습으로 풀이된다. 주중 한때 우크라이나에서는 영토 전역에서 공습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나토는 연례 핵 억지력 훈련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실시했다. 나토 공군이 유럽에 있는 미국 핵폭탄을 사용한 훈련 비행을 실시하는 훈련으로, 실전 무기 없이 진행됐다.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훈련 취소는 매우 잘못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핵 억지력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라며 “나토의 군사력은 긴장 고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군 1만5000명 이상에 대한 본격 훈련에 나서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군사 지원도 2027년까지 100억∼120억 유로(약 13조8000억∼1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10월 9일 외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일부 격렬한 논쟁 끝에 조만간 EU 회원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을 개시하기로 했다. EU 외무장관들은 10월 중순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훈련기간은 우선 2년이며, 내년 겨울까지 일단 1만5000명을 훈련하기로 했다. 이후 훈련대상의 규모는 4만5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9월 서한을 통해 각각 5000명 규모의 여단 9곳에 대한 훈련을 요청한 바 있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공급과 훈련을 위한 군사 지원 규모도 향후 수개월간 대폭 늘린다는 목표 아래 현재 57억 규모(7조9000억원)인 유럽평화기금(EEF)을 2027년까지 100억∼200억 유로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투입한 액수는 26억 유로(3조6000억원)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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