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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칼럼] ‘오동잎’ ‘가을비 우산 속’의 가수, 최헌의 삶과 노래[1]
‘10주기 추모 콘서트’, 가수 최헌을 추억하다
2022년 10월 11일 (화) 12:43:32 박성서 webmaster@newsmaker.or.kr
▲ ‘최헌 10주기 추모음악회’ 포스터, 2022년 10월

‘오동잎’, ‘당신은 몰라’, 앵두’, ‘어찌합니까’, ‘가을비 우산 속’으로 1970, 80년 대한민국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가수 최헌(1950. 3. 12 ~ 2012. 9. 10)을 추모하고 그의 음악을 재평가하는 ‘최헌 10주기 추모음악회’가 동료, 선후배 음악인들에 의해 10월 8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가수 최헌의 타계 10주기에 맞춰 열리게 될 이 공연에는 미8군 시절부터 최헌과 함께 활동했던 가수 윤항기(키보이스, 키브라더스), 김홍탁(He5, He6)을 비롯해 그룹 데블스, 김진묵 밴드, 준(준시스터즈), 김광석(기타리스트), 김민홍(시인가수), 권인하(가수), 김흥국(가수)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생전에 고인과 가깝게 지냈던 동료, 선후배들이 출연, 최헌 음악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야기 초대손님으로는 그룹 He6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홍탁, 최헌의 매니저이자 그룹 ‘검은나비’ 멤버 이태현, 그리고 최헌이 발표한 노래 대부분을 편곡한 작곡가이자 그룹 검은나비에서 함께 활동한 김기표, 생전에 고인과 친했던 가수 김흥국 등이 출연한다. 공연 사회 및 토크쇼 진행은 필자가 맡는다.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노래 ‘오동잎’, ‘가을비 우산 속’...을 남긴 채, 이 가을에 떠난 가수 최헌의 삶과 노래, 그 첫 번째.

글 l 박성서(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터프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명품 보컬, 최헌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질 그 얼굴이/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디 갔나/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 흐름 속에/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봐야지/슬픔도 그리움도 나 혼자서 잊어야지/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디 갔나/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가을비 우산 속(이두형 작사, 백태기 작곡, 최헌 노래)’

한국인이 구사하기 쉽지 않은, 지독한 탁성이 매력인 최헌의 대표곡 ‘가을비 우산 속’이다. 걸출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파워 넘치는 가창력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70, 80년대 그룹사운드 붐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최헌은 ‘당신은 몰라(He6 1972, 검은나비 1974), ‘오동잎(1975)’, ‘앵두(1977)’, ‘구름 나그네(1977)’, ‘순아(1978)’ 그리고 번안곡 ‘카사블랑카(1983)’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70~80년대 록트로트 시대를 질주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최헌씨의 노래가 따라부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의 불가능해요. 허스키 보이스인데도 음역대는 한 키 정도가 높아요. 그게 최헌씨의 독특한 매력이죠.” 최헌 매니저이자 그룹 검은나비에서 함께 활동한 이태현씨의 말이다.

“허스키임에도 높은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목소리의 파워 또한 대단하죠. 그럼에도 절대 감정을 오버하지 않습니다. 최헌씨 보컬은 한마디로 명품 중에서도 명품이죠.” 그룹 히식스의 리더였던 김홍탁씨의 평이다.

“평소 모습도 남자답고 순수해요. 음악적으로 굉장히 겸손하시고...” ‘어찌합니까’의 작곡가인 동시에 그가 발표한 노래 대부분을 편곡한 작곡가 김기표씨의 말이다. 그는 또한 최헌과 그룹 ‘검은나비’, ‘호랑나비’, ‘불나비’ 등에서 함께 활동한 멤버.

술 좋아하고, 최고의 가수이기 이전에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가수 최헌. 소탈하고 인정 많던 최헌, 그의 삶과 노래를 따라가 본다.

▲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직후 기념사진(뒷줄 좌측이 최헌)과 ‘초원의 빛’이 수록된 He6 2집 음반, 1971년

대학시절 그룹 ‘차밍가이스’를 결성, 미8군 클럽 무대에 데뷔

1950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출생한 최헌은 명지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7년, 밴드 ‘차밍가이스(Charming Guys)’를 결성,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로 미8군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멤버는 보컬 최헌을 비롯해 윤원형(기타), 이성(드럼), 이남이(베이스 기타)로 구성된 4인조.

가수 최헌이 본격적으로 팬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1년, 그룹 '히식스(He6)'에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합류하면서부터. 6인조 그룹 ‘히식스(He6)’는 처음 5인조 '히파이브(He5)'로 출발해 ‘초원’, ‘초원의 사랑’, ‘물새의 노래’ 등을 히트시켰던 실력파 록밴드.

특히 당시 국내 그룹사운드의 붐을 촉진 시켰던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최대 축제인 ‘플레이보이컵 쟁탈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2회(1970년)와 3회(1971년) 대회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최정상의 그룹으로 군림했다. 최헌이 히식스에 합류한 건 1971년, 2회 대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He6 시절, ‘초원의 빛’ 히트

“멤버 중 김용중(기타)씨가 재즈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멤버를 찾는데, 가능하면 노래 잘 부르는 사람으로 뽑고 싶었죠. 평소 멤버들이 눈여겨 보았던 여러 그룹 중에서 다섯 명이 물망에 올랐는데, 멤버들과 상의한 끝에 두 명으로 압축시켰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최헌, 그리고 조용필씨였어요. 둘 다 무명 신인이던 시절이었죠. 최종적으로 최헌씨가 선정되었는데 아주 독특한 허스키에 높은음도 잘 올라가고, 상당히 매력적이었죠.” He6의 리더 김홍탁씨의 말이다.

최헌의 합류 이후 발표한 ‘He6 vol.2’ 음반에서 ‘초원의 빛’이 크게 히트한다. ‘초원의 빛’은 이른바 초원시리즈로 불리던 히식스의 빅 히트 넘버로 ‘초원’, ‘초원의 사랑’에 이어지는 노래다.

“당시 초원시리즈의 인기가 대단했죠. 이 노래들이 히트할 무렵 전국에 ‘초원’이라는 이름의 다방이 엄청 많이 생겨날 정도였으니까...” 김홍탁씨의 말이다.

‘초원에서 만나서 안녕하며 헤어진/사랑하는 내 님은 무얼 하고 있을까/그대 떠난 초원에 외로움이 쌓이고/낙엽 지는 초원에 그리움이 쌓이네/잊지 못할 내 사랑아 아--- 아--- 사랑하는 내 님아/아름답던 옛 추억 사라져간 내 사랑/초원의 빛이 되어 영원히 영원히. -초원의 빛(김정호 작사, 작곡, He6 노래)’

이 음반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노래가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원곡의 ‘I've Been Loving You Too Long’이다. 김홍탁 편곡에 소울풀한 최헌의 매력이 잘 표현된 노래다.

이 노래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김기표씨는 “이 노래 ‘I've Been Loving You Too Long’은 차밍가이스 시절부터 최헌 형이 즐겨 불렀던 무대 애창곡으로 이 노래를 열창할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관객들의 시선이 온통 헌이 형(최헌)에게만 쏠리니까 함께 무대에 선 이남이 형은 자신도 시선을 끌기 위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과장된 포즈로 연주하던 모습이 유독 잊혀지지 않아요”라며 당시 일화를 전한다.

김홍탁씨 또한 이 노래와 관련해 생각나는 일화가 많다. “최헌씨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또 가수 활동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성격이 그렇다 보니 무대에서도 대부분 가만히 선 채 노래를 부르는 편이죠. 한번은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하는데 ‘야, 무대에서 노래할 때 제스춰도 좀 쓰면서 뭔가 표현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잠시 뒤 최헌씨의 애창곡이죠. ‘I've Been Loving You Too Long’을 부르다가 갑자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손바닥으로 무대 바닥을 내려치면서 열창하는 거예요. 그런데 또 이게 대박이 났지요. 그때 관객들이 열광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히식스는 1972년, ‘아름다운 인형/당신은 몰라’ 음반을 발표한 후, 리더인 김홍탁씨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또 한 번의 해체를 맞는다.

▲ 최헌의 솔로 데뷔 음반 ‘가로등 불빛 아래’, 1973년

최헌, 조동진 작곡의 포크송 ‘가로등 불빛 아래’로 솔로 데뷔

He6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이 무렵 최헌은 솔로로 독립,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음반을 발표한다. 1973년에 발표한 이 음반은 조동진 작곡의 ‘가로등 불빛 아래’를 타이틀곡으로 한, 이연실과의 스필릿 음반으로 ‘가로등 불빛 아래’ 외에 조동진 작사, 작곡의 ‘해 떨어지기 전에’와 ‘들리지 않네’ 그리고 이장희 작사, 작곡의 ‘바람’ 등이 수록되어있다. 당시 포크 음악이 추구하던 서정성이 짙게 깔린 노래들이다.

비록 포크송으로 첫 솔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는 늘 그룹사운드 음악을 추구했다. 1984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최헌은, “통기타로 솔로 첫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그룹사운드의 진면목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며 “그룹의 활동이 단순히 춤추는 사람들의 발 박자를 맞춰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특유의 사운드로 개성을 보여줘야 하고, 현 가요계 또한 그러한 추세”라며 “이러한 그룹사운드의 경향에 맞춰 나 자신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음악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작곡가 김기표씨는 말한다.

“제가 한창 화성학 공부를 하던 시절이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오면 헌이 형이 그때마다 새롭게 배운 걸 가르쳐달라고 해요. 그래서 틈틈이 레슨을 했지요. 꽤 오랫동안 했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 많이 터득하셨고 때문에 음악이론도 많이 알고, 그러면서도 항상 겸손하셨죠.”

▲ ‘당신은 몰라’가 수록된 7인조 그룹 검은나비 음반들

7인조 그룹 ‘검은나비’ 결성, ‘당신은 몰라’ 대히트

1974년, 최헌은 7인조 그룹 ‘검은나비’를 결성한다. 검은 나비는 신중현이 이끌던 그룹 더 멘(The Men)과 히식스(He6)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다. ‘더 멘’의 손학래(색소폰, 오보에), 김기표(기타), 이태현(베이스), 문영배(드럼) 그리고 ‘히식스’의 최헌(리드 보컬), 김영균(보컬, 키보드), 김인섭(트럼펫)이 가세했다.

“검은 나비라는 그룹명은 작사가 지웅(본명 김유생) 선생님이 지어준 이름인데 처음엔 멤버들 모두 반대했어요. 무슨 범죄집단 이름 같다고... 그러나 막상 그룹이 뜨니까 강렬한 이미지가 오히려 괜찮더라고요.” 검은나비 창단 멤버 김기표 씨의 말이다.

이들이 발표한 첫 음반 ‘검은나비 1집(1974년)’에서 ‘당신은 몰라’가 크게 히트한다. 이 노래는 1971년에 임성훈(현 방송인)이 첫 발표한 이후 히식스 음반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1972년)’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그러나 검은나비가 리메이크, 발표하자마자 크게 히트한다.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공 최헌도 함께 주목받았다.

‘여기에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가슴에 기대어 수줍던 그 모습이/세월은 흘러서 당신은 떠나서/남겨진 마음엔 눈물이 흐르는데/아 당신은 이 마음 몰라/어두운 밤 지새는 이 마음/세월이 흐르면 당신은 잊을까/눈물이 마르면 당신이 잊혀질까. -당신은 몰라(강찬호 작사, 김홍탁 작곡, 김기표 편곡, 검은나비 노래)’

‘여기에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에서 ‘여기’는 술잔에 비친 그리운 얼굴을 표현한 것. 이 노래는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명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 최헌을 한순간 가요계 정상에 올려놓은 ‘오동잎(1975년)’과 ‘어찌합니까(1976년)’ 음반

 

대마초 파동과 함께 가요계 세대 교체...
최헌, ‘오동잎’ 발표하며 정상에 서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너의 마음 멀리 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오동잎(안치행 작사, 작곡, 최헌 노래)’

최헌을 가요계 정상으로 올려놓은 노래 ‘오동잎’이다. 1975년 12월에 발표된 이 노래를 기점으로 최헌은 ‘세월’, ‘어찌합니까’, ‘앵두’, ‘구름 나그네’, ‘가을비 우산 속’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tbc-tv 7대가수상(1977년)을 시작으로 이후 1980년대 초까지 KBS와 MBC 10대가수상, 그리고 TBC 방송가요대상 등, 당시 방송 3사의 연말 가요상을 모조리 휩쓴다.

시기도 딱 맞아 떨어졌다. 이 노래가 발표되던 1975년은 우리나라 가요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던 해. 이른바 ‘대마초 파동’으로 가요정화조치가 시작되고 그때까지 트로트와 함께 가요계를 양분했던 포크와 그룹사운드 그룹들이 급격히 위축된다. 대마초가 초토화 시킨 자리에 그룹사운드 출신 리드싱어들이 대거 솔로로 등장해 그 공백을 메웠다.

‘오동잎’의 최헌을 시작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조용필, ‘사랑만은 않겠어요’의 윤수일을 비롯해 ‘난 정말 몰랐었네’의 최병걸, ‘나를 두고 아리랑’의 김훈, ‘돌려줄 수 없나요’의 조경수... 등등. 당시 10대 가수상과 가수왕상을 모조리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던 이들이 들고나온 장르는 하나같이 당시 유행하던 록이나 고고 리듬을 트로트와 접목한 노래들이었다. 이른바 록트로트, 트로트고고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 가요계에 록트로트 시대의 문을 연 ‘오동잎’, 당시 기사에 의하면 이 음반은 20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동잎’은 최헌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다.

“헌이 형님은 그룹 출신으로 기본적으로 록 음악이 잘 어울려요. 때문에 기존의 트로트를 록이나 고고 같은 리듬으로 편곡해도 잘 소화해내죠. ‘오동잎’은 전통 트로트 멜로디를 새롭게 편곡, 록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도 적중했지만 일렉트릭 사운드와 기타 화음을 살린 편곡도 한몫했죠.” 편곡자 김기표 씨의 말이다.

그렇듯 최헌 노래 대부분은 전통 트로트에 록이나 고고 리듬을 접목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 새로운 음악을 당시엔 ‘세미 트로트’라고 불렀지만, 현재는 ‘트로트 고고’, 또는 ‘록 트로트’라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노래를 듣는 입장에서 싫증 안 나도록 필요 이상의 감정을 없애고 산뜻한 느낌을 주도록 여러 번 녹음해서 한 곡을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한 인터뷰에서 작곡가 안치행씨는 이렇게 밝혔다.

이 무렵 안치행씨는 안타프로덕션을 설립한다. 이때 만난 사람이 검은나비를 해체하고 쉬고 있던 최헌. 이들이 손잡고 발표한 노래 ‘오동잎’이 결과적으로 한 시대의 트렌드를 바꾼 것. 이후 1977년에 독립, 직접 레코드 제작을 시작했다. ‘오동잎’의 반주는 검은나비 이후에 결성된 그룹 호랑나비가 맡았다.

‘오동잎’은 발표되자마자 삼영필림에 의해 영화로도 기획되었다. 각본은 임하. 명동을 배경으로 어느 20대 여성의 사랑과 종말을 그린 멜로물, 그러나 실제로 영화로 개봉하지는 못했다.

당시 ‘세미 트로트’라 불리던 이 록트로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1976년, 최헌은 여세를 몰아 TBC 동양라디오 드라마 주제가 ‘어찌합니까(한유림 작사, 김기표 작곡)’를 발표한다. 이 노래 반주 또한 당시 최헌이 몸담고 있던 그룹 호랑나비가 맡았다.

‘잊기 위해서 미워한다지만/미웁지 않은 걸 어찌합니까/세월이 흐르면 잊어진다지만/잊혀지지 않는 걸 어찌합니까/미움이 사랑으로 변할 때는/당신은 떠나가고 없겠지만/잊기 위해서 미워한다지만/미웁지 않은 걸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한유림 작사, 김기표 작곡, 최헌 노래)’

허스키한 음성에서 끓어오르는 애절함이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이 노래 역시 지금까지도 마니아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노래 중 하나다.

▲ 최헌 발표 음반들

TBC 동양라디오 인기 수사극 ‘형사’에서 성우로 변신

이 음반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노래가 ‘첫사랑을 닮은 여인(한유림 작사, 김기표 작곡, 최헌 노래)’이다. 당시 TBC 동양라디오의 인기수사극 ‘형사’의 ‘1천회 특집/첫사랑을 닮은 여인’ 편의 주제가다.

1977년에 방송된 수사극 ‘형사/첫사랑을 닮은 여인’ 편에는 최헌이 직접 극중 가수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사건의 주인공인 가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약밀매단의 음모, 교묘한 살인, 그리고 노래 가사를 이용한 암호 교환의 트릭 등을 엮은 미스터리 가요드라마로 최헌은 극중 가수, 송수남 역을 맡았다.

‘첫사랑 닮은 여인이 있다면/사랑이 무엇인지 말해줄 텐데/아무도 없는 외로운 길목에서/나 홀로 쓸쓸히 우네/정말 정말 첫사랑 닮은 여인이 있다면/행복했던 그 시절 아름다운 추억/ 모두 모두 잊어질 텐데/첫사랑 닮은 여인이 있다면/사랑이 무엇인지 말해줄 텐데. -첫사랑을 닮은 여인(한유림 작사, 김기표 작곡, 최헌 노래)’

앞서 거론했듯 이 드라마에는 떠오르는 스타, 최헌이 직접 출연했다. 일종의 스타 마케팅이기도 했겠지만 성우로써 그의 목소리 또한 일품이었다는 것이 당시 지배적인 평가였다. 이렇듯 청춘스타, 최헌의 다양한 매력들이 점차 대중들에게 파고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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