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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2022년 10월 02일 (일) 15:31:28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가을 폭염에 티핑 포인트를 새겨본다                 

물을 데울 때 일정 온도를 넘어가면 끓어 넘치게 된다. 끓기 시작하는 순간을 비등점(boiling point)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물이 끓는 비등점은 물의 온도가 섭씨 100도를 넘는 순간이다. 그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온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으며,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끓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상식적인 조건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압과 온도가 함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생활공간보다 기압이 떨어지는 고산지대에서는 물이 좀 더 낮은 온도에서 끓게 되고, 기압이 높은 곳에서는 온도가 더 높아질 때까지 끓지 않는다. 대기압이 250Torr에 달하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물의 비등점은 80도C이고, 인공적으로 압력을 가한다면 최고 370도 이상까지도 끓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바닷물로 담수를 만드는 플랜트 시설에서는 보일러 해수탱크의 기압을 크게 낮춰 30도C 이하의 온도만으로 물을 끓게 만든다고 한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원인으로 단 한 가지 결과가 일어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물을 끓이는 것만 해도 온도와 기압이 복합적으로 조건이 맞아야 되는 것이다.
우리 일상의 사건으로 눈을 돌려보자. 예를 들어 어떤 건물이 붕괴되는 사건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멀쩡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건물이 붕괴되려면 그런 일을 일으킬만한 원인이 제공되어야 한다. 역시 단 한 가지 원인으로 되는 일은 드물다. 여러 가지 변수를 가정해 보자. 건물이 낡았다.

지나가던 트럭이 들이받는다. 지진이 일어나거나 인근 지하수 사용의 영향으로 지반이 침하된다. 지진이 일어나 땅이 흔들린다. 건물이 부실하게 지어졌거나 관리가 소홀했다. 건물을 수리하면서 기둥 하나를 제거했다. 건물 아래쪽으로 지하도가 건설되었다. 평소 주변도로에 대형차량의 과속운행이 많아 지속적인 진동의 충격을 받고 있었다. 등등의 변수들이 다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중에 한두 가지 원인만으로 무너지는 일은 드물고 최소한 몇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축적되거나 가해질 때 건물은 무너지게 된다. 변수들 중에는 눈에 띄게 분명한 원인(가해의 비중이 큰)도 있고,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원인들도 있다. 대수롭지 않지만 꾸준히 축적되면서 주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는 요소도 있다. 마지막 순간에, 예를 들어 가벼운 지진에 의해 건물이 붕괴되었다고 치자. 지진이 건물 붕괴에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직접원인’이 되었지만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 사건이 결과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진이 한번 난다고 해서 모든 건물이 다 무너지는 건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 붕괴 원인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결정적인 원인은 단지 ‘트리거’(trigger)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든(큰 사건이든 작은 사건이든) 거기에는 사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원인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축적되어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인과관계의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설명들을 보면, 그 원인의 하나하나는 매우 소소해 보이는 것도 있고, 엄청나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데 조금이라도 플러스 작용을 하는 것이 분명한 변수라면, 하나라도 소홀히 여기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이해할 때가 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서에는 이미 많은 변수들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구가 가득하다.  

요즘 기후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 하나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이다. 본래 경영학에서 사용된 말이라고 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와 같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테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어’라고 하는 상태와 이미 무너져버린 상태, 그 전과 후는 돌이킬 수 없이 달라져 있다.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이전과 이후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는 그 변곡점의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이 순간을 넘어서면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도가 붙는다. 그와 동시에 경계해야 할 기후전환점의 변수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 용어를 채용한 과학자들의 의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지구의 환경시스템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넘어설 위험지점이 가시거리에 와있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의 ‘1.5도C 상승’ 이것은 결정적인 한계치로 여겨지고 있다. 티핑 포인트를 가져올만한 변수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 상당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북극이 녹아내리며 해류가 식어 가라앉고 남쪽으로부터의 따뜻한 물과 뒤섞이면서 대서양의 해류가 거대한 반전을 일으키는 것, 담수의 영향으로 염도가 낮아지는 것, 남극의 빙하가 무너지면서 해수면이 오르고 있는 것,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지구의 허파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는 것,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빙하밑에 축적돼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엄청난 속도로 방출되는 것, 해양의 오염과 해수 변화로 산호초가 무너지는 것, 그로인해 어류의 서식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 남방국가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농업 시스템이 타격을 받고 식량이 부족하게 되는 것, 광범위한 벌목과 해저유전 사업이 숲과 바다를 파괴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지만, 아직 더 많은 변수들이 추가되고 있다.

물이 언젠가는 끓을 거야, 건물이 언젠가는 붕괴될 거야 하는 막연한 지점이 아니라, 오늘이나 내일쯤 끓어오르거나 무너져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변수들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 사실 이미 시작된 것인데도.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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