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과학 기술 기반의 여러 사회 현상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더 나아가 시공간을 초월한 미래를 떠올리며 인간 존재와 관계 형성의 이유에 주목하게 만드는 기옥란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윤담 기자 hyd@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는 기옥란 작가는 동서양의 철학을 꾸준히 공부하며 시대정신을 향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소통과 화해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삶을 조명한다.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삶과 예술을 환기시켜 표현하며 희망의 메시지 전하다
현대 미술계의 대명사인 작가 기옥란은 고갈되지 않는 신선한 열정과 결코 과거에 갇히지 않는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기호와 상징성을 지닌 추상화와 콜라주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초월성을 가진 21C 미래의 새로운 인간 ‘트랜스휴먼’과 신유목민 ‘네오노마드’라는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주제로 견고한 질서의 구조 속에서 자신만의 내면의 조형성을 표현하고 있는 기 작가는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는 “인간은 생명 진화과정의 정점에 있는 존재다”면서 “인류의 역사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고 욕망과 초월이 교차하며 정착성과 유목성이 혼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요 화두인 트랜스휴먼은 작가의 오랜 성찰과 탐구를 통한 예술세계의 결집이다. 기옥란 작가는 21C 새로운 인류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4D(DNA(염색체), Digital(디지털),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와 3F(Feeling(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작품의 큰 줄기로 하여 철학적 사유의 기본 바탕으로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깨달음, 시대정신, 감성을 잃지 않고 작업에 몰두해왔다.

특히 작가는 스테인리스, 한지, 키보드, 악기, 전자부품 등 개성 있는 재료의 조화로움을 통해 이들을 분해하고 재구성해 인체와 결합시킨 ‘트랜스휴먼-신유목민’이라는 사이보그 형상을 구체화시킨다. 또한 물감 작업뿐만 아니라 캔버스와 금속 마스크 등에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컴퓨터 부품과 천연섬유, 첼로,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켜 표현한다. 이에 대해 기 작가는 “이제 우리는 유위에서 무위로, 도시에서 자연으로, 인간에서 자연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 사유의 축을 옮겨야 하며 존재하는 세계와 인간이 화해하는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 현실과 가상, 정신과 물질, 남성과 여성,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인간과 기술의 공생은 바람직한 것인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인간으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이용한 인간 향상을 계속 추구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한 현명한 답을 얻기 위해서 인문학과 과학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토론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속과 변화속에서 새로운 시대성 창조하고 예술의 본질을 찾다
트랜스휴먼이라는 작품을 통해 휴머니즘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해 온 이성적 인간의 삶과 환경의 변화를 포착하고 이를 경계 없는 무한지대의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해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움의 충격과 풍부한 시대정신으로 수직으로 비상하며 동시대 미술의 맥을 미래로 선도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는 최근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원형으로부터’,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은하수와의 조우’ 등 유사한 작품세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디지털 조형언어인 ‘추상사진’을 화폭에 표현하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치며 다양한 사유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중이다. 단조로운 기존의 평면적 추상사진에서 벗어나 회화와 같은 입체감을 가진 그의 추상사진은 우주공간처럼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공간감을 제공한다.

▲ 트랜스휴먼-원형에 대한 사유 91x 65.2cm Acryl on canvas 2022

이에 대해 기옥란 작가는 “3차원, 4차원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형상미를 통해 다양한 색상과 흑백의 미묘한 대비적인 표현을 극대화해 팽창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 공간의 행성과 은하, 외계생명체 등을 표현하며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주제를 차갑고도 고독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색채, 점, 선, 면, 입체를 표현했고 특히 변화, 통일, 균형, 율동, 대비, 대칭 등 명징하고도 다양한 시각적 추상사진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트랜스휴머니즘 시대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인간을 특권화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소통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시대성을 창조하고 예술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기옥란 작가. 강호갤러리 초대전, 정문규 미술관 초대전, 마음갤러리 초대전 등 개인전과 9월 한 달간 강남의 갤러리 미쉘 초대전을 성황리에 마친 그는 10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022아트광주전,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2022 인천 코리아 아트페스티발, 11월 인천 송도컨벤션센터 인천아시아아트쇼, 11월 자윤갤러리 초대전, 이후 갤러리 트랜스휴먼전, 전남대 치과대학병원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광주보훈병원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등을 앞두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