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부터 행해진 천연염색과 패브릭, 실, 천연 섬유나 합성섬유를 소재로 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섬유예술은 미술 표현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으며, 색채와 조형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남혜인자연염색 남혜인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제4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홍화염색’으로 국립무형유산원장상을 수상한 (사)한국천연염색지도사협회의 남혜인 회장은 전통 염색의 전승과 현대적 섬유예술로까지 확장해 섬유예술에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있다. 남혜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천염 염색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 및 발전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부래미마을에는 남혜인자연염색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남혜인 대표는 팔정산 아래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홍화를 이용한 자연염색을 하며 우리의 전통적인 천연 염색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명공(名工)이다. 홍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류 작물로 꽃이 노랗고 잎에 가시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홍화에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꽃은 차를 우려 마시거나 음식에 첨가하여 색을 내는데 사용되는데 혈액순환에 좋다. 홍화씨는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해 골다공증, 뼈 골절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 남혜인 대표

남혜인 대표는 “홍화는 맨손으로 만져도 몸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 약성이 있어 오히려 좋다”면서 “염색한 옷을 입었을 때 피부에 닿는 촉감도 좋고, 눈이 피로하지 않는 색감도 매력적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실제 갱년기 여성들은 천에 예쁜 물이 드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해온 염색기법을 이어가며 아름다운 색깔을 낸다는 자부심도 크다”고 전했다. 그간 남혜인 대표는 천연염색의 활성화 차원에서 천연염색 작품 전시, 각종 공연 등을 수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제4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홍화로 한산모시에 염색한 ‘홍화염색’으로 국립무형유산원장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또한 (사)한국천연염색지도사협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경주 엑스포의 화랑광장에서 ‘2022년 하반기 (사)한국천연염색지도사협회’ 단체 퍼포먼스(워크샵)와 야외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천통의 색 미래로’라는 주제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동·식물, 광물의 재료를 이용해 천연섬유인 면·마·모시·실크·울 등의 천연섬유에 자연의 색을 물들여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남혜인 대표는 “야외전시를 통해 전통문화의 자연색을 섬유에 담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 감성을 조율해내고, 출품 작가들은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밝은 미래를 천연염색 섬유예술의 조형적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천연염료 이용한 회화적 접근으로 대중과 공감대 형성
어릴 적 옷감에 식물로 염색을 한 후 손수 원피스를 만들어 입혀주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천연염색과 인연을 맺었던 남혜인 대표. 하지만 당시에는 천연염색으로 만들어진 옷보다 합성섬유와 합성염료로 만든 옷을 더 좋아했던 그다. 결혼 후 도예가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남편에게 모시한복을 준비해줬는데, 시간이 흘러 누렇게 바래자 먹물로 염색해보니 회색과 연보라, 푸른빛까지 신비로우면서도 미묘한 빛깔에 아름다움을 느낀 후로 천연염색에 빠져들었다고. 남 대표는 “당시 남편이 입었던 먹물염색 한복에 대한 반응이 좋아 먹물염색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면서 “황토염색도 해봤는데 그 또한 반응이 좋았다. 율면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산과 들녘에 자생하는 야생화와 식물을 채취해 염료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염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당시에는 친정어머니의 염색기법, 염색에 관한 문헌 등을 통해 연구했으며, 이후로는 <규합총서>, <동의보감>, <농상집요> 등 고문헌까지 섭렵하며 천연염색 공부 영역을 넓혔다. 우리의 전통염색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아울러 천연염색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자 남 대표는 늦은 나이에 ‘홍화염에 의한 친환경 소재와 섬유작품 표현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며 홍화염색과 순수미술에 대한 박사과정 중에 있다. 아울러 이른 봄부터 홍화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는 것과 함께 ‘조선시대로 홍화염색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통 홍화염색 시연 워크샵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천연염료를 이용한 섬유미술의 회화적 접근의 일한으로 탄소중립에 부응하고, 약성이 있는 친환경 재료인 홍화 염색 전통의 전승과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남혜인 대표는 “섬유 소재의 융합 작품에 대한 실험적 연구 기법과 소재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한다”면서 “섬유의 영역을 다각화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천연염료에 회화적인 원리를 접목하여 형태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형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전통적 한계를 벗어나 섬유예술의 내면적 심상에 의한 표현 가능성을 섬유작업으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앞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천연염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는 남 대표는 “전통 홍화염색을 이어가는 전승과 계승을 하며, 천연염료를 이용한 융합적인 화학적 기법에 의해 섬유에 표현하는 예술성과 기호성과 무게 있는 작품으로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역 내 어려운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해온 남혜인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이천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의 마을 재활원 감사패, 안성시 자원봉사상 국회의원상, 연꽃마을 노인복지 감로당 감사장, 파라밀요양원 자원봉사통합관리1호봉 감사장, 안성시의외 의장상, 우수자원봉사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