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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칼럼] 현재 대한민국 가요계는 리메이크 열풍
다시 뜨는 리메이크 붐의 빛과 그림자, 그 속에 담긴 권리들
2022년 09월 16일 (금) 21:32:26 박성서 webmaster@newsmaker.or.kr

2000년대 들어 가요계에 리메이크 바람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초 ‘나는 가수다(MBC)’,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KBS-2)’ 등을 시작으로 ‘내일은 국민가수(TV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경연 프로그램들을 통해 방송됐던 리메이크곡들이 음원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리메이크 노래의 화제와 함께 그 원곡 또한 예상치 않게 역주행하며 리메이크 붐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
최근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리메이크 붐, 이 리메이크 열풍에 따른 권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2천년대 들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요계 리메이크 붐의 빛과 그림자를 진단해본다.

글 l 박성서 (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 가요계 리메이크 붐을 견인한 음악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MBC)’,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KBS-2)’, ‘내일은 국민가수(TV조선)’

2천년대 다시 뜨는 리메이크 붐, 한국 가요계는 리메이크 열풍

리메이크한 노래들이 현 가요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끄는 것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한 경연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 관련 내용은 방송과 동시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고 그만큼 영향력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스타가 탄생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노래가 또다시 주목받는다.

2000년대 들어 ‘나는 가수다(MBC)’,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KBS-2)’를 비롯해 ‘슈퍼스타 K(M-net)’, ‘위대한 탄생(MBC)’, ‘K-POP 스타(SBS)’, ‘Top밴드(KBS-2)’. ‘복면가왕(MBC)’에 이어 ‘싱 어게인(JTBC)’, ‘비긴 어게인(JTBC)’, ‘방과 후 설렘(MBC)’ 등 지상파 방송에서 종편, 케이블TV까지 온통 전문오디션 프로그램들로 넘쳐난다. 실제로 여기 나열한 프로그램보다 거론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많을 정도다.

특히 트로트를 전면에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40,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음원 시장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 '내일은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에 이은 '내일은 국민가수(TV조선)'부터 ‘트롯 전국체전(KBS)’, ‘트로트 민족(MBC)’, ‘헬로 트로트(MBN)’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트로트 열풍에 빠졌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노래들이 화제로 부상하며 역주행 히트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이 리메이크 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무명의 신인들이 스타로 거듭나고 이 노래들은 다시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 1970년대 리메이크 음반, ‘쟈니브라더스-노래의 꽃다발’, ‘김추자-다시 불러보는 옛노래’, ‘나훈아-박시춘 작곡 40주년 걸작선집’, ‘김정호-옛노래 모음’

2020년대 대중가요를 이끌고 있는 트렌드, 뉴트로 (New-tro)

그렇듯 2020년대 대중가요의 트렌드는 한마디로 ‘뉴 트로(New-tro)’, 즉 ‘복고’다. 그것도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7090 감성을 소환한 2000년대식 복고’다.

대표적으로 트로트를 젊은 층도 즐길 수 있게 한 ‘내일은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90년대 음악을 현대 감성으로 가공한 ‘이십세기 힛-트쏭(KBS Joy)’,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 이효리, 비가 결성한 싹쓰리의 90년대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를 올 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듯 현재 대중가요의 트렌드는 뉴트로, 즉 ‘올드 앤 뉴(Old & New)’다. 옛것이 그대로 유행하는 게 아니라 요즘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새롭게 편곡되어서 흐름을 이끌고 있다. 한마디로 ‘옛것에 대한 추억’과 ‘새로움’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물론 이러한 리메이크 붐은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복고문화 현상은 시대마다 늘 존재해왔다. 좋은 노래는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 리메이크되어온 것.

1980년대 트로트의 부활을 견인한 ‘김준규 주현미의 쌍쌍파티 1,2,3,4’, 90년대 포크 음악의 불씨를 살린 ‘김광석 다시 부르기 1,2’ 등은 당시 가요계 판도를 바꾼 음반들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리메이크곡이 멜론 차트의 100곡 중 무려 10곡 내외를 차지하는 현상은 앞서 말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 붐과 무관치 않다.

▲ 1980년대 매들리붐을 주도했던 ‘주현미·김준규 쌍쌍파티’ 음반

리메이크 열풍… 원곡도 함께 역주행 히트

리메이크는 그 자체로 화제를 모은다. 아울러 리메이크되고 있는 노래 대부분이 이미 이전에 대중성을 검증받은 노래이기 때문에 신곡에 비해 일단 여러모로 안정적이다.

리메이크 열기는 원곡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음원 저작권 시장에서 그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수용층도 넓다. 기성 세대에게는 향수를, 요즘 세대들에게는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새로움과 색다름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한 점에서 리메이크 곡들은 때때로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시켜 주기도 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리메이크해 빅히트한 대표적인 노래가 강진의 ‘땡벌’이다. 1987년에 발표된 나훈아의 ‘땡벌’을 록 트로트 스타일로 편곡해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는 이후 서서히 인기를 얻다가 지난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불러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대 히트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진 또한 자신이 만든 ‘막걸리 한 잔’을 가수 영탁이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서 부른 이후 순식간에 히트곡으로 부상했다. 심지어 모 양조회사에서 가수 이름을 딴 ‘영탁 막걸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부르는 노래마다 역주행 히트시키고 있는 가수 임영웅은 아예 ‘역주행의 아이콘’이라 불린다. 그가 다시 불러 화제가 된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는 발표 당시 다른 노래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한 노래였다. 그러나 ‘미스터 트롯’에서 임영웅이 부르면서 발표 23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 이후 설운도씨는 아예 속옷까지 ‘보라색’으로 바뀌었다고 엄살을 피울 정도다.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 역시 임영웅에 의해 불리면서 역주행, 한동안 노래방 인기 차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발표한 지 8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사랑은 늘 도망가’ 또한 2010년 이문세가 발표했던 노래다. 이듬해 MBC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 OST로 사용됐다. 임영웅도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OST로 리메이크했다. 해당 노래는 발매 후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최근 화제곡으로 부상한‘밤하늘의 별을…’은 2010년 프로듀서 양정승이 발표해 메가 히트를 기록한 노래다. 2021년 신인가수 경서에 의해 새롭게 샘플링되어 탄생한 곡 ‘밤하늘의 별을(2020)’ 역시 온라인 음악 사이트 올킬을 비롯해 인기가요 1위 등 히트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노래가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 지난 2020년 한가위 때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KBS)’가 열려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신드롬은 ‘테스형’ 열풍으로 이어졌다.

‘테스형’의 경우 1980년대에 발표한 ‘고향으로 가는 배’와 도입부 리듬 전개가 같다. 이 멜로디에 최근 사회 분위기에 맞는 메시지를 접목했다. 깊이 있는 메시지를 귀에 쏙 들어오도록 쉽고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이 나훈아 음악의 장점이지만 최근 가요계의 트렌드인 '레트로'라는 흐름을 잘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리메이크 히트하는 노래들은 편곡에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1990년대 리메이크 음반. ‘김광석-다시 부르기’, ‘김광석-인생 이야기’

‘원곡 그대로’ VS ‘전혀 새로운 편곡’, 원곡과 편곡 사이에 존재하는 쟁점은?

리메이크의 꽃은 '편곡'이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최근 방송 등을 통해 새롭게 편곡되어 불리는 노래들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음악인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던 ‘나는 가수다’라든지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내일은 국민가수'만 보더라도 트로트나 발라드 등 기존의 장르에 댄스, 국악, 록, 뮤지컬, EDM(전자 댄스 음악) 등과 접목, 기존 노래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프로그램 방송-전송 서비스-음반 제작 유통과정’에서의 저작권 문제 또한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싱어송라이터 강산에와 MBC '나는 가수다' 간의 분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강산에의 경우 ‘방송은 허락했지만 음원 판매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며 음원 서비스 및 음반 제작을 중단시켰다. 지금까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방송된 강산에 원곡의 음원은 ‘삐딱하게’,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세 곡으로 이 중 ‘삐딱하게’는 사전합의와 그에 따른 절차를 거쳐 음원 유통이 이뤄졌으나 강산에 측에서 해당 내용에 음원 서비스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측은 서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합의했다.

이처럼 원곡의 저작권자와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임재범은 리메이크 음반 수록곡 '내 귀에 캔디'를 저작권자인 작곡가 방시혁의 허락 없이 녹음했다가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온, 오프라인 발매를 취소해야 했다.

최근 예능과 음악을 결합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늘고 있고 프로그램별로 재가공된 음원이 공개되고 있다. 이들의 음원사이트 차트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저작권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리메이크는 우선 두 가지, 원곡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와 편곡을 새롭게 하여 원곡의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신탁관리국에 근무했던 연성흠씨는 “원곡 그대로 방송에서 부르는 경우와는 달리 새롭게 달라지는 부분은 2차적 저작물작성권과 저작인격권과 관계된다”며 “원곡을 재편곡하여 리메이크하려면 일단 변형이 이루어지므로 원 저작자인 작사, 작곡가에게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 ‘이문세-사랑은 늘 도망가’ 음반과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임영웅 리메이크 음반

편곡에 담긴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동일성 유지권은 무엇?

여기서 말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동일성 유지권’은 어떤 것일까. 현 저작권법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원 저작물을 각색, 번역, 편곡 등 변형하여 새롭게 재창작할 권리를 말한다.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가 원 저작자의 작사, 작곡과 동일하면 원 저작물을 복제한 것이 되고, 실질적으로는 원 저작물과 유사하지만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것은 ‘2차 저작물’로 분류된다.

한편 ‘저작인격권’에는 ‘공표권’, ‘성명 표시권’, ‘동일성 유지권’이 있고 이와 관련한 ‘저작인격권의 일신 전속성’이 있다. 이중 ‘동일성 유지권’은 저작물의 내용, 형식 등을 동일하게 유지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

‘저작인격권의 일신 전속성’은 원 저작자만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만을 관리하는 단체이므로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가 직접 행사해야 하는 권리다. 해서 작가마다 승인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편곡과 관련하여 원 저작자의 인격권 승인과정에서 열 명 중 한두 사람은 거절합니다. 대부분의 거부 사유는 편곡 과정에서 원래 노래의 의도가 다르게 변형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죠.” MBC 미디어사업부 한승열 프로듀서의 말이다.

이러한 원 저작자 승인과정에서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개별적 계약이 이루어지므로 지급 금액 역시 다르다.

한 예로 MBC의 경우는 미지급 계약 작가도 사후 통상적인 금액을 소급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 보상 금액의 적정선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원 저작자 입장에서는 인격권에 대한 보상과 저작권료를 받게 되므로 비교적 흔쾌히 승낙하는 편이다. 그러나 원 저작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등 직접 승인받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원 저작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는 주소지에 우편물을 보내거나 혹은 권리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빙을 남겨두어야 하며 그래도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 기획사나 방송국에 저작권 문제 발생 시 해결을 위한 확인서를 받아 처리하기도 한다.”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은 말한다.

원 저작자가 사망했을 경우, 이에 따른 권리를 저작권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허희성 저(著) ‘신 저작권법 축조해설’ 제3절 14조에 보면, ‘원 저작자의 사망 후에 그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자는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 통념상 그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저작자의 명예와 관련된 경우에는 저작인격권이 승계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침해 여부의 판단은 행위자의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사회통념 상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맞춤법의 표기가 바뀌어 단어를 고치거나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로 고친 것 등 수정한 내용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 수정행위가 사회통념 상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한 판시가 참고할 만하다. (대법원 판결 94다 7980호, 1994년 9월 30일)

원 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새롭게 편곡했다면 새로운 2차적 저작물로 해당 편곡자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할 수 있다.

현재 방송과 음반시장 등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리메이크, 저작권자나 사용자 모두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리메이크 붐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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