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수복 화백은 제주도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은 충남 서산에 자리한 해인미술관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지만 그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윤담 기자 hyd@

때때로 예술가가 아닌 방송인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영혼이 서려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만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작품 활동이라는 것은 육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행위다”며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예술가의 혼이 서려 있지 않은 그림은 예술적 가치가 단 1%도 없는 한낱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는 박수복 화백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새로운 삶의 행보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후 제주도로 작업무대를 옮기기 위해 박 화백은 제주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 박수복 화백

한라산에 대한 매우 독특한 해석
그는 “‘한라산’이라는 산 이름에서 ‘한(漢)’자가 나라를 의미하는데, 은하수도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면서 “‘라(拏)’자에는 붙잡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한라산을 ‘은하수를 붙잡는 산’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사회학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보니 그들도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기존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제주도에 접근한 박 화백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철학을 정립해나가고 있다. 평소 작품 주제를 ‘자연’으로 삼고 있는 그는 밤에는 작품을 그리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은하수를 붙잡는 산으로 이루어진 제주에서는 몇 날 며칠을 잠을 자지 않고 미친 듯이 작업에 몰입하며 작품을 그려나갔다.”라며 평소답지 않아 의아해 했는데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둡고 슬펐던 제주를 희망찬 작품으로 환하게 밝히는 작업을 진행
2022년 한 해 동안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작업들을 통해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비롯한 새롭고 밝은 제주의 미래를 재조명하여 어둡고 슬펐던 제주를 희망찬 작품으로 환하게 밝히는 작업을 진행하며 앞으로 제주도에서 200여 점의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수복 화백은 “언제까지 200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목표가 200점일 뿐이다”면서 “그 시기가 올해에 될 수도 있고, 내년에 될 수도 있다. 이 목표가 완성된다면 이제 제주도에서 첫 선을 보이고, 그 다음에 다른 지방, 그리고 외국으로 나아가 전시회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적 감흥은 결코 학습이나 훈련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 내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영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유무형의 경계를 초월하여 신성한 행위를 통해 때로는 평면에, 때로는 입체로 그것을 표현하고 그림이나 몸짓에 영혼을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면서 “나는 천년이 지나도 울림이 있는, 작품으로 또는 작가로 영원히 기억 속에 남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동과 서는 본디 하나
무엇보다 박 화백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그가 서양화와 동양화의 접목으로 이루어진 오묘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 화가는 서양화가, 혹은 동양화가로 나뉘지만 그는 특별한 구도와 서양화에선 하지 않는 여백의 선택, 그리고 한지에 채색을 입히는 동양적 기법을 서양화에 가미했다. 그 결과 그는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하나로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유일한 화백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반응이 뜨거운 박수복 화백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옥션((ZEZULA), 미국(e-bay)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작가로 자리매김했는데, 국내 현존 작가 중 유일하게 이베이 글로벌 경매에 300억대 작품을 등록한 바 있다.

자신만의 화풍으로 인간의 근원적 개념미술 풀어나가
동서양을 접목한 일필휘지의 기법으로 서양화를 그려내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구도와 여백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박수복 화백. 그는 서양화가 가지고 있는 채움의 매력과 동양화 특유의 여백의 미를 조화시킨 자신만의 화풍으로 인간의 근원적 개념미술을 풀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화백은 “동양화와 서양화는 채색적인 부분의 차이일 뿐이지 그 경계가 없다”며 “동양화는 한지에 선을 입혀나가는 작업이고 서양화는 캔버스에 물감을 덧칠해 질감을 표현해가는 작업이다. 두 가지 화법의 장점을 접목하여 콜라보 하는 과정 속에서 보다 다채로운 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세기 동안 미술 외길을 걸어 박 화백은 ‘자연, 우주, 인간’이라는 삼위일체 화법으로 카리스마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미술계에 강열한 인상을 주었는데, 세계 최초의 ‘퍼해밍액션퍼포먼스’가 그것이다. ‘퍼해밍액션퍼포먼스’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동안 음악에서 받는 영감을 작가가 즉석에서 화폭에 담아내는 새로운 개념의 퍼포먼스다. 이 새로운 시도는 순간적이고 힘 있는 빠른 스케치와 음악이 어우어진 두 예술의 교감과 현장의 에너지가 작품에 담겨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사라지지 않고 작가와의 순간적 교감으로 작품에 남는다. 특히 명상과 차를 통해 단련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떼지 않는 한 번의 붓놀림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일필휘지(一筆揮之) 운필법’으로 박 화백은 모든 차이를 예술이라는 가치 안에 품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예술에 집중해왔다. 동양적인 기법의 충분한 여백과 힘이 느껴지는 선에 채우는 것을 미학으로 두는 서양화의 기법을 사용해 독특한 조화를 연출하는데 그 위로 보이는 붓의 놀림과 농담이 자유롭고 대담하다. 특히 완성된 작품의 일부를 긁어내서 지우는 기존에 없는 독특한 작업을 통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그는 하나의 콘셉트를 잡으면 그 콘셉트의 작품은 30작품 이상은 하지 않기에 작품의 희소성과 독창적 가치가 뛰어나다.

국내외에서 130여 회의 전시회를 가지며 역량을 발휘해온 박수복 화백은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국제 참예술 문화예술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부문, 대한민국 교육공헌대상 문화예술부문, 아시아스타 마케팅 퍼포먼스 미술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는 4번째로 이베이 경매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어머니의 한라산에 의지하던 제주인들이 그 어머니의 젖가슴을 부여잡고 살며, 아버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 생계를 해결해 왔듯이. 현재 몰입하고 있는 제주의 작품들도 한국의 품에서 넓은 태평양을 향해 세계를 누비어 펼쳐지길 응원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