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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전 세계 확진자 4만명 돌파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 사례까지 나와 우려 급증
2022년 09월 01일 (목) 23:47:39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가 1주일 간격으로 20%씩 증가하는 빠른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백신을 접종 후 ‘돌파감염’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종서 기자 jslee@

지난 8월 2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 수는 8월 18일 4만명을 돌파한 뒤 19일 기준 4만1269명을 기록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통계 기준으로 현재까지 89개국에서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이 가장 많은 1만4050명의 확지자를 보고했다. 스페인(5792명), 브라질(3656명), 독일(3266명), 영국(3201명), 프랑스(2877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독일서 어린이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첫 확인
지금까지 원숭이두창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또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사례도 보고되면서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감염될 경우 원숭이두창이 종식되지 않고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더 오래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에서는 4세 여자 어린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례로 인해 원숭이두창이 점점 낮은 연령대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의 질병관리청 격인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8월 9일 발표한 상황보고서에서 어린이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부르크주 포르츠하임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두명의 성인과 함께 산다. 관할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가구 내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확인되자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확인됐으나 증상은 없는 상황이다. 가구 외 밀접접촉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독일에서는 15세와 17세 남성 미성년자 2명이 미성년자로서는 처음으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 이번 사례로 인해 원숭이두창이 낮은 연령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보고된 독일 내 원숭이두창 감염사례는 모두 2916건이다. 여성 7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며, 어린이가 감염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숭이두창은 밀접한 신체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바이러스는 상당 기간 표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RKI는 “밀접한 접촉이 있어야 전염이 이뤄진다”면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염은 주로 성행위로 인해 이뤄졌고, 감염자 대부분은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RKI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이후 경과는 대부분 약하게 진행되고, 자체적으로 치유된다. 증상으로는 열과 두통, 얼굴에서 시작돼 신체 다른 부분으로 확산하는 피부발진 등이 있다. 어린이나 면역체계가 약한 이들의 경우 중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글로벌 확산 중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어린이는 극소수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캐나다의 공공보건부(PHAC)가 8월 10일 원숭이두창의 감염자가 1008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CBC등 보도에 따르면 보건부가 발표한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온타리오주에서 478명, 퀘벡주에서 425명,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85명, 앨버타주에서 16명, 새스카처완과 유콘에서 각각 2명씩 발생했다. 보건부는 산하의 국립 미생물연구소에서 계속해서 검체를 통한 발생자 수를 확인하고 있어서 각 주와 지역별 감염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나거나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원숭이두창 백신 ‘임바뮨’(Imvamune)을 각 지역에 8만 회차분 공급했으며 앞으로는 전국 각 지역에서도 정확한 검체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의료자재와 매뉴얼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보건부는 밝혔다.

WHO, 원숭이두창 대체할 이름 바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토론을 거쳐 ‘원숭이두창’(monkeypox)을 대체할 새 이름을 찾기로 했다. 명칭으로 인한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H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히면서 일반 대중도 원숭이두창의 새 이름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WHO는 “원숭이두창의 새로운 명칭에 대한 공개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숭이두창의 새 이름이 확정될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원숭이두창이란 명칭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며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숭이두창이라는 질병이 원숭이 외에도 설치류와도 관련이 있는 데다, 주요 변이에 붙는 지역명이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민족집단에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자칫 오해나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8일 WHO는 글로벌 전문가 그룹을 소집해 ‘콩고분지형’과 ‘서아프리카형’으로 불려 온 원숭이두창의 두 가지 주요 변이의 명칭은 이미 각각 ‘계통군1’과 ‘계통군2’로 변경됐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은 올해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고, 현재까지 3만1000여 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WHO는 지난 7월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상황이다. 질병의 명칭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발생 초기 ‘중국 바이러스’나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다가,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WHO가 코로나19이라는 공식 명칭을 신설했다.

美 FDA, 원숭이두창 치료제 티폭스 승인 보류
미국이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원숭이두창 치료제 티폭스(Tpoxx)는 허가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월 11일(한국시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내놓은 ‘미국은 왜 원숭이두창 치료제 승인을 미루나?’ 이슈 브리핑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치료제 티폭스는 현재 유럽에선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승인이 되지 않고 있다. 티폭스는 미국 기업 시가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의약품으로, 당초 천연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 1월 10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원숭이두창·천연두·우두 및 백시니아 합병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7월 8일에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도 이를 허가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전히 티폭스를 천연두 치료제로만 허가한 상황이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FDA와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티폭스는 천연두 치료제로는 허가됐으나 원숭이두창 치료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는데, 이는 티폭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티폭스는 미국에서 2018년 ‘Animal Rule’ 승인규정에 근거해 천연두 치료제로 처음 허가됐다. 이 규정은 의약품을 허가함에 있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효성 연구가 윤리적이지 않거나 현장에서의 연구가 실현 가능하지 않는 경우에 적용된다.

천연두는 전 세계적으로 박멸돼 현장 연구가 실현 가능하지 않고, 임상시험을 위해 천연두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 티폭스는 영장류와 토끼와 같은 동물모델을 통해 천연두 치료제로의 효능은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천연두나 원숭이두창 효능을 입증한 임상시험 사례는 없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동물시험에서 티폭스는 원숭이두창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으나, 동물시험에서 효과가 있는 의약품이 항상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티폭스가 원숭이두창 감염에도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FDA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7명의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 중 티폭스를 사용한 1명이 나머지 6명에 비해 질병 지속기간과 바이러스 배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정부는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에이즈를 연구하는 기관인 ACTG(AIDS Clinical Trials Group)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티폭스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8월 3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티폭스가 아예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CDC는 미허가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 프로그램인 ‘EA-IND’ 규정에 근거해 티폭스를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EA-IND는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특별한 조건 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정적 사용을 말한다. 이에 미국 보건부는 지난 8월 9일 시가 테크놀로지와 2600만 달러(한화 약 339억원) 규모의 정맥주사용 티폭스를 내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입 안 발진과 수포로 인해 경구용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서다.

mRNA 방식의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되나
원숭이두창의 빠른 확산으로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 개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mRNA 기술을 적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8월 6일 외신과 의료계에 따르면 스테판 호지 모더나 사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mRNA 기술을 이용한 원숭이두칭 백신 개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호지 사장은 “우리는 최근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 검토를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최근 보건 당국의 발표와 백신 공급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매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mRNA 백신) 플랫폼은 상당히 잘 구축돼 있고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됐다”며 “우리가 만약 원숭이두창 개발에 착수한다면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임상연구의 마지막 단계까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나가 코로나19에 이어 mRNA 방식의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원숭이두창의 빠른 확산으로 미국 내에서 백신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원숭이두창 예방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바바리안 노르딕의 ‘진네오스’다. 진네오스는 두창 예방 목적으로 개발된 3세대 백신이지만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의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바리안 노르딕의 제품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바리안 노르딕은 현재 1500만 도즈 가량의 이용 가능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이 ‘병입 공정’을 거치지 않은 ‘벌크’ 상태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유럽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고, 벌크 설비도 올해 3분기까지는 가동이 재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진네오스는 110만 도즈로 1인당 2회 접종시 55만명에게 투여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백신 접종 대상자 수는 약 160만명으로 추정돼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은 가장 많은 진네오스를 확보한 나라지만 백신 부족으로 ‘쪼개기 투여’까지 고려하고 있다. 로버트 칼리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우리는 1도즈의 백신을 최대 5회까지 나눠 투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전 세계에서 풍토병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러 백신 제조사들이 개발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숭이두창 백신이 코로나19 백신처럼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는 원숭이두창도 mRNA 플랫폼으로 백신 개발이 가능하지만 플랫폼 세팅이 안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릴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데도 1년 가까이 걸렸는데, 그것은 사스나 메르스 때부터 연구 결과들이 많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신 연구위원은 “모더나는 백신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원숭이두창이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원숭이두창은 한번의 유행으로 전 세계에 확산됐다가 종식되는 것이 아니라 성 접촉으로 주로 감염되는 풍토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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