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매 작품마다 과감한 도전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압도적인 볼거리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 온 강제규 감독이 생애 첫 감동 드라마 <장수상회>로 돌아왔다.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한 평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행복하고 즐거웠다.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지금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했다.

신세영 기자 ssy@

강제규 감독의 신작 <장수상회>의 제작보고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난 3월 12일 진행된 <장수상회> 제작보고회에 강제규 감독을 비롯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배우 박근형, 윤여정, 그리고 충무로 대세 배우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EXO 찬열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완벽한 조합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제작보고회에는 성칠과 금님, 그리고 연애 응원단의 유쾌한 캐릭터 영상은 물론 촬영 현장의 따뜻한 호흡을 담아낸 제작기 메이킹 영상, 그리고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보낸 꽃보다 절친 응원영상이 공개돼 풍성한 재미를 전했다. 무엇보다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취재진들이 참석해 영화에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보여줬다. <장수상회>는 70세 연애초보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특별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4월 7일 개봉 예정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들의 가슴 따뜻한 러브스토리
어느덧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성칠과 금님. <장수상회>는 이들 인생의 마지막,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순간에 불현듯 찾아온 가슴 떨리는 사랑을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판타지와 멜로의 절묘한 조화를 담아냈던 <은행나무 침대>, 한국 최초의 첩보 액션 장르 안에서 진한 멜로를 녹여낸 <쉬리> 등 강렬한 드라마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강제규 감독은 2015년 70대의 연애와 사랑을 담은 <장수상회>를 통해 첫 번째 본격 러브스토리를 선보인다. 한 평생 무뚝뚝하고 거칠게만 살아왔을 것 같은 까칠한 성칠과 누구에게나 친절한 소녀 감성의 꽃집 여인 금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떨리는 만남과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는 연애 과정은 여느 20, 30대 젊은 세대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공감대를 자극한다. 금님의 데이트 신청에 10대처럼 당황하는 성칠과 그의 생각으로 밤잠 설치는 금님은 사랑에 대한 풋풋한 감성과 떨림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특히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쿨한 연애가 유행이 된 요즘, 서로를 향한 진심과 깊은 배려로 다가서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전한다.

# 강제규 감독 “사랑한다면, 장수하세요!”
1996년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를 통해 진일보한 기술력과 판타지, 멜로 장르의 새로운 결합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모으며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강제규 감독. 이후 전국 6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쉬리>(1999)를 통해 최초의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며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 최초의 전쟁 대작 <태극기 휘날리며>로 1,174만 관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전작을 통해 규모 있는 스케일 속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는 드라마와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를 통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전하며 전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Q. 첫 번째 러브스토리 영화다. <장수상회>를 작업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저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제 아버지는 86세이시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살아계실 동안에 제가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과 같이 공감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에 대한 갈증이 상대적으로 어느 순간부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 같이 손을 꼭 잡고 나올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마 제게는 <장수상회>였던 것 같다.

Q. 나에게 <장수상회>란?
- 아무래도 박근형, 윤여정 선생님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진 작품이고,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EXO 찬열을 비롯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말 좋은 인연이었다.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모든 인연이 저에게는 새롭고 설레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장수상회>는 내게 보물 같은 작품이다. 또, 성칠의 모습에 제 아버지가 많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아버지를 포함해 제 가족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이다.

# 박근형, 명실상부 믿고 보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등 명불허전의 선 굵은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50여 년간 시청자들을 매료시켜 온 배우 박근형.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소탈하고 따뜻한 로맨티스트로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박근형이 <장수상회>를 통해 스크린으로 귀환한다. 까칠하고 친근한 노신사 ‘성칠’로 분한 박근형은 이전 작품 속 강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반전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상남자 같은 카리스마 속 순수한 열정과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 박근형은 성칠 역과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믿고 갈 수 있는 배우였기에 항상 든든했다”며 박근형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뒤늦게 찾아 온 사랑 앞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해지는 성칠을 한층 풍성하게 표현해낸 박근형은 올 봄 관객들에게 따스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Q. 처음에 <장수상회> 시나리오를 받고 어땠는지?
-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학창 시절에 한 여인을 보고 설레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시절엔 그런 저런 생각 없이 멀리서 자태만 봐도 울렁울렁 하고 떨리고 설레고 그랬다. 이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그런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이건 반드시 내가 해야 되겠구나 했다. 젊은 시절 TV나 영화에서 멜로물을 하긴 했어도 이렇게 70대의 사랑이 그 중심에 선다는 게 저에게는 아주 보람이 컸다. 그래서 두 말 할 것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건 내가 해야 된다고 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윤여정씨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촬영 현장에서도 뒷짐 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여유롭게 연기 플랜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시나리오 덕분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한다.

Q. 서툰 70세 연애초보 캐릭터를 맡았는데, 실제 본인과 닮은 점이나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 이번 역할과 평소의 저는 살짝 차이가 있다. 저는 굉장히 촌스러운 사람이다. 평소에도 값싼 옷을 입고 다니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삶인데, 이 작품에서 유난히 몰입하고 캐릭터를 리얼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연극하듯이 차분하게 계획을 세워서 연기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성칠의 캐릭터 표현이 잘 된 것 같다.

Q. 연기하면서 실제로 어떤 설렘을 느낀 적이 있는지?
- 성칠이 쓸데없는 투정을 부리고 까칠하게 굴다가 어느 집 골목에 앉아서 혼자 후회하고 있을 때, 금님이 가까이 와서 손을 잡아 주면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44년 전에 제가 윤여정씨에게 야단친 것을 44년 후에 내가 이렇게 큰 사랑으로 돌려받는구나 하는, 그런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

# 윤여정, 최고 감독들이 사랑한 뮤즈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 <여배우들>의 이재용 감독, <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자유의 언덕>의 홍상수 감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영화계의 영원한 뮤즈 윤여정. 영화 속 과감하고 세련된 모습은 물론 드라마 속 친근한 매력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윤여정이 <장수상회>에서는 순수한 그녀 ‘금님’ 역을 맡았다. 강제규 감독은 “도회적인 느낌 이면에 상큼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지닌 윤여정은 꽃 같은 금님의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배우였다”고 말했다.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수줍음 가득한 소녀의 모습부터 짙은 감성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윤여정은 극에 풍성한 재미와 감동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Q.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어땠나?
- 애초에는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하게 됐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성칠 역을 박근형씨가 하신다고 했는데, 최근 로맨티스트로 뜨고 계시지 않나. 그래서 하시는 게 당연한 느낌이었다. 제가 23살 때 <장희빈>을 할 때 박근형씨가 숙종이셨다. 그건 기록에도 없다. 그 시절에 장희빈과 숙종으로 만났었고 몇 십 년 후에 <꼭지>라는 드라마에서 만났는데, 그 작품은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고 남편이 원수 같은 여자였다. 서로 미워하는 관계였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45년 정도를 그렇게 만난 거다. <장수상회>는 역사적인 현장이다. 그래서 굉장히 의미 있게 찍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나도 아직 살아있으니까 우리 둘이 만난 것이다. <장희빈> 때 박근형씨가 저에게 그렇게 연기를 지적 하시더라. 그래서 이번엔 가르치지 말라고 하고 내 마음대로 했다(웃음). 숙종과 장희빈도 굉장히 사랑하는 관계였지 않나. 그렇게 보면 이번이 반세기 만에 만난 사랑이라는 것이다.

Q. 놀이기구 탈 때 조금 힘들어 하셨던 것 같은데 괜찮았는지?
- 놀이기구를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고 하더라. 나중에는 메스껍고 아주 힘들었다. 그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잠깐 타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그렇게 타고 있었어야 했다. 물론 강제규 감독이 테이크를 아주 여러 번 가지는 않았다. 배우에겐 축복인 것이다.

Q. 강제규 감독과의 호흡은?
- 처음에는 굉장히 걱정했다. 테이크를 한 번 아니면 두 번 정도에 오케이를 하니까 배우에게 거의 기대를 하지 않는 경우와 이 영화가 평소에 하던 영화보다는 소규모니까 대충 찍는 경우, 그 둘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해서 조사를 해봤다. 그런데 강제규 감독이 워낙 규모가 큰 영화를 많이 찍다 보니, 준비를 철저히 해서 한 번에 오케이 하려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그게 감동이었다. 고생은 안 하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준비를 워낙 완벽하게 하니까, 그래서 다음에 어떤 감독을 만나게 될지 걱정이다. 예를 들어 타임테이블에 5시에 종료 예정이면 4시에 끝나더라. 그래서 방황한 적도 있다(웃음). 저녁은 어디서 먹고 들어가야 하나 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