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국, 고조선, (고구려)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 대한민국(북한)
일 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을 침략하지 않았고, 단군께서 내려주신 ‘홍익인간’ 사상은 이화세계(理化世界),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신념을 가진 민족이다.

한울북춤연구원장 황보 영

그러나 새로운 종교·사상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역사의식이 많이 희석되고, 또 서구의 교육과 문화를 선망하여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 한편,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부모세대는 자녀교육에 등골이 휘어지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고 행복을 담보로 하여 남보다 더 낫기 위해 ‘내가 먼저’라는 이기적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비치는 부모들의 모습은 공동체의식이 확고한 국가관을 가진 것도 아니고, 가족우선주의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남보다 먼저’ ‘최고’가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북춤은 우리 민족의 집단무의식을 표현하는 메타언어요즈음 구미 선진국을 포함하여 외국에서는 우리 문화와 소통하려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이 자기들의 위상을 높이는 문화자본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그동안 파묻혀 있던 우리 문화의 원형이 모습을 드러내고 인문학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교육과 현실은 주입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100년의 드라마를 써왔다. ‘광복 70년, 미래 30년’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여, 그것을 일상생활에 접목하는 정신문화운동으로 선조들의 생활민속예술 속에 담겨 있는 원석을 가공하여 빛나게 가꾸어갈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둥~ 둥둥~ 둥둥둥~’ 북소리에 어깨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 신명이 절로 난다. 북춤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의 메타언어(meta language)다. 북소리에 사람이 만나고, 문화가 소통하고, 국가가 교류하고, 개인과 사회가 연결된다. 거기에는 상하도 없고, 좌우도 없고, 순차도 없지만, 혼란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어울림이 있다.
황보 영 한울북춤연구원장은 40여 년 동안 인쇄출판을 본업으로 하면서 ‘미래의 자원은 문화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전통생활민속예술로 전해 내려오던 북춤을 체계화하고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울북춤’의 근간을 장단에서 찾고 있다. ‘장단’ 속의 한 박자에서 열두 박자로 나누어진 박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네 마당으로 나눈  36개 동작에도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정리하였다. 한울북춤은 정형성·고정성을 거부하기 때문에 자유롭다. 그것은 북장단 12박자의 씨줄에 36개 춤동작을 날줄로 엮어서 얼마든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즉, 한울북춤은 장단과 춤동작이 만나는 접점(node)에서 비순차적으로 연결(link)되는 하이퍼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바둑을 생각해 보라. 19×19=361개의 접점에서 전개되는 놀이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한울북춤은 이보다 더 많은 12×36=432개의 접점을 연결하여 무한정으로 표현·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한울북춤은 우리 민족의 집단적 무의식을 표현하는 메타언어(meta language)다.

장단 1~12박자가 우주의 원리를 말하며 36개 동작에 의미를 담은 한울북춤은
백두대간을 따라 생겨난 소리, 그것은 뫼(山)나리 토리(메아리 소리)이다. 산의 큰 울림이다. 북소리 ‘둥~’ 하는 울림과 함께 하늘이 열리면서 땅이 깨어나 일어나고, 그 기운은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한다. 생활 깊이 우리의 삶과 함께 해 온 ‘농헌’ 한울북춤은 크게 네 마당으로 구성된다.
첫째 마당은 만남의 장이다. 동서와 남북으로 나뉜 인류의 다양한 문명공동체, 그들이 각기 지녀온 다채로운 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교, 혹은 개인주의와 단체주의, 이러한 모든 것들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보여 주고자 첫째 마당이 준비된다. 이 마당은 소통과 아우름이며, 만남의 시작을 연출한다.
둘째 마당은 기반의 장이다. 만남을 다지기 위해서는 기반이 필요하다. 이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만남에는 갈등과 대립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뛰어넘지 않으면 힘찬 도약을 할 수 없다. 이 마당에서는 등을 돌리고 패를 가르며, 나눠지고 찢어지는 그런 분열된 세상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합치고, 동서가 하나로 이어지는 상생의 마당을 연출한다.
셋째 마당은 도약의 장이다. 지금부터는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불통에서 소통으로 나아간다. 그 환희의 들뜬 가슴 속에서 대립과 갈등이 모두 녹아내린다. 꿈을 발산하는 대동한마당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마당에서는 벌떡 일어나서 자진가락에 맞춰 손뼉치는 환호의 소리에 분출되는 에너지는 어둠을 밝히고, 즐거운 삶의 시작을 연출한다.
마지막 마당은 화합의 장이다. 이 마당은 만남이자 치유이며 환희의 마당이다. 깨달음의 순간이 오고, 내 삶은 지금 가진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며, 모든 번민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열정과 도전으로 가득차 보일 것이며, 하는 일이 즐거워진다.
우리 전통문화는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한류열풍을 타고 전통생활민속예술은 꽃피기 시작하였다. 김덕수사물놀이패가 그렇고, 남사당패 소리가 그렇다. 한울북춤도 이제 한 사람의 독무로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너울너울 춤을 추는 네 마당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NM

우리 전통문화는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한류열풍을 타고 전통생활민속예술은 꽃피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