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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美 대사, 조찬 강연회서 피습 당해
한·미 동맹관계는 오히려 돈독해져
2015년 04월 06일 (월) 11:51:20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리퍼트 미국대사가 지난 3월5일 오전 7시 40분 경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장소에서 피습당했다. 리퍼트 대사는 우리마당 김기종 대표로부터 25cm 길이의 과도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서 기자 jslee@

리퍼트 대사는 김기종 대표의 공격으로 피를 많이 흘린 채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 치료를 받았다. 용의자 김기종 씨는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의 대표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오늘 테러했다. 전쟁 훈련에 반대하며 유인물을 만들었다”며 “전쟁 훈련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씨는 지난 2010년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대사 피습 당시 상황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공포로 바뀌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광경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세계일보 김민하 회장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김 회장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고문 자격으로 당일 행사에 참석해 리퍼트 대사와 함께 연단 바로 아래에 위치한 헤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헤드테이블에는 민화협 김덕룡 상임고문, 새누리당 장윤석·이주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안양옥 회장,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 미 대사관 소속 여성 통역관 등이 동석했다. 리퍼트 대사는 “보수와 진보를 총 망라한 인사들이 많이 왔다”면서 인사를 건넸고, 민화협 김덕룡 상임고문이 리퍼트 대사의 최근 득남을 화제에 올리며 축하했다. 이어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한국은 속인주의(屬人主義)이니 아들이 만약 한국인이 되길 원한다면 미국처럼 속지주의(屬地主義)로 법을 바꾸면 되겠다”고 농담을 하자, 리퍼트 대사를 비롯한 헤드테이블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 회장은 “테이블 동석자들이 환담을 나눈 뒤 식사를 하려는 순간 누군가 내 뒤로 돌아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갔다”며 “처음에는 리퍼트 대사에게 인사하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순식간에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편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35분쯤 리퍼트 대사가 도착하고 5분여 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자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 옆에 A4 용지 크기의 유인물을 내민 뒤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참석자들과 김씨를 저지하려는 관계자들이 뒤섞이면서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주변에 있던 경호원과 장윤석 의원 등이 김씨를 자빠뜨려 팔을 잡고 저지했지만 김씨는 저지당하는 순간까지도 소리를 질러댔다”면서 “테이블을 보니 흰 테이블 보 위에 유혈이 낭자했다”고 말했다.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의 만년필과 연설문을 챙긴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손병호 중앙회장은 “리퍼트 대사가 자리에 앉아 수프를 먹기도 전에 일이 일어났다”면서 “그 사람(김기종)이 앉은 자리와 리퍼트 대사의 자리가 3∼4m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가까웠다”며 “김씨가 갑자기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리퍼트 대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김씨의 선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규범 남북통일정부 대표는 “김씨가 다가오자 리퍼트 대사는 김씨에게 인사를 하려고 일어섰다”며 “그러자 김씨가 일어서서 악수를 청하려는 리퍼트 대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씨가 헤드테이블로 올 때까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현장에 경호원들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현장 등록 명부에 김씨의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이름표를 만들어 달고 들어온 것 같다”며 “출입 통제를 소홀히 한 주최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화협 관계자는 “김씨가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아무도 김씨가 이 정도의 일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전 행사 때도 자주 왔었고 행사 실무자와도 안면이 있어 현장 접수대에서 김씨를 들여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종, 대사 공격을 열흘 전부터 계획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씨는 범행 4일 전에도 사건 현장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3월10일 김씨가 운영했던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블로그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3·1절이었던 지난 3월1일 리퍼트 대사가 피습당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인접한 광화문 광장에서 독도 관련 서명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날 오후 8시 33분 이 블로그에 “96주년 삼일절에 독도 그림에 33인의 서명을 받아냈다”며 간이천막 밑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시민들의 사인을 받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게시물엔 전위예술가 무세중씨, 독립운동가 장용갑 선생의 아들 장재설씨,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씨는 이날 서명행사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시한 일본 방위백서를 분쇄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그러나 시점상 이미 이때는 김씨의 머리 속에 어느 정도의 범행 구상이 이뤄진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김씨가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 대사 공격을 열흘 전부터 계획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범행의 시나리오를 미리 머리속에 그려봤을 개연성도 높다. 범행 한 달 전인 지난 2월5일에도 김씨는 서울 광화문의 대형서점에서 버젓이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 주제는 ‘통일문화만들기’로 젊은이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문제는 김씨가 폭행 등 전과 6범의 전력이 있었음에도 독도와 통일의 간판을 내세우기만 하면 공식 활동을 벌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는 점이란 지적이다. 김씨는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 앞에서 열린 아이돌 공연을 앞두고 가수 팬클럽 회원과 시비가 붙는 과정에서 구청 직원을 폭행했다. 작년 2월엔 서대문구의 한 교히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강연 자리에서 한 관계자를 폭행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5월엔 일본 정부에게 집단적자위권을 규탄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다 제지당하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신발과 달걀을 투척하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김씨, 경찰 조사서 “우리나라는 반식민지 사회”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는 김기종씨가 경찰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반식민지 사회”라고 발언한 가운데 과거 그의 논문에서도 이런 사상을 엿볼 수 있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3월9일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1995년 12월 ‘남한 사회 통일문화운동의 과제’라는 제목의 숭실대 통일정책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김씨는 논문 서두에 “지식인이 중심이 돼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한 여러 노력들을 ‘문화운동’ 관점에서 민족 동질성 확보라는 이름으로 재조명해 보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논문의 큰 방향도 역시 ‘유럽공동체(EU)가 문화교류를 통해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뤄냈는데 단일민족으로 오랜 문화적 전통을 같이한 남북의 통일조건이 훨씬 높다’는 내용이다. 통일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김씨는 “동질성을 공감할 수 있는 민속, 국악, 전통사상, 통과의례 등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나아가 오늘의 민족 현실이 살아 있는 생활문화로써 공동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통일문화의 창출 노력’”을 들기도 했다. 70쪽 분량의 논문의 전체적인 방향은 당초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씨의 ‘반미’, ‘친북’, ‘반자본주의’ 등 성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김씨는 “오늘날 대다수의 자본주의 사회가 무차별한 경쟁의 결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전인류적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등 복잡하고 폭발성이 강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자본주의를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는 보다 평등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인류가 창출해 낸 체제로써 앞으로도 변화 발전함을 주지해야 한다”며 남한과 북한의 체제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적 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교육 받았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경제원리와 행위원칙에 긍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을 뿐이라고 의연하게 해석해 볼 여유가 필요하다”며 관대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통일에 대한 청년학생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열기와 관심이 장애에 부딪혔다”며 “정부 당국자나 경제인의 방북은 묵인하면서 순수한 통일 열정의 대학생이나 예술인, 종교인의 방북은 안된다는 건 논리의 모순”이라는 주장도 했다. 또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실천적 성과를 쌓은 통일운동단체의 활동으로 ‘한반도(조선)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범민족대회(범민족대회)’ 등을 꼽기도 했는데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범민족대회는 1990년대 북한, 남한 등에 결성된 범민련의 근간이 되는 활동이다. 범민련은 김씨의 논문 발표 후 1년여가 지난 1997년 대법원 판결로 이적단체로 규정된 단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외세’, ‘불순한 의도의 외래문화’ 등 표현으로 낮게 평가했다. 그는 ‘분단의 배후조정자인 외세와 그에 천착하는 일부 반민족적 행위가 끊이지 않음으로써 가시화되는 분단 고착화’를 통일운동의 배경으로 꼽는가 하면 “미·소로부터 불순한 의도의 외래문화를 직간접으로 받아들인 탓에 서로 다른 사회문화접변을 겪었음을 확인했다”고도 썼다. 20년 전에 발표된 논문이기에 현재 시점과 단순비교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북한·통일분야를 연구하는 A교수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서 1995~1997년은 북한이 고립됐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A교수는 “1995년 2월에 범민련 남측본부가 출범했는데 범민련이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폐지 등을 강하게 주장하다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됐다”며 “북한이 어려운 시기에 친북·종북주의자들은 북한에 지원을 더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논문에 대해 학교 측은 “당시 관계자가 공동체 문화를 중심으로 남북교류를 모색했던 재기발랄한 학생이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20년 전이라 논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美 “리퍼트 대사 피습은 개인에 의한 일회성 성격”
 미국 정부는 3월4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피습 이후 1시간 반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이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사건 직후의 첫 반응 이후 미 국무부와 백악관의 논평은 훨씬 누그러졌다.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후 연이틀 정례 브리핑과 성명에서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이 사건이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 “리퍼트 대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경호 허점과 보완대책을 묻는 미 언론의 질문에도 “서울은 매우 안전한 지역이며 평소 경호는 적절했다”고 감쌌다. 한국에서는 “테러 행위”라고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미 정부 공식 논평이나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 어디에도 이 사건을 테러로 지칭한 경우가 없다. 대부분의 미국 신문과 TV 뉴스도 ‘미 대사가 공격당했다’고 했지 ‘테러 당했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이 사건을 테러로 지칭하며 파장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기조는 이번 사건 자체가 돌발적이고 개인에 의한 일회성 성격이 짙다고 파악된 데다 한·미 관계에 영향이 없도록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 관계 악영향 최소화’ 원칙은 우리 정부와도 깊은 공감대를 이룬 부분이다. 특히 해외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전화하고 많은 국민들이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는 등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보인 큰 관심, 배려가 미국 정부 내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대리대사 출신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에 대한 비겁한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한국정부가 안보와 미국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상에서 트위터로 “한국민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함께 갑시다”라고 하는 등 피해자인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대처도 한몫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부상당한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자세와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응이 미 정부 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연설 후폭풍에다 이번 피습 사건마저 터져 상황이 긴박했는데 리퍼트 대사가 악재들을 모두 날려버린 듯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피습 계기로 한·미 관계 빠르게 호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올해 들어 잡음이 일던 한·미관계가 빠르게 호전되는 분위기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3월5일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에 의해 습격을 당한 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 대다수 한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 개인에 대한 한국 내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리퍼트 효과’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사건 당일 트위터에 “한·미동맹을 증진시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관계 악화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미국 국무부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을 한·미관계 균열 봉합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해 연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추가제재 행정명령과 올해 1월 ‘북한 붕괴 가능성’ 발언, 지난 2월 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공동책임 발언 등으로 증폭되던 한·미 양국간 엇박자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게다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가 진보단체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진보단체를 바라보는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내 정치지형도 당분간 진보진영에 불리한 쪽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피습사건 직후 침묵했던 북한당국도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 후 한·미 양국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양국정부가 이번 사건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월8일 한국 내 종북공세에 반발하는 보도문을 내고 김기종씨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 빗댔다. 조평통은 리퍼트 대사에 대한 한국 내 우호적인 여론 확산을 우려한 듯 리퍼트 대사를 ‘식민지총독’으로 규정하며 비방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시도가 김기종씨에 대한 비난여론과 리퍼트 대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잠재우기는커녕 국제사회로부터 테러지원국이란 비난을 더욱 자초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김기종씨가 사건 직후)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한·미관계를 약화시키려 한 행동이라고 밝혔는데 오히려 의도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 테러방지 관련 법안 마련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테러’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작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 중이다. 3월5일 국회에 따르면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 정부가 제출한 ‘테러방지법’을 시작으로 17대 국회 3건, 18대 국회 2건, 19대 국회 들어 3건(사이버테러 포함) 등 모두 9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18대 국회 이전까지 제출된 6건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서는 2005년 3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테러대응체계의 확립과 대테러활동 등에 관한 법률’, 2005년 8월 조성태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법률’, 2006년 3월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 등 3건이 있었으나 모두 제대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 23명이 제안한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과 송영선 전 한나라당 의원 등 11명이 제안한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2008년과 2009년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국가대테러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대테러활동과 관련해 국내외 정보 수집 및 분석과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을 위해 국가정보원장 소속의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센터의 장은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또 테러로 인해 신체나 재산의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치료 및 복구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두 법률도 모두 2012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유사한 내용의 대테러방지 관련 법안이 정보위원회에 여러 건 접수됐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 등은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을 2013년 3월 발의했다. 최근에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등 73명의 의원들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제출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4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테러방지법안을 당 중점 법안에 넣어 조속히 지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사이버테러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과 사이버위기관리를 위해 국가정보원장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도록 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도 정보위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테러방지 관련 입법을 서두를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월5일 대테러방지 법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외통위원인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도 외교부의 긴급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야가 협조해 조속한 입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사드 도입의 필요성 강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 이후 여권에서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처리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부인 사드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3월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에 대해 집중 거론했다. 김무성 대표부터 “대한민국은 테러가 원천 불가능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사전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최근 빈발하는 테러에 대한 대비와 예비를 위한 입법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북한인권법의 4월 국회 처리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이 최고위원은 “북한 인권법은 대한민국이 국가적 의지를 가지고 위대한 통일조국을 향해 나가고 있다는 믿음을 줘 북한 주민들이 변화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담보가 될 것”이라며 “10년이나 방치돼 있었는데 4월 국회 때 북한인권법 처리를 꼭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8일 기자들에게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그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의 의견을 집약한 후 이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막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찬성하는 당내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사드 등을 주장했지만 이제 원내대표로서 우리당의 의견을 집약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드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문제로 리퍼트 대사 피습 문제와 연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3월 말경 정책의총을 열어 사드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치열한 당내 자유토론을 거쳐 당 의견을 집약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드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국회 외통위 소속인 원혜영 의원은 “중국은 아주 분명하고 강력하게 중국에 대한 적대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중국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반발을 감소하고 사드 배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원 의원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외교적이고 신중하며 주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런 사건과 관련해서 사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신중한 태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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