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氣畵·Feeling Art)’라는 독창적인 표현장르를 개척하고 ‘기의 형상화’를 통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표출하는 작가 금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 금경이 제시하는 화면은 형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추상화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재현으로서 기능하지 않으며 가장 본질적인 어떤 것, 들숨과 날숨의 조화로부터 음과 양의 조화, 무형의 기원인 기(氣)의 형상화다. 즉 기(氣)를 ‘畵’(그림)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작가 금경의 박사학위 논문 중 기화(氣畵)란 “추상적 예술로서 인간내면의 감정본질을 표출하고 우주만물에 들어 있는 정신으로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하나 되게 연계시켜준 결과물이다.”고 되어 있다. 즉 기의 회화적 형상화는 물리적인 방법을 배제한 정신적인 요소의 집결임과 작가의 작업행위도 정신세계와 연계된 정신성의 표출임을 강조한다. “정신의 자유로운 행위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표출방법이 필요하고, 그것의 한 방편으로 자연스럽게 몸과 정신을 무념의 상태로 전환시켜 힘을 모아 창작행위에 임한다”는 작가 금경은 예술표현에 있어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진정한 정신의 표출, 그것의 형상화에 큰 의미를 두는 작가다.

‘형이상의’ 세계 추구하며 미완의 인간과 자아 반영

작가 금경

작가 금경의 작업은 한 획에 정신을 모아 이루어져 작가와 작품을 이분법으로 분리시키지 않는 형이상의의 세계를 추구한다. 그리고 재료의 고민과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신으로 그리느냐에 주목한다. 즉 미학원리에 근거한 전통을 자기 체험으로 전환시켜 현재적 맥락으로 끌어온다. 이것은 즉흥적이면서도 우연적이고 속도감 있는 운율을 취하며 추상화의 맥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내면에 각인된 무의식의 축척, 또는 기억과도 무관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형상화한다. 선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조형요소이다. 다분히 빠르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격동성과 유려하고 담담한 단색의 동질성이 이중주를 이룬다. 화면전체를 지배한 선의 흐름은 정형화된 조형의식으로부터 탈피해 형상의 일탈을 추구한다. 붓질의 본질이 마치 응축된 격정의 감흥을 순간적으로 녹여내듯 속력을 지녔다. 가끔은 화면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뛰쳐나와 무한 우주로 치달을 태세다. 마치 붓끝에서 되살아나는 정화된 영육의 응집 덩어리 같다. 선으로 사물의 형세를 포착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굵은 선적 붓놀림은 면을 이루었다가 한 판의 춤판을 벌인다. 강약의 흐름만으로 완성되어지는 선의 뉘앙스는 미완의 인간과 자아의 반영이기도 하다. 화면이 짓고 있는 단색의 다채로운 표정은 전통의 메타포 뿐만 아니라 그를 모본처럼 따라다니는 인격도야나 자기수양을 내포한 듯 하다. 때문에 관자도 완결과 미완의 반복을 경험하며 한 판 벌어진 춤 속으로 뛰어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희열로 이어진 표현은 추상적이거나 치장의 타당성을 부인하며 최소한의 A=A가 되는 동어반복적이고 자기지시적 표현을 제시하기도 한다. 즉 예술가들을 재현자의 지위에서 완전한 창조자로 승격시키고자 한 미니멀적 성향도 동시에 품는다. 또한 정신으로서의 선, 그것은 우리 그림의 원천임을 상기할 때, 선의 동작으로 기록된 사의적 동양 미의식의 반영임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인의 얼과 혼 담겨 있는 예술 ‘기화’

작가 금경의 작업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거침없이 무아의 세계에서 희망을 방출하려는 자유의 몸부림을 표현한 것이다. 한 호흡의 시작은 자연의 기운을 표출한 것으로 거센 바람과 천둥번개를 친 다음, 힘차게 무한 창공을 향하는 희망으로 볼 수도 있다. 그의 작업은 우주 만물에 들어 있는 기가 움직여 생동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기는 그려지는 대상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려는 작가의 내면에서도 기운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의의가 있다. 즉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마음을 정화시키고 대상과 합일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는 작업을 하는데, 이는 기운이 생동하는 작품을 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 자세다. 작가 금경은 “기가 승화하여 신명 즉 흥과 융합되어 작품세계로 들어가면 곧 긍정적인 예술성의 기가 되는 것”이라며 “예술행위는 인간이 숨을 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기의 개념과 본질을 파악해 봄으로써 기의 역할은 기화에 중요한 예술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를 모태로 한 기화의 의미는 작가 금경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예술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 삶 영역에서 억압된 한의 문화가 흥으로서 승화되는 한국인의 긍정적 마음이 담겨 표출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훌륭한 그림이란 우리의 정서를 진지한 의도와 심오한 목적으로 가득 차게 해주는 심미안을 뜨게 하는 것일 터, 우리의 가슴은 세상과 조우하기 위해서, 또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 세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관심과 애착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작가 금경의 붓끝은 낯설거나 익숙했던 시간의 간극을 메운 창작인으로서의 자유를 머금고 있다. ‘기화’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로 계명대 서양학과에서 석사, 대구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작가 금경은 송하갤러리, 세종문화회관, 성산아트홀, 공아트스페이스, 등에서 열 차례 개인전을 가진 그는 부산시립미술관 10주년 개관 기념전, 한·러 수교 21주년 및 한·중수교 17주년 기념전 등에 참가하며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활동 중이다. NM

 

기를 모태로 한 기화의 의미는 작가 금경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예술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 삶 영역에서 억압된 한의 문화가 흥으로서 승화되는 한국인의 긍정적 마음이 담겨 표출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