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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낙태 허용 논란
제동 걸린 낙태 수술, 앞으로의 향방은
2010년 03월 04일 (목) 20:23:1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3일 상습적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해온 의혹을 받고 있는 산부인과 3곳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낙태에 관한한 무법천지라 할 만한 우리 실태를 개선하고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에 고발된 산부인과들은 국민들이 제보해 온 병의원 중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곳들을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 1월부터 한 달 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구조·제보 센터를 통해 제보를 받았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불법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믿고 기다렸으나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낙태를 계속 시술하고 있는 일부 병원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하루 1000명 이상의 태아가 불법 낙태되는 것을 방치해온 사법 당국이 이제라도 그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낙태 수술건수는 연간 약 34만건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2월 3일 불법 낙태 산부인과 병원 3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낙태근절 운동을 벌여오다 법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낙태시술 건수는 2005년 기준 연간 약 34만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낙태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불법 시술이 횡행하는 병원들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의사회 측은 “총체적인 사회 문제가 응집된 불법 낙태 문제를 방치해온 정부가 움직일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며 “정부 대책이 없으면 고소·고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 최안나 대변인은 “우리도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여성이 출산·양육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의사가 해야 할 역할은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며, 사회·경제적 해결책은 정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회는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목표로 낙태금지를 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최 대변인은 “1970년대 출산율이 높을 때 피임의 한 방법으로 낙태를 권장한 것이 정부”라며 “같은 논리라면 지금은 출산율이 낮으니 금지했다가 높아지면 또 허용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외면한 채 여성 개인의 비윤리성을 낙태 원인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근본적으로 낙태 문제를 해결할 생산적 논의는 겉돌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앞으로 낙태한 여성은 어떻게 처벌할 거냐’ ‘낙태를 도와도 방조죄로 처벌되나’ 등 범죄로 낙인찍는 시각부터 팽배하다. 양육·교육 부담이나 미혼모와 같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게 되는 사회·제도적 현실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낙태시설의 적법성이나 시술의 범죄 여부에만 매몰되면 생산적 논의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성이 낙태를 하게 되는 맥락이나 사회적인 경험 등이 함께 얘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혜정 서강대 교수는 “어떤 여성도 임신 중단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낙태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임신지속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생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개인의 몸 결정권을 지키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생명 존중’과 ‘여성의 선택권’은 배치되는 게 아니며, 낙태하는 여성을 범법자로 몰고 처벌하는 방식으론 음성적인 낙태 시술 등 부작용도 막을 수 없다”며 “싱글맘, 미혼모 등 온갖 이유에 의해 임신을 중단하게 하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불법 낙태수술 내용 언론에 공개
불법 낙태수술 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2월 5일 익명으로 제보된 충격적인 불법 낙태수술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의사회에 제보된 사례에 따르면 경남의 모 산부인과는 감기약을 먹어 낙태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면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해당 병원은 약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겁을 주며 서둘러 낙태를 받도록 종용했다. 충남에 있는 모 국공립병원 산부인과는 상당히 많은 불법 낙태 시술을 하면서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를 모두 ‘계류 유산’(뱃속의 태아가 이미 죽었는데도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으로 차트에 기록했다. 계류 유산의 경우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술이지만 불법적인 낙태로 판명되면 병원과 산모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하에 계류 유산으로만 처리하고 보험 청구는 하지 않는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서울의 모 산부인과는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여러 병원에서 거절 받고 온 어떠한 임산부를 막론하고 낙태를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병원은 금액이 큰 낙태를 받으러 온 경우 현금만 받고 수술을 해준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병원이 임신 여부를 확진하지도 않은 채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멀쩡한 자궁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수술을 한 뒤 낙태 처리물은 원장실 안에 있는 하수구를 통해 불법으로 수십년간 버려온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불법 낙태를 방치해온 책임을 통감해야 할 복지부가 적극 단속에 나서기는커녕 중장기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25일에 앞으로 불법 낙태를 단속하겠다고 한 장관의 약속을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복지부가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장관을 직무 유기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확산되고 있는 낙태 병원 고발 파장
   
▲ 국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낙태시술 건수는 2005년 기준 연간 약 34만건이다.
불법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병원’ 고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가 의사를 고발한 일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정부의 단속 의지가 미흡하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병원이 낙태를 중단하고 있고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불법 낙태 단속 방침을 밝혔을 때도 ‘빤짝’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논쟁이 본격화한 이번에는 그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낙태 단속에 머뭇거리면서 한편으로는 낙태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산부인과병원은 지난해까지 매달 50~100건의 낙태수술을 해 왔다. 건당 30만~40만원을 받았는데 수술이 많은 달에는 4000만원까지 벌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는 낙태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1월 말까지는 수술이 가능한지 문의해 왔으나 지금은 이마저 끊긴 상태다. 이 병원처럼 상당수 산부인과 병원이 낙태수술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산부인과 개원의 S씨는 “지난해 말 자정운동이 시작되면서 낙태수술을 중단한 의사들이 적지 않은데 그나마 조금씩 하던 곳조차 고발장 접수 후엔 거의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 가운데는 이번 기회에 불법이든 합법이든 정부가 확실히 정리해주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중단했다기보다는 일단 바람을 피하기 위해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곳이 더 많은 분위기다. 인천의 모 산부인과 병원 H원장은 “(낙태수술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지역 산부인과 의사들과 잇따라 모임을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낙태수술을 하루에 한두 건으로 줄인데 이어 12월 초부터는 중단했다. H원장은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는 미혼 여성을 위한 임신·피임 관련 비밀 상담을 홍보하고 있다. 이 병원은 아이 낳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확인되면 “병원을 방문해서 상담해 달라”며 사실상 낙태수술을 권하고 있다. 이 병원의 주말 예약은 꽉 차 있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는 이런 상황이 몰고 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인천의 H원장은 “작은 병원에서 숨어서 낙태수술을 하다 세균에 감염되거나 마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위험 부담 비용까지 요구하면 수술비가 오를 것이란 얘기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단속이 심하지 않은 지방에 가서 낙태수술을 받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심상덕 윤리위원장은 “이전에도 돈이 없는 어린 임신부들이 조산소 등에서 위험하게 낙태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걸 줄이기 위해서도 더 엄격하게 불법 낙태를 막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문제
프로라이프 의사회 관계자는 “낙태에 관한 한 무법천지라 할 만한 우리 실태를 개선하고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사법 당국이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2월 1일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MBC FM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이들을 향해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사 내부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낙태 근절’이라는 ‘목적’에 더 충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최 대변인은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비난을 받아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길만이 다 죽어가는 산부인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이번 고발 조치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두가 눈 감고 있는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낙태를 법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와 관련한 ‘풍선효과’(지방 병원이 낙태 시술을 하지 않을 시, 여성들이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로 몰리게 되는 상황)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는 낙태 자체를 줄이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풍선효과로 인해 서울에 있는 병원이 소위 대박을 치는 상황에서도 사법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며 정부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라이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의사 내부에서 논란이 될 뿐만 아니라, ‘출산과 임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가’와 관련한 사회문화적 논쟁에까지 연결된다. 같은 날 오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병원 고발 조치에 대해 ‘다함께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9개 여성관련단체는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낙태고발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각 단체 인터넷사이트에 올렸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아이를 기를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서,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할 행동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현재 유명무실한 낙태관련법과 관련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관련법은 강화할 것이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과 여성들의 경험을 고려하여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과 함께 성명을 낸 나영정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근절 운동은 과정이 아니라, 낙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고 있다. 나 위원은 “낙태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수십년 간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던 주제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는 생명 존중을 낙태 근절의 근거로 들며, 마치 ‘생명 존중’과 ‘여성의 선택권’이 반대되는 걸로 보이게 하는데, 그런 인식은 잘못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보지 않고, 개별적인 사람들, 여성들, 의사들의 비윤리성이 마치 (낙태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면서 “출발 자체가 잘못된 움직임이기 때문에, (낙태 병원 고발 조치가) 오히려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억압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며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행동을 염려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양심에 따라 하는 선한 생동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 신중히 고려했어야 했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것,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저출산 해결 위해 낙태 근절을 이야기 하는데,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이 해결되지, 낙태 근절은 불법 낙태 시술만 늘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낙태는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여성계의 시각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있다면, 사회경제적 문제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라며 그러한 문제제기가 자신들의 낙태 근절 운동과는 관련이 없다는 듯 선을 그었다.

낙태 논쟁의 두 가지 쟁점
   
▲ 싱글맘, 미혼모 등 온갖 이유에 의해 임신을 중단하게 하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낙태 논쟁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돼 왔다. 여성의 신체 자유와 태아 생명 존중의 충돌이다. 여성의 신체 자유는 1960년대 미국에서 미혼 여성에게 피임법을 가르친 사람에게 벌금을 물릴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상황을 크게 바꿔놨다.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을 들어 “낙태는 태아가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시점 이전(통상 임신 28주)까지 할 수 있고, 이를 금지하는 법률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했다. 여성의 권리와 대립하는 다른 가치는 태아 생명 존중이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 보고 어떤 형태로든 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가톨릭이 지배적인 나라는 낙태를 엄격히 제한한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는 헌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가치의 충돌을 해석한 사람이 미국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이다. 연세대 생명윤리정책연구소 이일학 선임연구원은 “드워킨은 임신 28주를 기준으로 그 전까지는 여성의 자유를, 그 이후는 태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대법원 판례를 해석했다. 그 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해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28주 이후에는 태아를 보호할 만한 가치가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90년대 들어 미국 대법원 판례가 일부 바뀌긴 했지만 여성의 자유와 태아 생명 가치를 저울질하는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는 70~90년 사이에 낙태를 완화하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특이하다. 여성의 권리와 태아 존중이라는 대립 구도가 깔려 있긴 하지만 다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바로 출산율이다. 한국은 96년까지는 산아제한의 주요 수단으로 낙태를 음성적으로 활용했고 2003년 출산장려로 정책이 바뀐 뒤에는 낙태를 저출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간 50만 명이 넘던 신생아 수가 49만 명, 48만 명으로 떨어지자 35만 건에 달하는 낙태에 눈을 돌린 것이다.

낙태수술 근절 운동에 대한 각계의 입장
여성단체 =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10여개 여성 단체는 2월 3일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가 낙태수술을 해 온 3곳의 병원을 고발한 것과 관련,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여성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낙태의 배경에는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과 경험이 존재한다”며 “이런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낙태는 근절될 리 없고 무면허 시설로 인한 음성적인 낙태시술이 증가해 여성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낙태 금지 정책을 펼쳤던 유럽 국가에서도 낙태를 위해 국경을 넘거나 무면허 낙태 시술중 수많은 여성이 사망한 역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용원)는 최근 소속 회원들에게 불법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중단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권고안에서 “불법 인공 임신중절수술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고, 앞으로도 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모든 회원들은 현행 모자보건법을 준수하고, 불법적인 중절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가 이 같은 권고안을 발송한 것은 현행 모자보건법이 낙태의 허용 범위를 ▲유전학적 정신장애 및 신체질환 ▲전염성질환 ▲근친상간 ▲강간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등 5가지 사례로 국한시키고 있는데 대한 반발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학회는 무뇌아와 같은 기형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실제로 학회는 이번 권고안에서 “현행 규정대로라면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 의심되거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 또는 방사선에 노출이 되더라도 인공 임신중절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는 의학적 측면에서 심각한 태아 기형이 있는 경우 임신 중절수술을 했지만 이제는 불법이 되는 만큼 더 이상 수술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현행법상 불법적인 낙태가 적발되면 의사와 임신부 모두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학회 소속 한 의료인은 “무분별한 낙태와 심각한 기형아에 대한 중절수술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또 차이를 둬야 한다.”면서 “학회가 정부에 모자보건법 허용기준 확대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준법투쟁’과 유사한 방안의 권고안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 정부의 낙태 접근법은 매우 신중하다. 원인이 복합적이고 그래서 단기적 극약 처방보다는 중장기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기적 극약 처방에는 불법 낙태 단속이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낙태 단속 방침을 밝혔던 때와는 다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산부인과학회·개원의의사회·시민단체 등과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낙태 관련 대책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상담제 도입 ▶산부인과 관련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지역별 산부인과 개원 불균형 해소 ▶산부인과 자정활동 강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발표된다. 하지만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이런 대책과 함께 불법 낙태 단속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낙태 제보 사례를 5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복지부는 “불법 낙태 단속은 사법당국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내심 단속에는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단속 권한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불법 낙태 처벌 규정은 형법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 권한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낙태 시술 의사 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사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자료 검토에 들어갔다”면서 “다른 일반 사건처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4년간 검찰이 처리한 낙태 사건은 30여 건으로 이 가운데 29건을 기소했다. 그러나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는 10건 미만이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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