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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
2022년 03월 06일 (일) 00:25:44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국제사회는 코비드-19로 시작된 2년 동안의 팬데믹 상황에 대해 올 봄을 기점으로 ‘종료’를 선언할 전망이다. 그것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1백억 도즈 이상의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위급 국면은 벗어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확산된다 해도 병증의 정도나 치명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먹는 치료제도 보급되었으니, 국제기구나 각국 보건당국은 코비드-19를 종래의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관리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 전망을 벗어나는 일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이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막연하게 상상할 수는 있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로는 충분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설사 누군가 설명을 잘 한다 해도, 그가 의도한 만큼을 충분히 알아듣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예상되는 변화 가운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가상현실’, 메트릭스(matrix)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접촉 없이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도 움직인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경험했다. 실제 만나지 않았지만 만나 회의를 열고, 실제 오고가지 않았지만 수업과 세미나에 출석했으며, 실제 접촉하지 않았지만 접촉한 것과 다름없이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고 차나 술을 나누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에는 많은 직장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운영됐고 출퇴근을 위해 사무실 공간을 사용하고 교통 라인을 유지해야 했는데, 어떤 분야에선 그게 없이도 얼마든지 직업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되었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유지하는 사무환경이 경비절감이나 시간 활용 면에서 더 유리한 경우도 발견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예상해온 변화이긴 하지만, 코로나라는 뜻밖의 변수가 등장하여 2년이나 되는 시간적 공백을 제공하면서 이 변화는 마치 계단을 차근차근 걷던 사람이 문득 몇 계단을 껑충 뛰어 새로운 층에 도달하는 것처럼 급작스런 현실이 된 것이다. AR(Augmented Reality)이라 불리는 증강현실 기반 기술이 대중화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던’ 일들이 급속히 현실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비대면 쇼핑, 비대면 세미나의 경우와 같이) 훨씬 더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의료계도 예외일 수 없다. 병의원에서 환자들 진단하는 기술을 대신할 기기들이 얼마나 빨리 널리 보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원격진료 기법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 가운데 우려되는 것은 인간소외(人間疎外)의 문제다. 서로 체온을 느끼며 교류하던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제 기계의 온도로 대체되고 있다. 마땅히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위험성은 더 있다. 거시적으로는 우주 항공과 천문학의 발달로 광대한 우주 역사의 베일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다. 인간이 좀 더 거시적인 시각을 갖게 될수록, 현실의 인간은 점점 더 왜소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 우주선에 실려 지구 밖으로 날아간 탐사선들은 최소한 50억년의 은하계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들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태양계조차 미세한 한 부분으로 전락하고 마는 거대한 은하계, 그 은하계의 길고 긴 역사. 그것을 논하다 보면 은하 안의 태양계 안의 지구 안의 한 대륙, 한 지점에 머물고 있는 인간의 존재란 얼마나 작아지는가.

80억 인구가 하나로 똘똘 뭉친다 해도 이 시야에선 구우일모(九牛一毛)처럼 작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존재, 인간의 생명이 더욱 작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천지(우주) 안에서 인간은 하찮은 지푸라기 같은 존재(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도덕경 제5장)라고 말한 옛 노자는 이 광대한 우주를 이미 내다보고 있었던 것인가. 큰 시야는 좋지만, 자칫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와 생명의 무게를 잊게 될 위험도 다분하다.

지금 우리는 ‘인간중심의 관점’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다. 사람이 없어도 사회의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잘 돌아가며 광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작고 미소한 존재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역시 인간이 아닌가. 우주를 의식하고 그 신비를 이해하며, 초개와 같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시공을 통찰하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정신적 존재가 아닌가. 지구의 주인은 아닐지라도, 인간 없이 누가 또 이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며 인간이 없이 누가 또 우주의 신비를 누릴 것인가. 개개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지만 인류는 대를 이어 지구를 향유하고 스스로 반성하며 이 행성을 지켜갈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훌쩍 도약하는 기술 발전 가운데 예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매트릭스 시대가 펼쳐진다 하더라도, 그렇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 스스로가 지켜야 함을 잊지 말기로 하자. 당신이 과학자든, 단순 노동자든, 정치 법률가든, 다른 무엇이든 ….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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