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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시대’ 2년,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2022년 02월 07일 (월) 23:14:11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유아기의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종종 까닭모를 열병을 앓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한번 크게 앓고 난 뒤에는 사고하는 능력이 크게 성장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기에게 지혜가 생길 무렵 발생하는 열이라 해서 이를 ‘지혜열’이라고 부른다. 청소년기에 겪는 ‘성장통’이라는 것도 있다. 특별히 병이라 할 만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인데, 주로 무릎 발목 허벅지 정강이 팔 등에서 나른함과 함께 통증을 느낀다. 역시 몸이 성장하면서 겪는 현상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사람들은 몸이나 정신적으로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긴다. 몸살을 앓기도 하고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하며,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크게 좌절하며 괴로움을 겪다가 회복된다.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시작되는 사춘기의 열병처럼 지극히 개인적 이유가 동기인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심리적 충격을 주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쨌건 인간의 몸과 정신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시련을 겪으며 그 때마다 거꾸러지지 않으면 반드시 더 성숙한 모습으로 극복하곤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속설은 이러한 일반적 현상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크게 보아 인류의 정신세계나 한 종족의 의식세계도 무수한 시련을 겪으면서 한 걸음씩 진보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을 겪을 때마다 기술이 발전하고 철학적 담론도 풍부해지며 그에 따라 ‘문명’이라는 결실도 성큼성큼 진보되었다. 시련 때문에 발전되는 것인지, 발전 때문에 시련이 불가피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어떤 문명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 조금 전까지 현대의 기술을 만들고 누렸던 세대와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내는 세대 사이에는 관점이라든가 가치관/세계관의 갈등이 필연적인데, 그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고 심하면 충돌도 빚어지지 않겠는가. 1900년 무렵 유럽에서는 왕정 아래서 농사를 짓던 세대와 새로운 기술혁명을 통해 산업을 일으키고 굳이 왕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신흥 시민세력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 1차, 2차의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2차 대전 때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규모로 충돌이 확대되었다. 새로운 기계문명 산업문명이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까지도 퍼져나가고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될 것이다. 전 지구가 하나의 문명으로 소통하게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 성장통이었을 것이다.
인류 문명사 전체를 통하여 가장 격렬했던 20세기의 변화를 거치고 나서 그 문명이 어떤 안정기(태평성대)를 누리는가 싶을 때에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졌다. 21세기 진입 시기부터 다양한 유형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바이러스 사태의 도래는(물론 예전부터도 늘 있던 위협이긴 했지만) 인류와 자연 사이에 본격화된 충돌의 여파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부터 사스 메르스 지카.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빠져나가지 못한 코로나-19 펜데믹이 인류를 크게 각성시키고 있다.
과연 지난 2년여의 펜데믹 상황은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많은 인명 손실이 있었고, 그 바람에 금세기 초반까지 누려온 결실의 즐거움이 멈추는 고통을 우리가 겪고 있긴 하지만, 이제 그 충격과 공포는 점차 진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행히도 핵전쟁이나 외계인의 침공과 같이 인류를 아주 멸절시킬 위협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정신을 번쩍 차리면서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드는 큰 충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펜데믹 2년여를 통하여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선 이 사태는 우리에게 지구상의 전 인류가 유기적 연결성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자연은 살아있어서 이 유기적 협력 상생망 가운데 ‘지구자연’이라는 유기체를 당당히 또 한 축으로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 됨을 일깨워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철도를 놓으려 한다면, 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의 모든 주민들에게서 동의나 양해를 구하는 것은 물론, 자연을 상대로도 ‘괜찮겠니’라고 묻는 정도의 존중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이런 협의 과정에 ‘생태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개념이 포함되긴 했지만, 많은 나라에서 거의 형식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왜 필요한가를 대다수 지역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를 동반한 펜데믹 사태는 올 봄을 기점으로 대다수 국가/지역에서 진정될 기미가 보인다.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높은 백신 보급률과 먹는 치료제의 등장 등으로 이제 독감 수준의 데미지만 감내하면 되는 상황이 가능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구와 함께 2년여를 앓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반(半) 영어(囹圄)의 상태를 겪었다. 생활 반경 가운데 늘 상존하는 위험 때문이랄까. 굳이 누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인 격리, 즉 일상적인 ‘자가격리’가 불가피한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문명 시계의 혹독한 열병 시기를 겪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얼마나 성숙되었을까. 무엇을 깨닫고 어떤 지혜에 눈을 떴을까.
하나의 전쟁이 지나간 후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듯,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인류는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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