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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는 곧 그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2022년 01월 06일 (목) 23:59:53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초상화는 인물화 중에서 대상이 ‘누구’라고 특정된 그림을 말한다. 초상화는 회화의 장르 중 작품 수가 가장 많다. 르네상스 시대에 독립적 장르로 성립된 후 20세기에 들어와 사진에 밀려날 때까지 초상화는 수세기 동안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초상화에는 시대상, 주인공의 상황,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 다층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도 녹아있어 그 풍부한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초상화 감상의 묘미다.

대상의 감정과 느낌, 인생 전달하는 초상화 제작
“초상화는 개인영달이나 소장용이기보다는 복제된 역사의 현장, 특정 인물의 기품과 명예를 비추는 거울이다.” 주목받는 작가 오동희 화백은 50여 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화혼을 불태우며 대상의 섬세한 표정을 터치하고 세련되게 성격을 묘사하는 인물화의 본질을 추구해온 국내 최고의 사실주의적 인물화의 대가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시간은 쏜살같이 뒤로 달아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예술이라는 수단이 있다. 예술가들은 언어로, 이미지로 지난 시간을 고정하고, 부재를 존재로 바꾸어놓는다.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행복했던 시간을 되새기고 쓰라렸던 과거를 어루만지며 이제 여기 있지 않은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초상화에는 한때 이 세상에 머물면서 행복과 고통을 맛보고 꿈과 욕망을 뒤쫓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 오동희 화백

전통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인물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개성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인물화가로 정평이 난 오동희 화백은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예민한 감각들이 인물의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화폭에 깊게 배인 조형의 언어, 수천 번의 터치로 완성되는 오롯한 삶의 초상, 매끈한 표면 대신 셀 수 없는 덧댐이 만들어낸 투박한 질감은 화면 속 대상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인생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터치로 이미지화하여 감상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그의 작품들은 인물화의 주된 요소인 신체의 비례, 얼굴 표정, 자세뿐 아니라 대상의 성격과 향기까지 담아내고 있다.

또한 서양유화의 기법을 따르면서도 서양 왕정초상화 특유의 과장된 위엄 대신 눈썹 결, 손등 힘줄눈가 주름, 혈관흐름까지 세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양초상의 세필 선묘법(線描法)과 헌정 정신을 잇는 그의 작품은 미학적 아름다움 외에도 당대의 복식과 장신구, 표정과 기품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오 화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다. 이에 대해 오동희 화백은 “초상화는 대상의 삶을 관조하고 한 순간을 포착해 인간의 얼굴을 묘사하는 작업”이라면서 “초상화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균형, 골격, 근육의 흐름도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색감을 보이는 대로 담아내기만 하는 초상화는 그림이 아닌 사진과 같다. 초상화는 곧 그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완성하는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정신까지 화폭에 담기 위해 심혈 기울여
역대 대통령 및 정·재계 인사와 프란체스코 교황,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엘리자베스 여왕를 비롯한 세계의 위인들, 만해 한용운 선생, 백범 김구 선생,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비롯한 저명한 인사들의 초상화를 제작한 바 있는 오동희 화백은 최근 한국무역협회 역대 회장들의 초상화를 마무리했으며, 대기업 총수의 초상화도 별세 전 완성했다. 오동희 인물화전을 비롯해 미술과 비평 러시아 초대전, MIFA Art fair, 오도의 초상화 갤러리전, 파리아트 페어전 등 국내외 단체전 50여 회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지난 2014년 MIFA아트페어 당시 ‘조반니 벨리니처럼 유럽 성화의 클래식함까지 잘 표현하는 훌륭한 화가’라고 칭송을 받았으며, 프랑스 파리 까루젤 뒤 루브르 살롱에 입성했을 때에는 “모나리자의 미소나 도송빌 백작부인의 우아함을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위대한 화가가 동양에도 있었다”며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는 그는 초창기 옛 사진을 복원 작업하는 정도의 ‘단순 초상화’에서 벗어나 두꺼운 캔버스에 유화를 이용한 인물화로, 신체의 골격과 근육에 대한 연구가 바탕이 된 누드크로키와 누드화를 거친 후 현재는 인물의 정신을 화폭에 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렇게 국내 최고의 인물화 대가가 된 지금에도 누드크로키와 골상학, 피부의 결과 근육의 흐름까지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연구하며 홍대 미술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이수할 정도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해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초상화 전문 갤러리인 오동희 갤러리도 개관, 종교를 초월한 큰 인물들 및 위인들과 명사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 자신의 작업실과 후학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동희 화백은 “예술은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초상화의 1인자로 역사에 기억되고자 생을 걸고 몰아의 세계에서 전력투구해왔지만 지난 50여 년을 돌아보자니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앞으로도 역사의 아이콘을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창작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고결한 헌사를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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