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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과 상용화 사이에 존재한다는 ‘죽음의 계곡’ 넘겠다”
2021년 12월 04일 (토) 00:00:24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생산 비용은 낮지만 재활용 비용은 많이 들어 벌어진 현상이다. 1950~2015년간 83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 중 63억t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12%는 소각, 79%는 매립돼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폐플라스틱에 대한 각국의 규제도 높아지고 있다. 플라스틱 중 99%는 석유를 활용해 만들어져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도 엮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통한 투자 판단 기준 중 하나로 ‘폐플라스틱 처리’가 떠오르며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PET 플라스틱 생분해’ 관련 기술 CJ제일제당에 이전
김경진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진 교수는 플라스틱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분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경북대는 김경진 교수가 개발한 ‘PET 플라스틱 생분해’ 관련 기술을 민간 대기업인 CJ제일제당에 이전하고 공동으로 후속연구를 진행키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경진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개발해온 기술들을 통해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최근 환경 이슈와 더불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크게 확장하는 시기가 도래하며 그간의 연구 성과에 의미를 더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률이 높아 ‘고품질 자원’으로 불린다. 사용 후 분리배출되면 파쇄·세척을 거쳐 재생 원료로 재탄생한다. 순도 등 품질에 따라 고품질(시트(sheet)·장섬유), 중·저품질(단섬유) 원료로 재활용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고품질 원료는 의류, 신발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한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페트병 약 30만t 중 80%(24만t)가 재활용되나 그중 고품질 원료로 쓰일 수 있는 물량은 10%(2만9000t)에 불과하다. 고품질 원료 물량이 달려 올해 중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페트 재생 원료만 7만8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김경진 교수

김경진 교수가 개발한 PET 재활용 기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발굴 및 개량하여 페트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분해 기술로, 다른 재생방법보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유색 페트 조각까지 100% 재활용 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기술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친환경 바이오기반 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기술이전은 특허청 지원(지식재산 수익 재투자 지원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지원(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김경진 교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이 플라스틱을 방관하지 않고 대항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선구자들의 끝없는 노력에 의해 미비하지만 PET 플라스틱 표면을 공격할 수 있는 효소와 떨어져 나온 파편을 먹으며 자라는 미생물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저는 자연의 노력들을 인위적으로 가속화하여 내구성과 활성을 높여 효율적으로 PET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들로 개량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답은 생태계가 플라스틱을 나무와 같이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생분해 기술로 폐 페트병을 단순히 부직포나 솜으로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트지나 옷감, 투명한 페트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자연 속 플라스틱 오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플라스틱 생분해 기술 상용화 위한 단백질 구조 및 개량에 몰두
김경진 교수가 이끌고 있는 경북대학교 구조분자생물학연구실은 산업 또는 환경과 관련된 효소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분석하여 분자적 기전을 찾고 개량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연구들은 경북대학교 구조분자생물학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영향력 있는 연구는 물론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경북대학교미생물연구소 소장으로서 연구소를 이끌며 미생물의 분리, 동정, 배양, 특성 분석, 대사 경로 및 효소 단백질 연구를 통해 미생물 자원 관리, 유용 미생물 개발과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분해 효소 뿐 아니라 아미노산, 당, 유기산, 지질, 바이오플라스틱 등의 합성·변환 효소 등을 연구하고 있는 실험실은 현재 국내 플라스틱 생분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단백질 구조와 개량에 집중해왔다. 지난 2018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PET를 분해하는 세균효소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잇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김 교수는 플라스틱 생분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벤처기업인 ㈜자이엔을 설립, 효소의 활성을 높이거나 PET 분해 효소의 열 안전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산업화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연구결과가 연구단계에 그치지 않고 산업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보다 원활히 수행하고자 창업했다”면서 “세계 최전선에서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기업과의 협약과 기술회사 자이엔의 창립을 통해 연구개발과 상용화 사이에 존재한다는 죽음의 계곡을 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향후 실험실 단위에서 연구된 PET플라스틱 생분해 기술의 스케일업에 집중하겠다는 그는 “CJ제일제당과의 협업을 통해 산업 스케일로 확대한 후 다양한 활용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겠다”면서 “처음에는 플라스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구조하나를 규명하며 시작한 연구가 이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까지 확대되었다. 이런 도전적인 기술의 가능성을 국내에 알리며 인류가 처한 플라스틱 위기를 이겨낼 해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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