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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친 삶에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
2021년 11월 05일 (금) 00:19:05 정재홍 webmaster@newsmaker.or.kr

 가을인데 뒷마당에 노란 민들레가 피었다. 앞 마당가에 심어둔 철죽도 한 송이 꽃을 피웠다. 뒤편 울타리에도 개나리 한 송이가 피었다. 세월의 방향을 잃은 봄꽃들이 이 가을철에 꽃을 피우고 있다. 길조인가 흉조인가. 자연의 질서가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인가. 사람 사는 세상도 이상해져 간다. 존경을 받아가며 훌륭한 일을 해야 할 위치의 사람들이 상식을 벗어나는 저급한 언어를 내뱉으며 대중이 보는 앞에서 볼썽사나운 싸움질을 한다. 왜들 이럴까. 창조주가 가장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은 호모사피엔스가 도대체 왜 이럴까.

온실가스로 말미암은 기후변화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행복하게 살아오던 지구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려  낮은 지역은 점차 바닷물 속에 잠겨져 가고 심지어는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잃는 나라도 생길 거라고 한다. 전보다 심해진 태풍과 홍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느닷없이 나타난 코로나는 모든 사람들의 입과 코를 막아버려 누가 누구인지 분간을 어렵게 한다.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끼리 서로를 경계시 한다. 정말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게 하고 있다. 어느 때는 이게 신의 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우리는 정신을 가다듬어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지구를 가꾸는데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내가 안물안 시골 땅에 들어와  묻혀 산지도 어느 덧 스무 해를 넘겼다. 아파트 생활보다 불편한 것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다. 사람이 제일 많이 먹는(마시는)것은 공기와 물 일텐데 이곳의 공기는 도시의 매연 공기보다는 깨끗하고 이 곳의 지하수는 언제 마셔도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밤하늘의 별도 안물안 하늘로는 찾아와 준다. 연못에서 한가로이 떠다니는 기러기는 마음에 넉넉한 치유를 준다. 여기서 나에게 모든 것을 잊고 한가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기러기와의 인연을 소개코자 한다.

  집 앞에 한 마지기 정도의 논이 있어 벼농사를 지었었다. 그러나 나오는 수입보다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아서 재미가 없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논을 연못으로 바꾸어 연을 심어놓고 때 되면 피어나는 연꽃을 보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바닥을 파서 지하수로 물을 대고 연을 심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르니 연이 번저 제법 많은 연꽃을 피워주었다. 그러던 차에 또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 올랐다. 기왕에 연못이 있으니 오리를 키워 오리가 연못에서 헤엄치며 다니는 그림도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다.

드디어 오리를 키우기로 집사람과 합의를 하고 오리를 사러 연산 5일장에 갔다. 연산은 대추로 유명하다. 대추를 한 되 사고 다음은 오리를 사러 장바닥을 돌아다니다 닭을 파는 곳을 찾았다. 오리도 파느냐고 물었더니 오리는 없고 기러기가 있다고 했다. 기러기라는 말에 신기해서 보여달라고 하니 모습이 흡사 오리 같았다. 주둥이도 오리처럼 넓적하고 발에는 헤엄치기 쉽도록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다. 병아리만한 크기인데 참 귀여웠다. 숫컷 두 마리 암컷 세 마리 다섯 마리를 5만원에 샀다. 장터 아저씨는 오리를 종이 상자 속에 넣어 넘겨주면서 크면 날아갈테니 도망가지 않도록 잘 조치를 취해주라고 했다.

  한 달쯤 지나서 내가 머릿속에 그린대로 물위를 헤엄치는 모습이 여간 예쁘지 않았다. 제법 자란  날개로 날개 짓을 하고 넉 달쯤 지나니 이쪽 연못가에서 저쪽끝으로 날기도 하고 지붕위에도 날라 올라갔다. 기러기를 팔던 아저씨 말이 생각이 났다. 크면 날아간다고. 기러기를 철망집 속에 가두어 키운다는 것은 애당초 나의 그림이 아니었다. 난 연못에서 헤엄치며 노는 그림을 그렸던 것 이다. 그러나 이백 평쯤 되는 연못을 망으로 뒤덮기는 무리였다.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한 친구의 말이 “ 기러기 한쪽날개의 깃털을 몇 개 뽑아주면 균형이 안 맞아 날 수 없다”고 알려 주었다. 그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 와서 기러기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차마 날개깃털을 뽑아 낼 수는 없었다. 얼마간 고민을 하다가 무릎을 치며 묘한 방법을 찾아냈다.

  물고기도 방생하는데 기러기도 지가 간다면 보내주면 되지 않는가. 날아갔다가 내년에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르고 혹시 아는가 하늘 박씨라도 하나 물어다 줄지. 내가 키운 기러기가 물을 박차고 푸른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너무도 황홀했다. 저 넓은 하늘로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기의 원시고향을 찾아 가는 모습이 마치 나의 꿈도 함께 이고 떠날 것 같았다. 떠날 때는 그냥 무정히 떠나지 말고 나에게 날개 짓 인사라도 건네고 가라고 빌었다.

  기러기는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하려고 가을철에 우리나라로 오는 철새라 들었다. 기러기 노래를 들어보아도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가을에 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면 더운 여름에는 다시 서늘한 북쪽지방으로 돌아가는 것 일게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도 나의 기러기는 떠나질 않았다. 겨울이 되었다. 연못물이 얼어 헤엄을 칠수 없게 되었다.  기러기는 맨발로 얼어붙은 연못위를 걸어 다녔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오니 얼음판위에 빨간 핏자국이 널브러져 있고 내가 제일 예뻐했던 하얀색 기러기가 죽어서 퍼져 있었다. 아랫집에서 기르고 있는 개가  일을 낸 것이다. 정말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말 못하는 짐승이 한 짓을. 이미 저질러진 물 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다시 기러기 두 마리가 보이질 않았다. 혹시 또 사고를 당하지 않았나 이곳저곳을 찾아보아도 기러기 흔적은 없었다. 난 포기하고 아마도 멀리 더 좋은 곳 찾아 날라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해를 넘기고 금년 4월7일이 되었다. 보일러실 귀퉁이에서 아기병아리(?) 소리가 났다. 찾아가 보니 한 마리 남은 암기러기가  아기기러기 다섯 마리를 부화시킨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알을 품고 있는 것도 몰랐다. 하긴 그동안 암기러기가 자주 눈에 띠지 않았었다. 나는 들고양이로부터 안전하도록 엄마기러기와 아기기러기를 철망집을 지어 옮겨 주었다. 우리 집에서 자연부화로 기러기가 태어나다니 고마웠다. 한 달쯤 지나 문을 열어주니 엄마기러기가 아기기러기를 데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엄마를 졸졸 따라가며 헤엄을 치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다.

지금이 10월. 반년을 자란 기러기는 어른기러기가 되어 집앞 길가에 까지 행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침에 나가면 모이를 줄줄알고 뒤뚱거리며 일열로 줄을 서서 따라온다. 우리 집엔 또 모모라고 불리우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있는데 어찌나 순한지 기러기하고 함께 논다. 세상 마음 좋은 녀석이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사노라면 코로나로 지쳐있는 나에게 분명하게 힐링을 선사해주고 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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