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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문해교육에 헌신한 ‘한국의 페스탈로치’
2021년 09월 07일 (화) 15:00:37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세계적인 교육개혁가로 어린이 교육에 일생을 바친 페스탈로치는 교육의 목적을 머리와 마음과 손의 조화로운 발달에 두고 노동을 통한 교육을 인간 도야의 근본원칙으로 삼아, 올바른 사회로의 개혁에 이바지하는 일꾼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황태일 기자 hti@

가난한 사람을 구하며 교육하는 일에 힘쓴 페스탈로치. 그는 모든 일을 남을 위해서만 베풀었을 뿐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사랑을 몸소 실천한 페스탈로치는 영원한 우리들의 교육자이자 선생님으로 남아있다.

배움에 목마른 만학도들의 향학열 북돋우다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교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무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의 행보가 화제다. ‘한국의 페스탈로치’라 불리는 이선재 교장은 가난과 질병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만학도들에게 문해교육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초능력과 사회·문화적으로 요구되는 학습능력 등을 두루 갖춰나갈 수 있도록 지난 60년간 한 길을 걸으며 총력을 다해왔다. 나라에서 하지 못하는 소외계층 교육에 평생을 헌신해온 이선재 교장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교육부장관상, 서울교육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이 교장은 양원주부학교,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운영하며 배움에 목마르고 불학의 한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위해 배움의 등불을 밝혀 주고 향학열을 북돋워 주고 있다.

▲ 이선재 교장

지금까지 양원초등학교, 양원주부학교,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6만여명. 현재도 매년 1,200여 명이 이 학교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15년 연속 졸업생 전원이 각종 대학에 합격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정규 학교 학제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며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찬란하다. 이곳의 졸업생들은 현재 박사, 대학교수, 사업가, 공무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못 배운 게 평생의 한이었던 만큼, 학습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학생들을 위해 이선재 교장은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일반 학교의 커리큘럼을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학 진학이 목표인 학생들을 위해서는 속성코스도 필요했다. 이선재 교장은 이러한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망을 해소시켜주는 한편, 생활현장에서 찌들고 황량해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다양한 특별활동도 추진했다. 시낭송, 합창, 국악, 영어회화, 영어연극, 한자공부, 글짓기, 컴퓨터, 하모니카, 걷기 동아리, 팝송동아리, 웃자 동아리, 문예 동아리 등 다양한 특별 활동반을 통해 각자의 취미와 특기 교육을 받도록 한다.

특히 20년 전부터 시작한 문예 창작반은 문학교육의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 문예 창작반을 통해 배출한 교내 시인은 103명이나 된다. 교내는 물론 외부 기관에서 유치하는 시 낭송회, 글짓기 대회에 앞다퉈 참가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글을 모아 ‘빛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행복충전소>, <날개를 다는 사람들> 등의 부제목으로 지난해까지 발간된 책은 총 33권이다. 이러한 교육에 힘입어 교사 3인을 포함한 학생들은 꾸준히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장르로 문단에 등단하고 있다.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은 “배움은 학습권이자 행복추구권”이라며 “언제 어디에서나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가 내 인권을 지키는 길이고 그것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피력했다.

교육 현안 해결 및 지역 문화사업 추진에 앞장서
(사)한국문해교육협회장, (사)학력인정초중고등학교전국연합회장을 역임한 이선재 교장은 소외된 계층의 교육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각종 연구활동, 세미나 개최, 도서발간, 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 생활수기쓰기 대회, 문해교육상 시상, 늘배움 소식지 발간, 문해교육 지도자 교육의 실시 등 우리나라 문해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이 교장은 학력인정학교의 학교안전공제회 가입과 학력인정학교 교원의 사학연금 가입, 교직원공제회 가입, 자격연수 참여법안 마련 등 학력인정학교 관련 많은 현안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역 문화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지난 1997년 마포문화원을 창립한 뒤 3대,4대 원장을 연임했던 이 교장은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지역 문화 창달 1호로, 공민왕 사당제를 격식 있게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조정의 미곡창고였던 광흥창을 비롯해 지역의 안녕을 비는 공민왕 사당제는 마을제사 형식의 민간전승행사로 이어왔다. 이에 이선재 교장은 옛 문헌을 찾고 지역 어른들의 고증 등을 거치며 정체성 복원에 매진, 사당제를 지내기 위한 누각을 복원하여 문화재로 등록하고 전통 제례의식도 정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마포나루 굿과 새우젓 축제의 복원에도 힘썼다. 마포는 조선 전기부터 수상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해 서해 어선은 물론 전국의 어염상선들로 붐볐으며 매년 5월 단오 이전 나루굿을 실시했었다. 이에 이선재 교장은 매년 5월, 월드컵공원과 주변 한강에서는 마포의 혼을 불러내는 마포나루 굿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10월에는 옛 새우젓 골 도화동에서 열리던 작은 새우젓 축제를 월드컵 공원의 큰 무대로 옮겨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찾는 서울 최고의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이선재 교장의 남은 소원은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약 600만 명의 성인들이 국가의 지원 아래 마음 놓고 교육 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교육 사업을 계속하는 것. 이 교장은 “국가가 배움에서 소외된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지고, 교육정책 결정자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들을 제시하여 대한민국에 비문해자가 한 사람도 없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리 학교에 찾아올 사람이 없어서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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