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한우브랜드를 자랑하는 강원도 횡성의 외진 산골자락에서 ‘소잡는날’이라는
한우정육 판매장과 식당을 운영하고있는 안병두 대표를 만나봤다. 본지의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에 대한 양해를 求하면서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공통적인 다반사인 영업의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 인사치례차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의외로......“너무나 편하게들 장사하는게 문제죠!. 아마 고생들 좀 할 겁니다. 그동안 신뢰보다 돈으로 손님들 상대하다 쪽박차는(?) 매장들. 장사치기들 많이 자빠질 겁니다! ”

▲ 안병두 대표

안 대표는 귀향하여 끊었던 담배만이 유일한 낙이 되었다고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농축협 중심의 독점적인 사육기반을 바탕으로 한 무질서한 지역의 한우 시장질서, 사상유례없는 산지소값의 폭등으로 인한 재래영세업자의 연쇄적인 도산,  군행정기관의 '횡성한우’ 조례발표 이후,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한 일부 생산자단체와 행정기관의 반목 등...
향후 국내 한우시장의 성패여부는 내부에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결론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처 검증도 되기 전에 정부의 수입절차를 무시한 행정과 이로 인한 촛불집회 등 여러 경제외적인 복합적인 문제로 미국산 쇠고의 전면적인 수입이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국내 우리 주부님들의 식탁에 항상 주메뉴가 될 것!’이라고 안 대표는 단언했다. 국내의 한우시장은 도시권에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산지에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아우러지는 대형농원 위주의 회사등 거대자본이 앞으로 국내 한우유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재래 영세식육점이나 요즘 우후죽순으로 개업하는 한우셀프식당들이 생존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귀향하여 만 3년만에 횡성지역 최고의 한우소매점과 식당을 운영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소비자에 대한 신뢰만이 생존의 길
안 대표는 생존의 길은 “소비자에 대한 신뢰”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식상한(?) 답변이었다.
2006년 7월, 개업과 동시에 쇠고기에 대한 이력과 등급별 판매제, 한우농가와의 장기위탁계약등 소비자가 믿고 살 수있는 바탕을 구축해오면서 안 대표는 ‘소잡는날’만의 신뢰를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매장의 살길은 직원관리와 고객관리 그리고 고기관리라는 명쾌한 답변을 듣고서 ‘소잡는날’의 생존법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래식당과 판매장들의 가장 어려운 고충이 직원들 수급과 관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소잡는날’은 “전국최고의 한우고기를 취급하는 매장에, 최고의 직원들로, 최고의 고객들을 만난다” 안 대표의 확고한 경영방침 아래, 입사 1년 이내에 주방부터 홀서빙 정육판매원 누구나가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야만이 정직원으로 채용을 하는 규정을 해놓고있다. 구태의연한 영업행태와 수동적이고 타성에 젖은 서비스 실천 등 직원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안 대표는 횡성인근지역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대우와 후생복지를 마련하되 매일매일 바뀌지 않으면 무조건 도태된다는 것을 각인시켜 직원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모습이었다.
 
재래시장의 공동판매장 계획 
“직원들이 주로 가정주부로 무조건 매장에 올인하라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금전적인 그이상의 보상으로는 내 사람을 만들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인생의 뚜렷하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잡는날은 직원들의 근무연수를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3년 이내에 ‘소잡는날’의 모든 것을 배워 각자 매장을 차릴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 3년 후에는 ‘소잡는날’ 직원 출신만이 체인점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안 대표의 직원관리 방침이자 직원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소잡는날’은 개업 이래 회원위주의 고객관리로 경기불황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체계적인 회원관리 시스템은 인근동종업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어 특히 후발 오픈매장을 하는 사장들에게는 많은 문의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마음이 가면 문은 열리지요. 내가 믿음을 줄 수 있는 뭔가를 마련해 놓고  보여야만이 고객이 나에게 문을 열지 않겠습니까? ”
단돈 500만원으로 시작하여 이렇게 성장하기에는 회원들의 무조건적인 덕분(?)이었다고.
회원고객을 살리면 ‘소잡는날’은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안 대표의 말속에 단골 고객회원이 10,000명이 넘는다는 얘기가 실감이 났다. 소잡는날은 생고기전문점으로 고기의 보관과 체계적인 숙성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매장 50~70평에 숙성고 7대의 시설면적이 20평을 차지하고 있다. 숙성고안에 한우고기 10여마리 분량을 보고 적잖이 놀란 가운데, 매장에서 기다리다 손님들이 고기가 없다고 푸념하며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숙성이 안되면 절대 출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름 성수기때는 거의 손님들을 되돌려 보내는 것이 직원들의 하루일과(?)라는 말에 정말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있었다.

안 대표는 요즘 지역의 동종업체 모임을 활성화하려고 노력중이라고 한다. 영세 재래매장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법인체 안에서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살릴 수있는 길... 생산농가와 밀접한 산지유통시장의 이점을 살려서, 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있는 재래시장의 공동판매장을 장기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인생이 별건가요! 평탄하다면 재미가 없지요!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되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닌가요!”
우직하게 다가서는 안 대표의 모습이 어쩌면 한우유통 시장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모처럼 기분 좋은 취재일정에 머리가 맑아지는 시간이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