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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예산 들인 ‘한강 르네상스’
당초 취지 무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 높아
2010년 01월 11일 (월) 20:07:4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한강을 새로운 문화와 관광의 명소로 변신시키겠다던 ‘한강 르네상스’공사가 지난 9월24일 여의도공원을 시작으로 난지와 뚝섬한강공원도 준공식을 가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공원 준공식 기념사를 통해 “한강을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이나 영국 런던의 템스 강처럼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새로 조성한 한강 수변 공원에 기름과 콘크리트 가루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 한강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한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연형 호안? 눈속임에 불과해

   

한강 르네상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에서는 수백억대의 예산을 들여 지난 하반기에는 한강 주변의 여의도, 뚝섬, 난지 공원 등을 개장했다. 하지만 준공식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11월 중반, 하천 전문가와 함께 새로 개장한 여의도 공원 곳곳을 살핀 결과 주변 생태계 뿐 아니라 한강의 수질, 시민 안전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들 한강 공원의 준공 예정일은 12월이었지만 시에서는 예상보다 2~3달 가량 준공식을 앞당기면서 졸속 공사 의혹이 일었고, 실제로 아직도 공원 곳곳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평상시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여의도 공원의 분수대 물에는 공사 잔여물로 보이는 기름이 둥둥 떠올라 연회색 시멘트 가루와 뒤섞여 있었다. 분수대 물은 다른 정화시설 없이 돌다리를 거쳐 그대로 한강으로 흘러가는 구조로 돼 있다. 실제 분수대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가 본 결과 그 일대 한강 물에도 시멘트 가루와 기름들이 그대로 떠 있었다. 이현정 서울환경운동연합 하천생태팀장은 “육안으로도 기름이나 시멘트 가루들이 그대로 한강물로 유입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같은 구조는 한강의 수질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서울시에서는 콘크리트형 호안(물가 비탈면에 설치하는 구조물)을 자연형 호안으로 재조성해 자연 그대로의 강변의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홍보했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이 또한 ‘눈속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팀장은 “자연형 호안이라고 해서 당연히 일반 강처럼 모래톱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콘크리트 대신 채석한 대형 석조를 깔아놓아 과거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새로 개장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시야는 넓어졌지만 과거에 비해 녹지가 줄어들어 삭막한 느낌이 들고 그늘이나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공원을 찾은 이 모(27·마포구 망원동)씨는 “예전에는 잔디밭이 한강 가까이에 있었는데 모두 콘크리트석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 조금 놀랐다”면서 “특히 그늘도 없고 바닥에서 열이 올라와서 여름에는 걸어 다니기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의뢰한 결과 한강 공원의 녹지 비율은 49%로 공사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강변 잔디를 없애고 그 자리를 콘크리트로 덮는 바람에 정작 한강이 잘 보이는 곳에서는 녹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침수가 잘되는 저지대는 물에 잘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석으로 조성하고 뒤쪽에 잔디밭을 만들었다. 콘크리트도 석회석으로 만든 것이라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잔디나 갈대밭에서 빗물을 흡수하면서 자연 순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콘크리트석으로 봉쇄해 이 같은 순환을 원천적으로 막았다”면서 “관리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한강 공원이 바뀌면서 철새들이 거주하는 주변 생태섬이나 습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의도 공원 중간에 자리 잡은 ‘플로팅 스테이지’에는 각종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하루 4번씩 조명과 레이저쇼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화려한 조명과 소음이 스테이지의 바로 뒤편에 자리 잡은 밤섬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정 팀장은 “새들은 보통 야행성인데 공연장의 빛이나 소음으로 인해 주변 새들이 영향을 받고 떠날 수 있다”면서 “여의도 공원 주변 뿐 아니라 반포 공원에 갈대와 억새가 많은 철새 군락지를 없애는 등 새들이 서식할 곳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한강 주변의 사업은 자연에 대한 배려 없이 너무 인간 위주의 설계를 하고 있다.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조경하천’, ‘공원하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시민들의 교통편의 제공 및 한강 관광 육성 차원에서 수상택시가 운행되는 만큼 연안여객선과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같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한강 수상택시
서울 도심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도입된 한강 수상택시 이용승객이 예상을 밑돌면서 운영난에 부닥친 업체가 서울시를 대상으로 지원요청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시는 ‘독점 사업권’을 받아 운행 중인 업체에 관련 규정에 없는 지원을 해줄 수는 없다며 일축하는 등 양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와 수상택시 운영업체인 ‘즐거운 서울’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교통난 해소 및 한강 관광개발 차원에서 지난 2007년 10월 수상택시를 도입, 서울 방화대교∼잠실 구간(30여㎞)에서 출·퇴근 및 관광용으로 운행 중이다. 업체 측은 4.8t급(11인승) 5척, 3.06t급(8인승) 5척 등 모두 10척으로 운행에 나서 지난 2008년 하루 평균 승객 115명에서 올해에는 146명으로 다소 늘어났으나 운영난은 여전해 매년 1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수상택시 건조비 등으로 21억 3000만 원을 투자했고 시는 예산 12억여 원으로 승강장 17개를 건설한 데 이어 2010년 승강장 3개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업체 측은 수상택시 운행 첫해부터 적자가 계속 이어지자 사업자를 선정한 시에 수상택시 역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 등과 같은 조건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업체 측은 시민들의 교통편의 제공 및 한강 관광 육성 차원에서 수상택시가 운행되는 만큼 연안여객선과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같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는 관련법을 어기면서까지 보조금이나 면세유 지원 등을 해줄 수는 없는데다 자율경쟁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수상택시 운행에 따른 적자가 심각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인운하 건설 및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에 대비해 수상택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같이 어려움이 큰 점을 감안, 시민 교통편의와 한강 관광 육성 차원에서 연안여객선이나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면세유 공급 대상은 연안여객선으로 제한돼 있고 보조금 역시 대중교통 운영 조례상 도시철도 및 시내버스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상택시는 대상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독점 사업권을 받아 수상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한강르네상스 사업 추진 등으로 승객이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업체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강 운하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강 운하’에 있다. 한강에 운하를 조성해 5천 톤 급 유람선을 띄워 서해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운하 사업이 기존 한강 다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에서는 ‘서해 연결 주운 기반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한강과 서해를 잇는 뱃길을 회복하는 한강 운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에 5천 톤 급 유람선을 띄우고, 용산과 여의도에 국제 터미널을 만들어 서울을 항구도시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유람선의 17배에 달하는 거대한 배가 한강을 떠다니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한강 다리 아래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일부 다리는 교각의 폭이 좁아 5천 톤 급 유람선은 지나다닐 수 없기 때문에 교각을 제거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다리 전체의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시에서는 다리 아래에서 폭 20m의 대형 선박이 다니기 위한 최소 공간으로 50m을 정했다. 그런데 한강 다리 25개 가운데 교각 사이의 폭이 50m 이하인 경우는 천호대교, 잠실철교, 잠실대교, 영동대교, 반포대교, 양화대교, 행주대교 등 7개에 달한다. 시에서는 지난 10월부터 1차 사업 구간인 김포-용산에서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양화대교와 행주대교의 간격을 조정하거나 철거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나머지 다리에 대해서는 계획을 잡지 않은 상태이다. 관동대 박창근 토목공학과 교수는 “교각을 한 개라도 철거하게 되면 다리의 전체 균형이 무너져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사전 설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각 사이에 배가 지나다니는 폭이 지나치게 좁게 설정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선박이 다니기 위해서 교각 사이 길이가 선박 폭(20m)의 3배, 즉 60m는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국제상설항해협회(PIANC)의 기준을 들어 폭을 선박의 2.5배인 50m로 정했다. 시에서 기준을 2.5배로 결정하면서 폭이 54m와 55m인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는 가까스로 기준을 통과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강 중간에 100-120m 폭의 뱃길이 조성되지만 교각 아래에서만 50m로 길이 좁아져서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지나게 된다. 서울환경연합 신재은 활동가는 “기준을 2.5배로 제시했기 때문에 3배였다면 통과하지 못했을 서강대교와 마포대교가 가까스로 기준치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미국토목학회(ASCE)에서는 애초에 안정성을 우려해 뱃길 안에는 교각이 없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강바람이나 조류, 기상 영향으로 선박이 궤도를 이탈했을 때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은 활동가는 “경부운하의 모델로 제시됐던 독일의 MD운하(사진참고)도 뱃길에 교각이 없는 안전한 형태인데 서울시에서는 좁은 교각 사이를 통과하는 모델을 내놓고 있어 시민 안전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내야 하는 것도 한강 다리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현재 한강의 평균 수심은 2.5m 정도인데 시에서는 대형 선박을 띄우기 위해 6.5m 깊이로 준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준설 과정에서 교각의 기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바닥을 지금보다 2,3m 더 파내야 하는데, 이때 지지대를 덮고 있는 표토층이 얕아지게 돼 교각의 기초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창근 교수는 “교각 주변의 표토층이 얕아진 상태에서 다리 사이로 대형 선박이 수시로 지나다닌다면 지금보다 안정성이 약해지는 것은 명백하다”며 “한강 다리는 서울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교각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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