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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보주의 시대 연 오바마 대통령
취임 1년간 오바마 정부의 성적은
2010년 01월 11일 (월) 19:54:46 안상호 기자 press83@newsmaker.or.kr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이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미국 역사상의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이었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은 30년 간 끌어 온 인종차별의 벽을 무너뜨렸다고 평가되었고, 유권자와 오바마 대통령은 신 진보주의의 시대를 열었다며 극찬을 받았다. 부시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을 피하겠다는 선거 공약으로 선거 당시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지지율 47%로 급격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많은 개혁을 주장한데 반해 그에 대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념적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1년을 평가해본다.

취임 1년 만에 맛본 민주당의 패배
   
승리와 환희의 함성 속에 새 역사를 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불과 1년 만이다. 지난 2008년 11월 4일 밤 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미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뜨거웠다. 미국 역사상 처음 탄생한 흑인 대통령을 모두가 반겼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오바마 지지율은 60%를 웃돌았고 비지지층은 10%에 머물렀다. 하지만 대선 1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1월 3일 실시된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은 전패했다. 승리의 영광이 컸던 만큼 그의 패배는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한다. 이번 선거는 비록 일부 지역 주지사와 시장 선거였지만 동부의 주요 지역인 데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주지사 선거여서 오바마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것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선거 패배로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집권 원년의 오바마는 적지 않은 정국 장악력 손상을 입게 됐다. 올해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 주지사 37명이 새로 뽑힌다. 1968년 이후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버지니아주는 2002년 이후 두 차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작년 대선 땐 오바마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59%의 지지를 얻은 공화당 밥 맥도널 후보는 59%의 득표율로 41%에 그친 민주당 크레이그 디즈 후보에게 큰 표차로 승리했다. 공화당은 부지사와 주 검찰총장 등 주 선출직 선거도 석권했다. 민주당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불릴 정도로 전통적 아성인 뉴저지주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오바마는 민주당 존 코자인 주지사의 재선을 위해 최근에만 세 차례나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공화당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크리스티는 49%, 코자인은 45%를 얻었다. 무소속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민주당 빌 톰슨 후보를 51%대 46%로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46%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취임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그의 지지율은 최근 갤럽 조사에서 50%, 비지지층은 41%까지 불어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라스무센 조사에선 지지율이 46%까지 떨어졌고 비지지층은 52%로 치솟아 지지층과 반대층이 역전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NBC 방송 공동조사에선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이 절반을 웃도는 52%로 조사됐다. USA 투데이와 갤럽 조사에선 오바마가 당파적 대립을 해소시키는 조정자라기보다 진보 성향에 치우친 지도자로 조사됐다. 건강보험 개혁과 아프간 추가파병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이 보수층의 반발과 이념적 양극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경제지표가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는 점을 알리곤 있지만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실업률과 바닥 수준의 체감경기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연결됐다. 그의 외교정책을 놓고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인색 하다. 오바마는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스마트 외교를 펼쳤다. 그럼에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대선 승리 1년을 기념해 외교 분야 전문가 23명으로부터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성적표를 받은 결과 평균 B- 학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오바마 취임 100일을 맞아 같은 조사를 했을 때는 평균 B+ 학점이 나왔었다.

미국 정치에 엄청난 변화 가져온 오바마
   
시카고에 모여 ‘우리는 할 수 있다’와 ‘변화’를 외치던 미국인들의 감격과 열정은 1년 새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오바마의 1년은 미국 정치에 분명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전임 행정부 시절 극단적으로 갈렸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 판도도 크게 달라졌다. AP통신은 지난해 ‘공화당과 당내 온건파들의 불확실한 미래’라는 기사를 통해 중도·온건 성향의 공화당원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의 아젠다들을 고집하는 공화당에 실망한 당원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 연방하원 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던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겠다며 전격 사퇴한 것은 ‘온건파의 이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AP는 “공화당 일부 당원들은 당 지도부가 두려워하는 금기어인 ‘L 워드’까지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L 워드’는 민주당의 수식어인 ‘리버럴(자유주의적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전의 공화당원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고 총기 소유에 찬성하지만, 과거 8년간의 ‘공안통치’에 신물내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다. 공화당에 대한 가장 뼈아픈 지적은 오바마의 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에게서 나왔다. 그는 “지금 공화당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인물은 러시 림보”라고 말했다. 극우파 라디오 진행자인 림보는 오바마에 대한 감정적인 공격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아왔다. 그런 인물이 공화당의 대변인처럼 비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공화당 내 온건파들이다. 공화당 지도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뵈너 의원은 CNN 방송에 출연해 “우리도 당 내에 중도파가 많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파 원로 격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 의장도 당 지도부에 “공화당이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면 반드시 중도파들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내 보수파들 역시 오바마 정부의 개혁안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의료개혁 논쟁에서 백악관과 거리를 둔 민주당 중진들, 증세에 대한 반발과 오바마 지지율 하락 등이 이를 보여준다. 오바마 정부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우파언론 폭스뉴스와 몹시 사이가 나쁘지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폭스뉴스 시청자의 39%는 민주당원 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폴리티코는 “민주당 핵심 브레인들도 이를 인식하고 폭스뉴스와 ‘물밑 제휴’를 하는 등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개혁 어젠다에 대한 성과 없어 지지율 하락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던 경제위기와 국론을 두 동강 나게 한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으로 말미암아 수렁에 빠져 있던 미국은 조지 부시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정치, 달라진 외교, 성장하는 경제를 원했다. 그런 시대적 요구에 맞게 피부색에서부터 정치적 노선에 이르기까지 부시와 차별화됐던 오바마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고 백악관 입성을 확정 지었다. 대선 승리 1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에 대해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많은 유권자는 오바마 대통령을 후보 시절과는 다른 프리즘을 통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더 나아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런 경향은 계량화된 여론조사 수치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오바마의 지지율은 70%에서 고공행진을 했고, 비지지층은 10%에 머물렀다. 오바마는 당선인 시절 남녀 성비와 노·장·청 세대비율,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인종적 안배는 물론 당내 대선 경선 라이벌과 야당인 공화당 인사까지 과감히 끌어안는 ‘탕평 조각(組閣)’을 단행, 나라 안팎으로 큰 관심과 찬사를 받았고, 이는 높은 지지율로 연결됐다. 그러나 오바마의 지지율은 취임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취임 한 달째에는 67%, 100일에는 64%가 됐으며, 6개월에는 평균 57%까지 하락했다. 급기야 대선승리 1년이 되는 요즘 갤럽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절반을 턱걸이한 51%이고, 비지지층은 43%까지 급속하게 불어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라스무센의 조사에서는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이 47%까지 추락한 반면 비지지층은 52%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의 공동조사에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이 오바마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웃도는 52%를 나타낸 것도 오바마에게는 달갑지 않은 뉴스다. 오바마가 이처럼 시련의 계절을 맞은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개혁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개혁의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다 이념적 양극화는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바마는 국정 어젠다를 압축하라는 주변의 줄기찬 권고에도 임기 첫해를 맞은 여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의욕 과잉’일만큼 개혁과제를 쏟아냈다. 최대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며 아프간, 이라크전을 수행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가급적 이 두 가지 문제의 해결에 집중해야 했으나, 40대 대통령 오바마의 의욕과 열정은 여기에 안주하길 거부했다. 결국 오바마는 관타나모 기지폐쇄, 중앙정보국(CIA)의 테러리스트 고문 진상 규명, 중동평화 협상 중재, 군내 동성애자 커밍아웃법 폐지, 기후변화협약 참여와 에너지 효율정책 추진 등에 이르기까지 전임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된 다양한 국정 어젠다에 매달렸다. 특히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건강보험 개혁은 보수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오바마 행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역대 미국 행정부가 마치 폭탄돌리기하듯 미뤄온 건강보험에 개혁의 메스를 갖다 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엄청난 도박에 나선 셈이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폭스뉴스 진행자인 글렌 벡과 라디오 진행자이자 대표적인 보수논객 러시 림보 같은 ‘재야인사’들이 오바마 저격수로 명성을 얻으면서 보수층의 대변자로 주목받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폭스뉴스는 대놓고 백악관과 총성 없는 이념전쟁을 벌일 정도로 정치적 금도도 무너지고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매케인 상원의원 딸 메건이 목청을 높일 공간을 확보한 것도 오바마의 진보·개혁노선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추가파병 문제를 놓고 취하고 있는 어정쩡한 입장은 보수층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아프간을 테러소탕의 주전선으로 삼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자신이 지명한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사령관이 최소 4만명의 병력증파를 요청하고 나서자 머뭇대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친정인 민주당의 엄호사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병력파견 주장에 맞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칫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외부에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집권 원년에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빠진 이유는 오바마의 정치적 지향성이 ‘좌편향’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좌우와 빈부를 가운데로 수렴하는 통합의 지도자이고자 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만 놓고 본다면 당파성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USA투데이가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미국인이 오바마 대통령을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당파적 대립을 해소시키는 조정자 역할을 하기보다는 진보적 성향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유권자가 아직까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좀 더 시간을 주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승리 이후 1년간의 성적표만 갖고 오바마 집권 4년의 성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나머지 임기는 물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마이웨이’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앞으로 국정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매겨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동시에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역량과 수완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Yes We Did’
232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 순간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 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더욱이 지치고 힘들었던 미국인들에게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의 전도사였다. 그의 젊은 패기와 담대한 꿈 앞에 피부색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물론 매케인을 지지했던 보수층까지도 그가 만들어낼 미국의 내일을 상상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아프간, 이라크전으로 수렁에 빠진 미국을 오바마라면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 기대했다. 오바마는 많은 미국인들의 기대와 바람에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로 화답했다. 동시에 국민통합과 책임감을 기치로 내걸면서 함께 역경을 극복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의 지지율은 취임 초 7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이 지난 그의 지지율은 50%를 기점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간신히 절반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2%로 나타났다. 왜 미국인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을까? 사실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추이를 보면 미국인들의 실망은 취임 6개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된 오바마에게 말보다는 행동, 청사진보다는 성과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 압류돼 거리로 내몰리는 가구들이 속출하고 있고, 6백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여전히 ‘YES WE CAN’만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그로부터 “우리는 해냈습니다, 이뤄냈습니다”의 ‘YES WE DID’를 듣고 싶어 한다.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 미국인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YES WE CAN’에 대한 평가였지 ‘YES WE DID’의 결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훨씬 많은 개혁 어젠다들을 집권 원년에 쏟아냈다. 그러나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는 말처럼 개혁의 성과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개혁 추진과정에서 이념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물론 오바마의 이른바 ‘부시 차별화 정책’에 따른 보수층의 반발도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건강보험 개혁은 보수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면서 국정운영에 최대 악재가 됐고, 아프간 추가파병 문제도 골칫거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아프간 전사자들의 유해가 도착하는 현장에 새벽 4시에 나가 거수경례를 할 정도로 오바마는 미국민들의 따가운 반전(反戰)여론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대화와 소통을 표방한 ‘스마트 외교’도 북한과 이란핵 문제, 對테러전 등에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오바마의 재선 도전에 중대기로 될 201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상황은 집권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들면서 오바마의 대선 승리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제문제는 대선이 끝난 후 오바마 당선인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 오바마는 곧바로 경제난 극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선자 신분으로 내각 명단을 확정할 때도 외교안보팀보다 경제팀을 가장 먼저 발표했고 경륜과 풍부한 시장경험을 갖춘 초호화 멤버들로 경제팀을 꾸림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인식시켰다. 취임식 직후 7천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경제살리기에 나선 오바마는 “3년 안에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단임 대통령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 경제난 극복과 자신의 재선 도전을 연계하는 식으로 배수진을 쳤다. 대선 승리 후 1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의 경제성적표는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1/4분기 -6.4%로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3.5%를 나타내 반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녹아내리던 주택시장도 바닥탈출을 알리는 신호들을 나타내고 있으며 파산위기에 몰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대형 금융회사들은 하반기들어 상당한 흑자를 내면서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 지급을 꾀하다 눈총을 받을 정도로 금융시장도 안정되는 양상이다. 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경제가 심각한 하강국면을 지나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전문가 43명 가운데 34명이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밝히는 등 경기침체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견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 드러난 경제성적표를 한 꺼풀 벗겨보면 문제점도 만만찮다. 3분기 성장률을 견인한 소비지출과 주택부문의 투자는 정부의 경기부양 프로그램에 의한 모르핀 효과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을 뿐 경제성장의 자생적 탄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례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주택건설 부문에 대한 지출은 2분기에 23.3%나 감소했다가 3분기에는 23.4%의 증가세로 급반전됐지만 이는 정부가 11월 말을 시한으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8천 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주택경기를 자극한 탓이다. 소비지출도 3분기에 3.4% 늘면서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 역시 부양책 효과가 주도했다.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 즉 연비가 나쁜 중고차를 처분하고 연비가 좋은 신차를 구입할 때 4천500달러의 현금을 보상하는 유인책으로 소비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에 더해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히는 가장 큰 골치는 실업률이다. 지난해 9월에 9.8%를 나타낸 실업률은 조만간 1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후 “성장률이 크게 올라간 것은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했던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7천 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쏟아 붓고도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적자만 늘린 것 아니냐는 힐난인 셈이다. 지난해 9월로 마감된 미국의 2009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 4천 2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전년의 3배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이런 천문학적인 적자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맞물려 오바마의 지지율을 50%선 아래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면서 추가부양책의 동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존의 경기부양 예산이 모두 소진되는 2010년 중반 무렵까지 미국 경제가 스스로 힘으로 성장궤도를 달리지 않는다면 오바마로서는 재선 도전에서 중대 기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국내 경제문제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는 오바마는 무역부문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교역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해온 오바마는 정작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진전을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경기부양예산의 집행에 따른 공공공사 발주와 조달에서 미국업체와 미국산 제품을 우대하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대해 오바마는 뚜렷한 반대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서는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해 보호무역주의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공격하는 쪽은 물론 방어하는 진영도 궁극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승자없는 전쟁’이라고 불리는 무역전쟁을 오바마가 먼저 불 지핀 것은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따가운 비판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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