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작품으로 날아오르다!

영화 <버드맨>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버드맨>은 2월 22일(현지시각)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총 4개 부문의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22일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감독으로는 첫 번째로 아카데미를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또한 <그래비티>로 작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던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다시 한 번 수상하며 2년 연속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영화 <버드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가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를 필두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연기와 춤을 추듯이 브로드웨이 백스테이지를 누비는 촬영, 신랄하지만 코믹하게 현실을 파헤치는 각본, 영화의 심장 박동처럼 리듬을 만드는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영화 <버드맨>은 아카데미 4개 부문 최다 수상, 골든 글로브 2개 부문 수상 등 압도적인 수상 기록으로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하며 제4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아카데미 수상으로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버드맨>은 오는 3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21세기 자화상

▲ 알레한드로 감독

원 샷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버드맨>의 시나리오는 독창적인 스토리답게 매우 색다른 협업으로 이뤄졌다. 알레한드로 감독과 <비우티풀>의 공동 각본가인 니콜라스 지아코본, 아르만도 보, 그리고 유명 극작가인 알렉산더 디넬라리스 주니어까지 네 명의 친구가 각자의 재능과 경험을 합쳐 탄생시킨 <버드맨>의 스토리는 뉴욕, 멕시코, LA 등지에서의 만남과 2년간의 스카이프를 통한 작업으로 완성됐다. 이렇게 탄생한 시나리오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리건을 비롯한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정확한 관점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 코미디와 비애, 환상, 현실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버드맨>은 자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좋아요’가 80만개가 달리는 소셜 미디어의 즉각적이고 환상에 가까운 ‘성취’ 그 이상의 존재임을 증명하려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에 대해 알레한드로 감독은 “자아와의 싸움을 꼭 다뤄보고 싶었다.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든, 부와 유명세를 갖추었든 그것이 일시적인 환상에 불과하다는 개념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진실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지적하거나 가르치려하지 않고 주인공이 겪는 고통스럽고 인간적이고 연약한 여정을 진실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버드맨>의 이야기가 연극에 대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리건은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영화배우이지만, 자신의 꿈과 점점 멀어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지아코본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자신이 모든 걸 다 아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다가도 곧바로 최악이고 너무도 평범하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버드맨 같은 목소리가 있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 감독·각본·프로듀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멕시코 출신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과 미국감독조합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기록을 보유한 멕시코 출신 가장 성공한 천재 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그는 첫 장편 영화인 <아모레스 페로스>로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21그램>, <바벨>, <비우티풀> 등의 영화를 통해 거장으로 성장한 그는 선원, 라디오 DJ, 영화 음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낸 다채로우며 사실적인 캐릭터들로 유명하다. 이러한 그의 재능은 <버드맨>에서 탁월하게 발휘돼 다양한 콤플렉스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로 살아나 실제 브로드웨이의 한 연극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듯한 영화로 완성되었다. 하층민, 혹은 이방인들의 지독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지옥도 같은 그들의 삶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아내는 그의 기존 영화들처럼, 그는 <버드맨>에서 전진도 후진도 불가능한 리건 톰슨의 절박한 상황 속에 관객을 빠지게 만든다.

Q.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버드맨’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주인공이 한 물 간 영화배우이고 연극에서 그의 또 다른 자아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는데 좀 구식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슈퍼히어로인 버드맨이 떠올랐다. 버드맨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시대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같았고, 버드맨의 목소리는 글로벌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잘 나타내준다고 본다.

Q. 어떤 주제로 이 영화를 구상했는가?
-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편안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 영화는 마치 나의 그런 영역을 파헤치는 수단이었다. 즉 이 영화는 나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남자가 겪는 고통스럽고 인간적이고 연약한 여정을 진실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Q. 연극을 공부한 경험 덕분에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인가?
- 나는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연출을 좋아한다. 특히, 나는 배우와 영화 간의 논쟁에 끌렸다. 인기 배우들과 실력은 뛰어나지만 인지도 없는 배우들. 그들은 항상 연극계에서 싸우고 있다. 연극계가 인간의 본성을 파헤칠 수 있는 풍성한 배경 같았다.

Q. 롱테이크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 주인공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관객들이 복잡하고 폐쇄공포증처럼 숨막히고도 필연적인 그의 평범성과의 조우를 리건의 입장에서 경험하기를 바랐다. 이에 그의 관점으로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분리가 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늘 그렇게 작업을 해왔는데,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니 힘든 작업이었던 동시에 가장 재미있게 찍었던 영화다.

# 영화 ‘버드맨’으로 높이 날아오르다 마이클 키튼
마이클 키튼은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기묘한 매력을 선보여 왔다. 이후 팀 버튼 감독의 호러 코미디 <비틀쥬스>로 그의 연기 생활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며,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 두 편에서 배트맨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명성은 <배트맨2> 이후 흥행작이 없는 그를 따르지 않았고, 잊힌 배우로 그의 화려한 전성기는 끝나는 듯 했다. 그런 그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만 같은 <버드맨>의 리건 톰슨 역으로 돌아왔다. 하나의 롱테이크 동안 열정, 의심, 후회, 야망, 분노, 친절함, 희망, 두려움 등 변화무쌍한 감정을 표현해낸 그의 깊이 있는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는 감정 속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Q. 리건 톰슨이라는 캐릭터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 놀라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맡은 캐릭터 중에 가장 공감은 덜 가는 캐릭터이다. 우리는 배우가 직업이고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적이 있다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다. 불만투성이에 불안감이 말도 안되게 심한데 그 모든 것이 애잔하고 배우로서 흥미로웠다.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해도 좋지만 그는 용감했다고 생각한다.

Q. 배우란 본질적으로 불안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렇다. 매일 조심하지 않으면 불안에 먹이를 주는 셈이 된다. 기본적으로 배우는 두려움을 토대로 하는 직업이다. 물론 무대가 유일하게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이클 잭슨이 그랬다. 그는 무대에서 몹시 편안했고 그 밖의 장소는 불편했다고 한다.

Q. 속옷 차림으로 타임스퀘어를 달리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어땠나?
- 그런 부분이 바로 배우라는 직업의 묘미인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을 때부터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시작하고서야 이게 얼마나 미친 장면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잠깐, 난 지금 속옷에 검은 양말만 신은 채로 타임스퀘어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어! 이건 정신 나간 짓이야!’(웃음)

Q. 촬영 과정은 즐거웠는가?
- 정말로 즐거웠다. 매 순간 도전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연기를 하면서 항상 흥분되는 건 아니다.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했던 오랜 시기가 있었다. 좋은 소재, 좋은 배우들, 좋은 감독이 중요하다. 알레한드로 감독은 최고 중의 최고이다.

#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
동시대 최고의 배우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에드워드 노튼. 그는 브로드웨이 극단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 영화 데뷔작인 법정 드라마 <프라이멀 피어>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에드워드 노튼은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 블록버스터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그 흥행력까지 입증했다. 연극 무대에서 출발하여 현재도 브로드웨이 극단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는 <버드맨>에서 뼛속까지 연극배우인 마이크 역을 맡아 매혹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Q. <버드맨>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가?
-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었다.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컨셉이 없었음에도 그 자체로 정말 재미있고 신랄했다. 알레한드로 감독을 만나서 이 역은 바닥부터 올라온 사람, 연극을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나를 어필했다.

Q. 당신의 역 마이크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마이크는 허리케인처럼 등장한다. 리건과 달리 마이크는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이렇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얼간이 같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잘 아는 마이크를 조금씩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Q. 롱테이크 촬영 방식은 어떤 경험이었나?
- 익숙한 리듬이 아니라 더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이 영화는 모든 테이크마다 모든 배우의 책임이 따랐다. 그래서 다들 실수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졸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Q. 연극 무대 출신인데, <버드맨>에서 표현된 연극계와 연극배우들이 사실적으로 느껴지는가?
- 물론이다. ‘전구를 갈기 위해 필요한 연극배우의 숫자는?’이라는 농담이 있다. 답은 100명이다. 한 명은 전구를 갈고 나머지 99명은 ‘나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어’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브로드웨이 사람들이 완전 흥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계의 애증과 자기 방어적 자존심, 근본적인 탐욕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잡아냈는지 모르겠다.

#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 엠마 스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여배우 중 하나인 엠마 스톤. 2007년 <슈퍼배드>로 데뷔한 이후 상큼하고 독특한 매력을 뽐낸 <이지 A>를 통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헬프> 등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던 화제작에 차례로 출연하며 활달한 옆집 소녀와 같은 매력을 뽐냈으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그웬 스테이시로 캐스팅돼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20대 여배우인 그녀가 영화 <버드맨>에서는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까지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지지 않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연기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Q.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낌이 어땠는가?
- 읽자마자 푹 빠져들었다. 꼭 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느낌이 점점 달라진다. 리허설 때도 달랐고, 영화를 두 번 봤는데, 그때마다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정말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지만 그런 느낌이 점점 넓어진다.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에서 맡은 샘 캐릭터에 대해 말해 달라.
- 그녀는 리건이 잃어버린 것, 즉 진정한 유대감을 상징하는 존재 같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고통, 문신과 약물 중독의 원인이 아버지라고 여긴다. 리건과 샘은 단지 인정받고 싶어 할 뿐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주변 사람 모두를 잃어가고 있다.

Q. <버드맨>은 순서대로 연속 촬영을 했다. 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는가?
- 정말 드문 방법이다. 알레한드로 감독은 연대기적 특징을 정말 훌륭하게 표현했다. LA에 있는 야외 촬영장에서 리허설에 돌입했다. 모든 것이 연극 같았지만 공포가 더 심했다. 카메라를 신경 쓰면서 그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신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리허설을 끝내야 했다. 마치 안무를 완벽하게 하는 살아 숨 쉬는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