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박덕채 할머니는 89세의나이로 전국 최고령 대학 졸업자가 되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박덕채 할머니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배움의 시기를 놓쳤으나 나이가 들어 다시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들이 많다.

▲ 이선재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

이선재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의 행보가 화제다. 이선재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은 배움에 목마르고 불학의 한을 지닌 만학도들을 위해 배움의 등불을 밝히고, 한풀이의 터전을 마련해 향학열을 풀어주고 있는 인물이다. 이선재 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배움에 목마른 주부들 위해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 운영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6.25동란 중 함경남도 북청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전쟁고아를 가르칠 목적으로 세운 야학이 그 효시(嚆矢)다. 이선재 교장은 “병설로 배움에 목마른 근로 여성을 위한 일성일요학교(1978~1988)를 만들어 10년간에 걸쳐 무상 교육을 실시했다”면서 “나이 먹은 주부만을 따로 모아서 성인 여성을 위한 일성주부반(1983~1987)을 편성했고, 사회교육법의 제정으로 고등학교에 진학 못한 청소년들을 위한 일성여자상업학교(1985~1992)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성주부반으로 운영해 오던 주부반을 사회교육법에 의해 서울시 교육청에 등록하면서 지난 1988년 학교 이름을 양원주부학교로 변경하였고, 2011년 서울시 교육감 지정 문자해득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초등학교 과정은 검정고시 없이 학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또한 2000년 평생교육법의 발효로 성인 여성을 위한 서울시 교육감학력인정 2년 6학기제 일성여자중고등학교, 2005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인을 위한 4년제 학력인정 양원초등학교 설립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양원주부학교는 우선 실용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아울러 더불어서 함께 사는 방식을 교육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문학적 교양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육봉사를 생명으로 삼는 사명감 넘치는 교사들이 나서서 새 국민상의 형성을 위한 충효교육과 예절교육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 개척정신을 기르도록 해 자주적 생활능력을 함양하고, 학과에 전력을 기울여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 교장은 “양원주부학교는 학생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국제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나날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급수를 취득할 수 있는 시험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역사를 알아야 교양인이 된다는 인식 하에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고적지를 선정하여 연 1회 현장학습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키워나가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이 교장은 “지난 1993년 11월 2일에 창립된 양원지역봉사회는 현재 2,000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5,000원의 회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및 장애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찾아 나누고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는데 모든 회원이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 일성 졸업생들은 박사, 대학교수, 사업가, 공무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의 페스탈로치’, 평생교육에 헌신하다
‘한국의 페스탈로치’라 불리는 이선재 교장은 평생교육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선재 교장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학교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9년 연속 대학진학률 100%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석·박사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경영인을 배출하는 등 진정한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선재 교장은 “내 자신도 어렵게 공부를 해 왔기에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학교 이름인 ‘일성’도 구한말 이준 열사의 호에서 따온 것”이라며 “이준 열사는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이요, 또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이라는 유훈을 남긴 바 있다”고 소개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섰으나 성인 비문해 비율은 15% 이상. 이들을 위한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많으며, 심지어 성인문해교육 예산은 매년 삭감되는 추세다. 이에 이 교장은 “교육당국은 우리 일성여중고와 양원초등학교는 성인교육기관인데도 불구하고 학력인정 기관이라는 이유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교육과정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사)한국문해교육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인 이선재 교장은 그간의 교육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문해교육의 발전을 위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각종 연구활동, 세미나 개최, 도서발간, 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 생활수기쓰기 대회, 문해교육상 시상, 늘배움 소식지 발간, 문해교육 지도자 교육의 실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사)학력인정초중고등학교전국연합회장으로 활동할 때는 학력인정학교의 학교안전공제회 가입과 학력인정학교 교원의 사학연금 가입, 교직원공제회 가입, 자격연수 참여법안 마련 등 학력인정학교 관련 많은 현안문제를 해결했으며, 각종 세미나 및 행사개최로 학력인정학교의 지위 향상과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서울교육상, 서민대상, 제1회 대한민국평화대상, 국제로터리클럽 총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선재 교장은 “내 희망은 우리 양원, 일성여중고가 없어져도 되는 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