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작년 이맘때 대체 뭘 입었더라’, ‘왜 맨날 입을 게 없는지’ 하며 옷장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경우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새로 사자니 옷장이 터질 노릇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옷이 조금 상했다거나 유행에 떨어진다고 해서 쉽게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옷은 당장 입지 않아도 철철이 관리는 해주어야 하는 품목이어서 고민을 더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리폼’이다.

세상 단 하나 뿐인 ‘나만의 패션’ 완성하는 의류 리폼 장인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며 대다수의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성황을 누리고 있는 곳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이나연 리폼하우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새 옷을 사기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자신의 취향, 체형을 모두 고려해 단 하나뿐인 나만의 패션을 완성하고 싶어서 리폼을 의뢰하는 이들도 많다. 이나연리폼하우스 이나연 대표는 “옷이 아무리 예쁘고 화려해도 불편하거나 남의 것처럼 어색하다면 왠지 다시 입기 꺼려진다”며 “옷이란 나를 보호하고 편하게 해주는, 나의 개성과 인격을 표현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 이나연 대표

현재 리폼하우스에서는 전문적인 노하우와 뛰어난 감각으로 명품의류, 밍크수선, 모피수선, 그리고 정장리폼 수선 등 캐주얼까지 의류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거나 주어진 부분의 재생, 짜깁기·늘리기·줄이기·부분 수선 등의 수선부문 ▲모양 또는 외형, 디자인 변경이나 개성 중시의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 새로운 맞춤형 디자인, 유행이 지난 의류, 명품의류 위주의 리폼부문 ▲본래의 의류에 부분 디자인을 가미, 특정한 부위의 형태를 극대화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사이드 리폼부문 ▲새로운 의류의 신규 디자인, 특수의상 디자인/가공 등의 신규 디자인 부문을 아우른다. 특히 일반 수선집에서는 다루기 힘든 밍크뿐만 아니라 양복, 여성 정장, 캐쥬얼 의류 등 다양한 분야별로 10~20년 넘게 일한 경력자들이 포진해 리폼의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오늘날 기성복의 서양 패턴이 들어온 후 어깨선, 허리부분 등은 국내에 맞게 많이 변화되어 왔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이를테면 ‘구심점’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이나연 대표는 리폼에 있어서 1mm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체형에 딱 맞는 1mm의 정확성, 1mm의 오차로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차이로 매우 훌륭한 안성맞춤의 옷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명품 리폼 장인으로 손꼽히는 이나연 대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류업계의 트렌드는 제조와 생산에 더해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만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의류리폼의 발달과정을 유발한다”며 “리폼하우스는 의상을 몸에 맞추는 단순한 사이즈의 변화가 아닌, 주어진 소재를 활용한 트렌드와 의상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옷의 가치 지키면서 트렌드에 맞게 리폼
1990년대 초 ‘리폼’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의류 분야에 최초로 리폼이라는 신조어를 접목시키고, 오래 전 유행하던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예 맞춤형으로 개조함으로써 고객들을 사로잡았던 이나연 대표. 입기는 싫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좋은 옷들이 장롱에만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에 리폼을 시작한 후로 30여 년이 흘렀다. 때로는 리폼하는 것보다 기성복을 사 입는 것이 더 저렴할 때가 있지만 굳이 리폼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옷이라는 철학이 깊다. 이나연 대표는 “이런 고객들은 기성품을 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먼저 리폼해서 입는다”면서 “기성복은 내 몸과 옷이 타협해야 하지만, 리폼은 옷이 내 몸과 정확하게 하나가 된다. 이것이 리폼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고 강조한다. 이에 고객의 마음에 드는 그 순간까지 철저한 A/S를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리폼하우스는 ‘리폼의 고유명사’로 각인되면서 처음 방문했던 고객이 단골이 되어 꾸준히 찾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 거주하는 이들도 매년 택배로 리폼 의뢰를 해서 수선을 맡길 정도로 고객 만족도와 신뢰도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또한 수많은 방송과 언론매체에 소개되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이대 앞 리폼하우스를 정리하고 논현동 강남리폼하우스로 일원화해 운영되고 있다.

이나연 대표는 “리폼을 하면서 옷 자체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 그 옷을 구식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옷의 본질을 유지하며 리폼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처음에는 옷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고객들의 경우 실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옷의 가치를 그대로 지키면서 트렌드에 맞게 바꾸는 저의 리폼방식을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앞으로 리폼하는 옷의 양을 줄이고 품격 있는 리폼을 체계적으로 한 산업화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기존 리폼 기술자들의 재교육을 통해 1%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어 고객만족의 극대화를 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외국이나 원거리의 비대면 고객도 키, 나이, 기성복 사이즈가 있으면 완벽한 리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0여년의 리폼기법으로 새옷의 맞춤 제작을 시작하여 고객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나연 대표는 독창적인 패션 매니아를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장인의 노하우와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어서 향후 그의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