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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수술 1위’의 오명 쓴 대한민국
불법 낙태 시술의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돼
2009년 12월 02일 (수) 18:43:5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50만건 이상의 불법낙태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형법상 낙태죄로 기소되는 인원은 10명도 안 된다. 낙태 시술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연간 33만여 건으로 추정하는 반면 의료계는 이보다 2∼3배 많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보고서에는 연간 34만2000여건의 낙태수술 중 1만4900여건(4.4%)만 유전질환 등 법적인 허용조건을 갖췄고, 나머지 95%가량인 33만 건은 불법시술인 것으로 돼 있다.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 조사결과’ 보고서에도 전체 임신의 21.2%가 인공임신중절 수술로 이어지는데 합법적인 경우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진오비) 회원들이 지난 11월 1일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낙태 근절 운동 선포식을 개최하고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불법 낙태가 공공연히 행해지는 현실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인 낙태가 일선 산부인과에선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낙태시술을 돈벌이로 여겨 ‘바가지성’ 고비용을 요구하고 나서 의료계 윤리 문제까지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 등에 따라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만일 불법 낙태 시술이 적발될 경우 형법에 따라 낙태를 한 사람과 수술한 사람 모두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의하면 ▲임신 후 24주 이내에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등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등에 한해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산부인과에서 제한적인 낙태 허용규정을 편법적으로 활용해 낙태를 실시하는 한편 부당하게 높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겨 비난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2005년 국회에 제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각급 병의원에서 낙태 수술을 받은 건수가 모두 34만 2433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현행 모자보건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수술을 받은 건수는 4.4%에 불과해 불법 낙태가 무려 95.6%를 차지해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낙태를 할 수 있는 ‘낙태 천국’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15곳의 산부인과를 조사한 결과, 모든 의원에서 낙태시술이 불법적으로 시술하고 있었으며 일부 의원의 경우 소위 ‘돈벌이’에 치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남의 A산부인과는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어 편안하고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고 부득이한 경우엔 보호자 없이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결심했다는 직장인 이모씨(23)는 “낙태가 불법이냐”며 “여러 산부인과마다 비용이 너무 달라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씨는 “영양제니 불임 예방주사니 해서 여러 가지를 권하는데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낙태가 어려워진다기에 그냥 비싼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비싼 것을 골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들 산부인과에서 시행되는 낙태시술은 초음파 진단과 수술, 그 이후 영양제와 자궁유착방지제 사용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만일 수술만 할 경우 30~40만원 내외지만 선택하는 영양제 등에 따라 부수적으로 추가돼 최소 2배 이상인 6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낙태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낙태에 대한 정보가 어둡고 불법 시술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이다.

불법 낙태 90%, 정부는 ‘모르쇠’
   
성 개방과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낙태가 스스럼없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기록에 남지 않는 낙태 수술을 하는 병원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일각에선 최근 음성적인 낙태 건수를 포함하면 실제로 일어나는 국내 1년 낙태횟수가 150만 건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있다. 일부 젊은 층은 낙태를 ‘감기’보다 쉽게 생각한다고도 한다. 현재 국내 하루 평균 1,000~4,000여 명의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낙태는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체 낙태 중 90%이상이 불법 낙태로 집계되는 등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은커녕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 가족건강과 김기석 사무관은 “2005년 실태조사 이후 구체적인 집계를 하진 않았지만 피임약 개발과 생명존중 인식 개선으로 낙태가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불법적인 진료를 하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는 하지 않고 낙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약 5년 전인 2004년 이후 국내 낙태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조차 없으며 불법 낙태 시술 산부인과에 대한 법적 처벌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낙태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없는 한 ‘낙태수술 1위 국가’, ‘낙태 천국’의 오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낙태 근절 혹은 줄이기 위한 노력한 적 없어
   
현재 낙태 시술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확한 통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가 일선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해 34만 여건이라는 자료를 얻었지만 그것도 매우 부실한 자료다. 지금은 그때보다 출생률이 더 떨어져 낙태도 다소 줄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아마도 출산율보다 더 많거나 아니면 최소한 출산율에 버금갈 것이며 대략 하루 천명의 태아가 출생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렇게 수십년 간 방치돼온 낙태로 인한 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낙태는 준살인이며 태아는 출생의 권리를 애초부터 박탈당하는 일로 사회 전반의 윤리 불감증을 가져오며 낙태는 형법에 엄격히 금지돼 있어 시술은 곧 법을 어기는 일로 준법 의지를 약화시킨다. 또한 산모 본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과 치유할 수 없는 육체적 손상을 남길 수 있으며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렇듯 문제가 많은 낙태 시술이 지금처럼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분별하게 자행돼온 데는 이유가 있다. 낙태를 근절하거나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적 없이 우리는 모두 제 할일을 방기해 왔으며 산모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경제적 사정 혹은 아기가 기형이나 장애가 있을까봐 걱정이 돼 아기를 낳기가 어렵다고 해 왔다. 의료계는 불가피한 산모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낙태 시술을 자행하고 낙태 시술로 인한 수입을 포기하기 하는 것이 당장 경영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정도로 어려운 산부인과 여건 때문에 사회 제반 인프라가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고 변명을 해 왔다. 사회는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남의 문제처럼 보고 방치했으며 미혼모들은 도덕이 문란한 여성으로 손가락질하면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임신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장애인들의 인권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니 말할 것도 없이 뱃속의 태아들이 이상이 있을 경우 낙태를 고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태아는 자신의 몸속에 있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엄연한 한 생명이며 누구보다 산모 자신이 자신의 태아를 보호할 의무를 져버려선 안 된다. 정부는 임신한 여성은 미혼여성이건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건 여하한 경우에도 차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말로만 저출산이 국가적 난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 말고 당장 쉬운 일부터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면 되며 국민 모두는 미혼모의 아이든 장애인이든 아무런 차별 없는 수준 높은 의식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런 편견이 임신한 산모가 출산보다 낙태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무리 없이 낙태가 근절되기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일이다. 혹자는 낙태 근절 운동으로 낳고 싶지 않은 산모가 아이를 낳게 되는 부작용이나 혹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음성적으로 시술이 이뤄져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을 거론한다. 여지껏 낙태 문제는 뜨거운 감자라고 하면서 누구도 앞서서 만지지 않으려고 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임신 출산 그리고 낙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사회가 나서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깨닫고 모든 임신한 산모는 출산을 선택하도록 하고 산모와 태아, 아기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원하고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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