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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미투 고소 사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2020년 08월 08일 (토) 20:25:1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7월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7월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이날 오전 0시께 숙정문 인근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 7월9일 박원순 시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은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박원순 시장 딸은 이날 오후 5시 17분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성북구 길상사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을 토대로 북악산 자락인 길상사 주변과 와룡공원 일대부터 주변을 집중 수색했다. 북악산 팔각정과 국민대입구, 수림 지역에서도 수색이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후 5시 30분부터 이후 대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실종 전날, 서울시 전 직원에 성추행 혐의로 피소
박원순 시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의 입장을 정리하느라 주요 간부들과 밤 12시까지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의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녹지는 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로 업무에 열정적이었다. 앞서 오전 11시에는 기자설명회를 열어 “인류 생존 의제인 ‘기후대응’ 서울판 그린 뉴딜로 돌파하겠다”며 평소처럼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직원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전 서울시청 직원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지난 7월8일 고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비서 일을 시작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고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집무실 내부에 있는 침실에서 A씨를 끌어안고 몸을 만졌으며, 퇴근 후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사진과 문자를 보내고 A씨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A씨는 서울시청의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사직 후 정신과 상담 등을 받던 중 “엄중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선결돼야 한다”고 판단해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측은 고소인 조사와 함께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박원순 시장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어제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A씨의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게 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 측에서 근거없는 주장 및 내용의 무분별한 유포 자제를 요구했다. 지난 7월10일 문미란 박원순시장 유족 대리인은 호소문을 통해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리인은 “박원순 시장이 어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과 서울시 직원,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에 대한 장례를 치르고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날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에게 ‘호소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의 보도 자제를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누구보다 강인했고 열정적으로 일해 왔던 고인이었기에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인이 별 말씀을 남기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묻고 생을 마감한 이상, 그에 대한 보도는 온전히 추측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고인이 사회적 약자가 진정으로 보호받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필생의 꿈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떠난 상황에서, 이제 편히 보내드리면 좋겠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전 11시 50분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이 생전 작성했던 유서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유언장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며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며 “화장 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박 시장의 유언장은 공관을 관리하던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공개한 유언장은 공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것으로 유족들과 논의 끝에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변호사에서 민선 첫 3선 서울시장까지 역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로서 민선 첫 3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이었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시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에 입학했다.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진학했지만 유신체제에 항거하는 학생운동에 단순 가담한 혐의로 4개월을 복역한 후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박 시장은 훗날 “만약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냥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학점 관리하고 보통 사람처럼 살았을 텐데 감옥에 가는 바람에 내가 세상에 눈뜨고 시대의 중심에서 일을 하게 되고 사회와 나라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은 제적 다음해인 1976년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한 뒤 1980년 22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변호사로 전업했다. 개업 변호사가 된 박 시장은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권인숙 성고문사건과 미국문화원 사건, 한국민중사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사건 등을 맡았으며 국민연금 노령수당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끌고 ‘생활최저선’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던 박 시장은 정신적 지주였던 조 변호사가 작고하자 영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또 다시 인생의 전환점을 겪게 된다. 박 시장은 1995년 참여연대를 설립해 시민운동가로 변신해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개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사법개혁운동과 낙선운동 등 한국 정치·사회를 뒤흔든 이슈를 제기했고 시민운동계의 대부로 평가받게 됐다. 2002년에는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어 ‘소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기부와 모금으로 관심 분야를 넓힌 박 시장은 기부 받은 물건을 재가공해 수익을 기부하는 등 새로운 기부문화를 선보였다. 이후 2006년 시민참여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를 설립해 시민운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시장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가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해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으로서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수당, 도시재생,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원전하나줄이기, 노동이사제, 토건에서 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 등 수많은 사회혁신 정책을 단행했다. 박 시장은 강한 추진력과 성실함, 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 등을 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3선 시장의 경륜을 발휘하며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선 직후 공공주택 공급과 전기차 보급·충전소 인프라 확충, 어르신 일자리 사업 확대 등의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탈한 모습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해 ‘친절한 원순씨’라는 별칭도 얻었다.

정치권, 박 시장의 사망 소식에 충격 휩싸여
정치권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7월10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예정된 부동산 종합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와 충청권 예산정책협의외 일정을 취소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코로나19백신 개발 현황 현장 방문 일정을 미뤘다.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공식 일정을 최소화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인이 갑자기 저희 곁을 떠난 데에 대해서 모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이어 “워낙 또 박 시장님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도 크지만 또 제 개인적으로는 박 시장님하고 서로 같이한 지가 4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래서 너무 상처나 쇼크가 크다”고 전했다. 소속 의원들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원한 서울시장, 박원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로 애도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 윤준병 의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병욱 의원은 “시민운동가로 시작하셔서, 3000일이 넘는 기간동안 서울시장으로 대한민국 수도의 발전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박원순 시장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매우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구두논평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전날 저녁 박원순 시장의 실종 사실이 알려진 뒤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라며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고 입조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홍문표 통합당 의원도 역시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참 안타깝다”며 “박원순 시장의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 드릴 수 없을 정도로 참 답답하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서는 안 되는데 안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럽고 황망한 죽음 충격적입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 선임대변인은 “참으로 당황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 운동, 시신운동,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서울시는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궐위(闕位·직위가 빈 상태)된 경우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서 부시장은 제35회(1991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행정과장, 시장비서실장,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행정 전문가다.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을 무난하게 이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도 분명하다. 민선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 등 정부와 이견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선 기존 서울시의 방침을 고수하거나 힘 있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보궐선거는 내년 4월7일로 예정돼 있다. 새 서울시장 역시 이 때 선출하게 되며, 이전까지 약 9개월간은 서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뿐 아니라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함께 열린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며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시장직 역시 공석이 됐고 현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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