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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일본에 양국 간 협력 강화 촉구
日 경제산업상 “한국과 계속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하겠다”
2020년 06월 06일 (토) 02:07:5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5월12일, 수출관리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며 기업 활동도 위축된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끝내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대일 수입이나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양국 간 무역을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이제는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日 정부에 사실상 최후통첩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평행선을 그리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청와대의 11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한일은 양국 간 수출통제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국장급) 정책대화를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고 12월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다. 3월에는 서울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했다. 두 차례의 회의에도 양국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내건 사유는 크게 3가지다. 한일 정책대화가 중단됐고, 재래식 무기 캐치올(모든 품목) 통제가 미흡하며, 우리의 수출관리 조직·인력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유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지난 10개월간 다양한 조치를 취하며 적극적인 해소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이 여전히 무성의한 태도로 수출 규제 조치를 유지하자 지난 5월12일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제기한 3가지 사유가 모두 해소되고 한국으로의 수출에 문제가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일 정책대화는 지난해 12월 3년 6개월 만에 양국 국장급 공무원이 대화 테이블(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 앉으면서 해소됐다. 우리 측에선 이 무역정책관이, 일본에선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각각 대표로 나섰다. 올 3월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직접 대면하진 못했지만 화상회의(8차 정책대화)를 갖는 등 대화를 이어 갔다.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도 지난 3월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했고 오는 6월19일 시행된다. 이어 지난 4월28일 국무회의에선 산업부 내에 전략물자 관리를 전담하는 국장급 통상조직인 ‘무역안보정책관’을 신설하는 안을 의결해 지난 5월6일 설치가 완료됐다. 또 수출 관리 심사 인력도 대폭 늘려 일본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한 마지막 사유도 해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6시간을 남기고 전격 유예를 결정하며, 일본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연말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1개 품목에 한해 수출 절차를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 게 유일한 조치다. 특정포괄허가는 일본 수출기업이 일정 기간 정상적인 거래 실적이 있는 우리 기업에 수출할 경우 포괄적으로 수출허가를 내주는 제도로, 수출 규제 이전인 일반포괄허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품목의 대일(對日) 수입액은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 관세청 분류상 반도체 제조용 레지스트는 지난해 11월 1635만 2000달러에 그쳤지만, 지난 3월 3011만 3000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는 14만 1000달러에서 87만 8000달러로 올라섰다. 이 무역정책관은 “지난 10개월간 (규제 상황에서도) 건전한 수출거래 실적이 충분히 축적된 건 일본의 대한 수출허가가 정상적으로 나온다는 것으로 (일본이 수출 규제 사유로 내세운)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그간 정책대화를 통해 양국 간 신뢰와 이해가 충분히 쌓였고, 한국의 제도 개선 노력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촉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日 정부에 해결방안 촉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 정부에 조속한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가치사슬(GVC)의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해외공급망의 리쇼어링(국내복귀)에도 가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13일 홍 부총리는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제4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해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원상복구함으로써 협력의 미래로 나아갈 갈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문제해결방안과 관련한 일측 입장을 이달 말까지 밝혀 달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일본의 부적절한 수출규제조치 이후 300여일이 지나 거의 1년이 다 돼간다”며 “규제조치 직후 핵심소재·부품의 조달 차질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과 우려도 있었지만 긴급대응을 통해 이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수출규제 3대 핵심품목인 액화 불화수소(불산액)·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불화 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에 대해 미국·중국·유럽 등으로의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능력 확대, 관련 해외투자의 유치 등의 긴급대응이 수급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산액은 일본의 규제 이후 공장 신·증설을 통해 국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했으며 불화수소가스는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계획이다. 불화 폴리이미드도 공장을 신설해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며, EUV용 레지스트는 미국의 듀폰으로부터 약 3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국내 연구개발 및 생산기반을 마련 중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가치사슬(GVC)의 약화에 따른 우리 경제 파급영향 및 대응 시급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며 “자동차, 반도체 등 기존 주력산업과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소부장 기술개발, 소부장의 안정적 생태계 조성 등 소위 ‘K-소부장’은 K-방역 못지않은 중요한 당면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Post)-코로나 GVC의 재편대응’이라는 큰 틀 하에 ‘소부장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관련 해외공급망의 국내유턴(re-shoring)’ 등에 보다 가속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 4월 소부장 특별법 발효로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 5건의 과제에 대한 안건이 논의됐다.

먼저 정부는 ▲이차전지분야 제조장비 ▲반도체공정 필터소재 ▲반도체분야 로봇장비 ▲항공용 금속 소재 등 7가지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위한 ‘제3차 수요·공급기업간 협력사업’을 승인해 2025년까지 약 1600억원, 2030년까지 4000억원의 민간투자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요-공급기업간 합동 R&D·생산·판매 및 상생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프로젝트화하면서 정부도 기업수요에 맞춰 R&D, 정책금융, 제품인증, 공공구매, 규제특례 등 맞춤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핵심전략기술 선정 및 특화선도기업 육성방안’과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100 발굴·육성계획’을 통해 100대 전략품목을 구현할 100대 핵심전략기술을 선정하고 R&D, M&A, 세제 등 정부 지원으로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0대 핵심전략기술 보유역량을 갖춘 ‘소부장 특화선도기업’과 ‘소부장 전문 스타트업 기업’을 각각 100개씩 선정한다. ‘스타트업→강소기업→특화선도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를 구축해 현재 선진국 대비 60% 수준으로 평가되는 핵심전략기술 관련 국내 기술수준을 보다 빠르게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소부장 기업의 ‘기술개발→실증→양산’으로 이어지는 제품생산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32개 주요 공공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도 가동한다. 1만여명의 연구인력과 약 3만개의 연구장비, 그간 축적된 기술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모든 가용역량을 모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부장 기업들에게 기술·인력·시험인증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화평·화관법 등 환경·노동 관련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도 지자체 신청을 받아 연내 1~2개를 지정한다. 산업집적 및 경쟁력강화 효과, 기반시설 확보 등 요건을 갖춘 특화단지를 지정해 소부장 혁신생태계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가지야마 경산상 ‘한국과의 대화’ 언급
일본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인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의 해제 여부를 검토하려면 먼저 한국 측의 제도 개선 상황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관리를 규제 강화가 시작된 작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을 재차 요청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먼저 (한국 측) 제도 운용 실태를 확인하겠다는 자세”라며 특히 “(한국의) 수출우대국 복귀 여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수출관리) 정책과 개선 방향에 대해선 한국이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인식”이라면서도 “(개선된) 수출관리가 실제로 실행되는지, 그게 효과적인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 측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해제 요구와 관련해 “수출관리당국에서 국내 기업과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운용할 방침”이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관리(수출규제)는 국제적 책무인 만큼 이를 적절히 실시한다는 관점에서 국내 기업 및 수출 상대국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운용할 것”이라며 “(한국과) 계속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측은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의 제3국 수출 우려 등 ‘안보상 이유’ 때문에 이들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그보다는 자국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하다는 게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 정책관 회견 뒤 ‘한국 측의 제도 개선 실태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도했었으나, 이날 주무부처 장관인 가지야마 경산상이 ‘한국과의 대화’를 언급함에 따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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