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삶의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돌아보면 어느 시대에나 찬 바람은 불었을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이 삶의 구석구석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향후 짐작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신종코로나 감염증 때문에 전 세계가 크게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은 이어져야 하고 세상 역시도 이어져야 한다는 기존의 질서가 여지없이 깨지고 만 것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모두가 보이지 않는 의심 속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전전긍긍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가 손을 놓고 대책없이 약이 없는 병의 시간을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다 원심 복원력,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모든 예술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예술은 한 번쯤 다루어진 소재를 새롭게 응용하거나 상상력으로 깜짝 놀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모든 예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문학이다. 시나 소설이나 기초 예술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쉽게 태어나지 못한다. 원천적 영향의 힘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박무웅 시인

패스 브레이킹(path-breaking)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우주를 돌아오는 으르렁거리는 변혁의 다짐들을 마음속에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바르게 사는 일과 가치 있게 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박무웅 시인은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사업가로서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문학이 모든 예술의 기초가 되고 자신을 새롭게 하고 깨우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 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시와표현>이란 시 전문잡지를 발간하는 문학인으로 거듭났다. 박무웅 시인은 “문학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업가에서 문학인으로의 변신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박무웅 시인은 특유의 감각이 묻어 있는 시를 창작하며, 희생을 담보하는 문예지를 발행하면서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문학은 삶의 가치의 기준을 얻고자 하는 참으로 의미있는 힘이다.”
“시는 감정의 유로流路다” 시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는 말일 것이다 새롭게 깨어 있는 속의 것을 겉으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인간의 언어에 기초해 인간 정신과 감성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인문학의 핵심 학문인 문학은 인간의 사회적인 삶과 조건을 다루는 사회과학, 인간의 생물학적 삶과 환경을 다루는 자연과학과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여섯 번째 시집  ‘패스-브레이킹’
어느 시대이건 문화의 창조력은 언어로부터 나오며, 언어의 꽃은 바로 시다. 시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으로 빚어지는 결과물이다. 시는 가장 잘 정제된 언어로 이루어지는데, 언어를 가다듬는 일은 심성을 가다듬는 일과 서로 상통한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 중에서 <지상의 붕새>(2015년 작가세계), <공중국가>(2016년 시와표현), <끼, 라는 날개>(2017년 시와표현) 3권은 세종우수도서 연속 선정되었으며 이번 여섯 번째 시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제8회 한국예술상(<공중국가)을 수상하여 박 시인의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 여섯 번째 시집 ‘패스-브레이킹’

그의 시를 읽어 본다.

일합
풍란은 필시/ 어느 무사의 칼집에서 도망친 것이/ 분명하다/ 챙챙 칼 싸움 중에/ 파란 불꽃같은 씨앗 한 알/ 바위틈에 슬쩍/ 떨어트린 것이 분명하다
// 지친 칼의/ 후생이 틀림없다/ 전생에서 무수히 베었던/ 그런 목숨들 말고/ 무심한 바위를 쩍 베려는 것이/ 분명하다
// 보시라 이미/ 반쯤 갈라놓은 바위의 틈에/ 뿌리를 내리고/ 푸른 하늘을 / 칼집으로 쓰고 있지 않은가
// 필생의 일합(一合) 끝에/ 흰꽃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미학적 문학의 장을 마련하다
“문학은 우리의 삶에서 부풀린 감성의 터널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변형하고 표현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참으로 멋진 능력이다. 문학은 지식의 뽐냄이 아니다. 삶의 가치의 기준을 얻고자 하는 참으로 의미있는 힘이다.” 중소기업 CEO와 문학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다가 33년간의 돈 버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바꾸는 일’이라고 작심하고 문학의 길을 선택한 박무웅 시인. 그는 현재 계간 <시와표현>을 발행하는 것은 ‘시와표현’ 작품상, ‘신인상’을 운영하여 작가들에게 창작의 동기부여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문학은 사람을 바꾼다’는 특유의 정신으로 모교인 금산 중 고등학교에서 매년 1회 “雲泉백일장, 詩와 음악이 흐르는 청운 콘서트”를 운영하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시를 쓰는 일과 문학지를 발행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삶의 공간에서 상상력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라고 밝혔다. “요즘 나는 즐겁게 탈탈 털리고 있는 중이니까”라면서 “빈농의 아들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던 CEO에서, 지금은 詩人으로, 詩전문잡지의 발행인으로 나름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번창은 다름 아닌 詩에서 촉발했으니 다시 詩와 관계된 일로 늙어가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비록 나이는 점점 무거워지더라도 한때 꿈꾸었던 일들로 탈탈 털리고 있으니 행복한 일이 아닌가, 삶이 만족하니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