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옥 작가의 작품 <나르시스의 방>이 tvN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에 협찬된 것이 연일 화제다. 2017년에 열렸던 김춘옥 작가의 개인전을 우연히 보게 된 담당 PD의 모친이 사진을 찍어간 것이 계기가 되어, 3회부터 마지막까지 비중 있게 쓰일 작품을 선정하고 있던 PD에게 추천한 것이 극적으로 성사된 것이다.

논의 선상에 놓여 있던 수많은 작품들을 제치고 이 작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을 정도로 ‘여자 주인공의 자화상’에 가장 근접했던 이 작품은 “드라마의 묘사적인 측면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평을 받으며 종영 이후에도 여전한 호응과 판매 요청을 받고 있다.

신선영 기자 ssy@

나르시스의 시간
지난여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영된 TV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최 미카엘라’다. 미카엘라는 신이 만든 일곱 천사 중 하나인 미카엘의 여성화된 이름으로서, 성경에서는 죽은 사람의 혼을 신에게 데려가는 역할을 하는 대천사라고 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드라마 속 미카엘라도 죽어가는 사람들의 수명 시계를 보는 비상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미카엘라가 가지고 있는 자애로운 품성과 비애로운 감성이 절묘하게 녹아나 있는 작품이 바로 김춘옥 작가의 <나르시스의 방>이다.

▲ 김춘옥, 나르시스의 방, 70×70cm, 장지에 채색, 2017

<나르시스의 방>은 마치 제작 의뢰를 받아서 그리기라도 한 것처럼 미카엘라 그 자체를 대변하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있는 듯한 몰입된 눈빛과 열중한 입술, 그리고 꽃과 나비를 생성하는 듯한 신비로운 제스처가 상서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꽃과 나비’란 막다른 죽음 앞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개진해나간 미카엘라의 신념과 같은 것으로서 이것을 바라보는 두 눈가에 맺힌 눈물에서는 처연함보다 의연함이 더 강조되어 있다. 이러한 관조적인 아름다움이 환희로운 색채들과 어우러져 남자 주인공을 단번에 매료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 이상윤, 이성경 주연의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에 소개된 김춘옥 작가의 <나르시스의 방>

김춘옥 작가는 “‘미카엘라를 향한 마음이 별게 아닌 게 될 때까지 보겠다’며 남자 주인공이 이 작품을 사무실에 걸어놓는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 볼수록 그 마음이 깊어지고, 유일해지고, 견고해져서 떼어버리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며 “그러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 위치한 ‘우연플로라호텔’의 객실과 호텔 내부에 있는 카페 ‘플로라커피’에 이 작품 시리즈를 전시해두었다”며 “여행객들에게 서해 바다의 설렘과 함께 나르시스적 판타지를 오래도록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춘옥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까지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등 국내외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 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해 왔다. 현재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NM

▲ 김춘옥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