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사경’에 관심을 가지는 서예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경이란 경전을 베끼는 불교 수행법 중 하나로, 최근에는 불교 외의 영역으로도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황태일 기자 hti@

▲ 김경호 회장

최근 대중들의 사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물질문명에 대한 지나친 추종으로 인간성의 회복이 절실해지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기능을 사경이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전통사경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부활시키다
지난해 한국의 전통사경이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 진출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 10월 12일부터 12월 30일까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링컨센터 등 뉴욕시의 지원을 받는 33개의 예술단체 중 하나로 2012년 뉴욕시 랜드마크 건물로 지정된 뉴욕 플러싱 타운홀의 특별초대전으로 개최된 사경전에는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행사는 지난 5년간 타운홀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다양한 예술과 공연 및 전시 등 그 어느 행사보다 대성황을 이룬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기록되었으며, 조선시대 이후 단절됐던 한국전통사경을 세계 미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부활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현지인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시회의 시작일이었던 10월 12일은 <외길 김경호의 날>로 지정, 선포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언론 뉴욕타임즈는 전시기간 동안 매주 스페어타임즈난을 통해 총 12회에 걸쳐 한국사경연구회 초대전을 소개했고, 뉴욕 주요 언론사 중 하나인 데일리 뉴스는 전면기사로 한국 전통사경의 이미지를 담은 특별 편집과 인터뷰 내용으로 외길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과 한국사경연구회 초대전의 예술적 가치를 소개하는 등, 뉴욕 현지 언론들까지 많은 홍보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외길 김경호 선생의 작품 6점을 포함하여 총 52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큰 호평을 받았던 전시회의 출품작에는 전통사경에서 현대사경까지 망라한 것으로 재료나 소재로 보면, 금니(金泥)사경, 은니(銀泥)사경, 주묵(朱墨)사경, 묵서(墨書)사경, 만다라사경 등이 고루 포함되어 있었다. 김회장의 출품작 가운데서도 타운홀측에서 판매가를 20억 원으로 책정하였던 최신작 감지금니 7층보탑 ‘묘법연화경 견보탑품’은 하루 8시간씩 8개월을 소요한 대작(세로 7.5cm×가로 500cm)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감지금니 7층보탑 법화경견보탑품 변상도

7층 보탑 450기를 그리고 탑신부 각 층에는 법화경 견보탑품의 경문이 한 글자씩 쓰여 있으며 한 글자의 크기는 2mm~3.5mm에 불과하다. 뉴욕 초대전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김경호 회장과 한국사경연구회는 현지인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된 미국 특별전을 기념하는 귀국전을 지난 4월 3~9일까지 개최해 국내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진행한 뉴욕 초대전을 한국전통사경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과 회향하고자 전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뉴욕뿐 아니라 도쿄, 파리 등에서도 전시를 개최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전통사경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경, 코란, 만다라를 아우르는 새로운 양식의 사경을 창조

▲ 감지금니 7층보탑 법화경견보탑품

한국의 전통사경을 끊임없는 탐구정신에 의해 현대사경으로 진화시킨 김경호 회장은 국내 전통사경의 1인자로 불교미술사학자로 명성을 떨쳤던 故 장충식 교수로부터 사경의 역사를 배웠으며, 당대의 명필 故김응현 선생에게서 사경서예를, 한글 궁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꽃뜰 이미경 선생으로부터 한글서예를 최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전통사경분야 유일한 기능전승자로 지정된 김경호 회장은 시인과 시조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였고 서예가이자 사경 전문가로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서예지도자과정과 사경지도자 과정 책임강사를 역임했으며 동아문화센터·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불교문화센터·불교tv문화센터·원광대학교 서예학과 등에서 사경 강의 및 지도를 하였다. 개인전으로는 김제 금산사 개산 1400주년기념 서예초대전을 시작으로 전통사경 개인전을 서울(4회),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7회 가졌고, 전통사경 초대개인전을 서울(2회), LA, N.Y, 창원, 해인사에서 가졌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사경전의 커미셔너로 위촉되기도 했다. 특히 전통사경의 뛰어난 예술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 온 김 회장은 그동안 성경사경, 코란사경 등 외국의 사경도 연구해 왔다. 김 회장은 “한국의 전통사경은 1,7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인데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통사경의 기법과 요소를 좀 더 풍요롭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