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권 화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적인 마음을 조형성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신동권 화백은 지난 40여 년을 태양과 함께 살아오며 우주와 자연의 신비를 화폭에 담아왔다.

황태일 기자 hti@

▲ 지난 2005년 ECAL(유럽예술가도서관협회)과 미국 뮤지엄 오브 아메리카가 뽑은 ‘국제 현대미술가 20인’에 아시아 화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된 신동권 화백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서양화가다

‘한국이 낳은 동양의 기인’, ‘화실의 평수를 줄이면서도 불우 청소년 돕기에 앞장서는 정겨운 멋쟁이’, ‘국내 최다 작품 판매 실적을 낸 인기 화가’,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화가’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신동권 화백. 하지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다름 아닌 ‘태양을 그리는 작가’다.

태양과 나무의 대비 통해 희망과 꿈을 작품에 담다
지난 40여 년간 ‘태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던 신동권 화백. 무한함을 상징하는 솟아오르는 태양과 대지를 뜻하는 나무라는 한정된 소재로도 조금씩 다른 재료와 색채의 변주를 통해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창조하고 있다. 그는 “강렬한 태양과 나무의 대비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말해준다”며 “미래의 꿈을 나타내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라는 생각에 희망과 꿈을 작품 속에 담았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신 화백의 작업에서 주요 소재인 태양과 나무는 언제나 일직선상에 단정하게 존재하지만, 동일한 평면에 놓인 이들 모티브는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 원근법에 의해 어느새 높낮이를 지닌 운율을 띠며 단조로움을 벗어 던진다. 이렇듯 신 화백은 태양과 나무가 있는 서정적인 풍경을 통해 잃어버린 태초의 시간과 신비의 체험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한결같은 작품활동에 대하여 한 평론가는 “신동권 화백은 태양을 그리는 화가”라며 “보는 이들의 가슴 밑바닥을 뜨거운 긴장감으로 끓어오르게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동권 화백의 작품에서는 붉거나 때론 시리도록 푸르게 채색된 태양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따사로운 안온함보다는 안개를 걷고 솟아오르며 용틀임을 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 누구라도 장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 속으로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특히 그의 작품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단연 태양이다. 가장 근원적인 존재로서의 태양과 그 에너지를 받고 태어난 대지이자 인간의 상징으로서의 나무들은 강인하고 굳세어 보이며 세월의 흐름이나 풍파를 초월한 듯이 보인다. 특히 울창한 거목이나 인간 군무를 배경으로 둥근 해가 붉게 떠오르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라도 희망의 선물을 한 아름 받아든 기쁨에 사로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국제 현대미술가 20인’에 아시아 최초로 선정
지난 2005년 ECAL(유럽예술가도서관협회)과 미국 뮤지엄 오브 아메리카가 뽑은 ‘국제 현대미술가 20인’에 아시아 화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된 신동권 화백은 말 그대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서양화가다. 1977년 3월 가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1회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아세아 현대미술전, 중국 건국 50주년 기념 초대전 등을 비롯하여, 프랑스, 러시아, 독일, 우즈베키스탄, 미국, 아시아 각국에서 국내외 유수의 초대전을 500여 회를 가지며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현재 서울 반포동의 화실에서 40여 년의 세월과 인생을 태양과 함께 살아왔다. “누구든지 내 작품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라고 말하는 신동권 화백. 최근 그의 작품에서 나무는 일반적인 나무의 형상에서 추상화된 인간 군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꼬불꼬불한 완전한 형상이자 자신들의 근원인 태양을 향해 아우성치며 나가는 인간 군상들 중 하나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시련과 아픔을 이겨낸 후 희망으로 바라보는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원하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그 하나하나가 그 색상과 질감에 따라 매우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한 구성과 동일한 주제는 색채의 변주와 약간씩 다른 재료들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량한 겨울날의 풍경 같은 작품 속에서 무거워지는 마음은 붉은 주조의 작품을 통해 공상과학 영화의 이름 없는 혹성을 연상케 하며, 파란색의 하늘을 펼쳐내고 있는 작품들에서는 마치 밤의 한가운데서 별들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그의 작품에 담겨진 세계는 사계절을 느끼게 하는 시간의 흐름과 독특한 장소들이 존재한다. 이미지의 힘이 고단한 현실을 보듬어 주는 것처럼 신동백 화백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상적인 세계가 험난하고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릴지언정,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뮬라크가 지배하는 사회로, 이미지를 통해 위안과 살아갈 기운을 얻게 되는 것이다.

‘원초적 태양의 미학’ 독창적 예술세계 완성
“20대 무렵의 어느 시절, 우연히 동해바다를 찾게 되었다. 모래사장에서 안개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다. 당시 여러 가지 예술적 갈등과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번민하고 있었는데, 태양을 보는 순간 제가 추구해야 할 예술의 이정표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원적 낙원을 형상화함으로써 아직 도래하지 않은 앞날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동권 화백.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그의 작업에서는 우리가 꿈조차 꾸지 못했던 상상 밖의 장엄한 판타지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원초의 낙원에서 울려 퍼지는 창조의 화신 태양과 생명체를 소생시킨 대지의 뿌리가 빚어낸 위대한 하모니다”고 평한 바 있다. ‘태양’과 ‘나무’, 곧 ‘우주’와 ‘자연’이라는 두 범주의 대상을 동일한 평면의 공간에 담아냄으로써 스스로의 예술적 시공간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개념을 초월한 낙원세계, 그 통합된 세계로의 진입을 모색해온 신 화백은 마침내 원초적 태양의 미학이라 일컬어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는 꿋꿋한 전업작가인 그이기에, 절대 세계와 호흡하는 작가의 기백은 고스란히 작품에서 드러난다. 세상에 기웃거리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신동권 화백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붓질을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국민의 미학적 수준이 높지 않기도 하지만 사회 지도층 인사들, 재벌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선전 또는 과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미술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 화백은 “함께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확대되어야 예술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면서 “대중들과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공감, 이 아름다움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다”고 강조했다. 경인미술대전, 한국미술문화대전, 대한민국 회화대상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신동권 화백은 대한민국 회화제 운영위원, 유네스코 주니어 세계 아동화전 총집행위원장, 한국미술대전, 미술과 비평 아트페어 운영위원장 등을 비롯하여 한국미술지도자협회장,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 한국미술추급권협회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신진작가들은 지금 힘들더라도 과거 어렵게 작업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룬 중진, 원로작가들을 생각해 작업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전쟁과 시대적 아픔 때문에 의식주에 치중한 나머지 예술 분야를 등한시하는 풍토와 미술작품이 극소수만의 향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일부 대중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중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우리나라도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처럼 문화선진국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하늘의 태양을 훔쳐 캔버스에 옮김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태양의 열정을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부활시켜준 신동권 화백, 그의 태양은 오늘도 말갛고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그가 우리와 함께 동시대인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까닭이다. 앞으로도 그가 어떠한 작품으로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