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정치적 불신과 고실업, 고인플레 등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발생한 3·15부정선거는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 시기에 이르러 이승만의 강력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교육의 혜택으로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요구하는 근대화된 신지식인이 급속히 증가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민주화 운동의 원류이자, 민주주의가 훼손될 위기에 이를 수호해낸 4·19혁명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4·19혁명과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분명한 역사적 해석과 평가 및 국민통합차원의 화해와 화합은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확립하였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던 이승만과 그 민주주의의 가치가 붕괴될 위험 속에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불의에 맞서 싸웠던 4·19혁명 정신이 현대 대한민국의 역사에 미친 위대한 영향 때문이며,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이승만과 4·19 세대 간의 동질성 회복이 거시적 성찰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통합에 주는 화합의 메시지 때문이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근원적으로 4·19혁명과 이승만은 3·15부정선거로 대표되는 부정적 의미의 연결고리 외에 더 많은 긍정적 의미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한반도 최초의 근대적 자유민주주의 혁명의 출발점은 대한민국 헌법제정과 대한민국 건국이었으며, 그 혁명을 선두에서 리드한 것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승만 정권 말기 자유당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로 훼손당한 자유민주주의를 되살려내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어 낸 것이 바로 4·19혁명임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승만이나, 4·19혁명가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해 온 공통점을 지닌 위대한 인물들인 것이다. 즉 가능한 지역에서만이라도 자유총선을 실시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헌법 질서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 이승만의 건국 노선이었으며, 4·19 혁명가들이 갈망했던 ‘자유와 민주주의’ 역시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대칭성 아닌 연속성(continuum) 속에서 반(反)대한민국 체제 아닌 친(親)대한민국 체제를 지향한 것이었다. 따라서 4·19세대와 이승만은 대의적 측면에서 서로를 반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4·19세대는 이승만의 교육정책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원조로 근근이 버텨야 했던 신생국 대한민국에서 이승만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정책이 바로 교육 분야였다. 이승만은 건국 초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우선순위를 배정하여 6년제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해 한국의 전통교육에서 발견되는 신분주의·차별주의를 배격하고 전 국민에게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민주주의적 교육을 실현시킴으로서 국민 전체에게 교육을 통한 사회적 계층 상승기회가 주어지도록 기여했다. 특히 새로이 강조된 과학·기술교육은 한국인의 뿌리 깊은 유교적 가치관을 합리적·실용주의적 가치관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4·19혁명 이후 우리는 이승만 정권의 업적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금기시되어왔으며, 이러한 현상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 행한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이승만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차원으로 확대되어 이제 그는 ‘민주주의의 반대자인 독재자’, 혹은 ‘반민족적 미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있다. 아무리 이승만이 독립운동가요, 대한민국의 건국의 주역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 확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애국자라는 근거가 명확해도 지금까지 그는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친북·종북좌파는 물론이거니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보수주의 지식인들까지도 이승만의 공로에 대해 평가하기를 꺼려왔다는 사실이다. 이들 지식인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4·19세대이다. 더욱이 이승만 자신은 한번도 4·19혁명을 비난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1960년 4월 26일 경무대로 찾아온 데모학생 대표들에게 불의를 보고도 일어서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나 다름없는데, 젊은이들이 잘 나서 주었다고 칭찬까지 한 후 자진해서 하야성명을 발표음에도 말이다.
  4·19혁명가들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 이미 1963년에 건국훈장을 수여받았고 지금까지도 계속 받고 있으며, 지난 2001년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었다. 이제 4·19혁명의 의미와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일 그동안의 이승만과 4·19세대의 갈등과 반목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헤게모니 투쟁으로 인한 과도한 신념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는 그것을 변화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이는 남남갈등으로 인한 국론분열이 극에 달하고 국가안보의 위기가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시기에 가장 대표적인 애국자라고 하는 4·19세대와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이 화해하지 못한 채 불협화음만 내는 것은 후세들에게 모범이 되지 않으며,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하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4·19혁명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이승만과 4·19세대 간에는 그동안 서로 반목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살펴볼 때 4·19혁명과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확립`발전시켰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편 자유당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로 훼손당할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되살려내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4·19혁명이었다. 따라서 이승만과 4·19는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라는 측면에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4·19세대와 이승만은 대의적 측면에서 서로 갈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4·19 발발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 행한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비난이 이승만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차원으로 집중되어 이제 그는 ‘민주주의의 반대자인 독재자’, 혹은 ‘반민족적 미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이미지로 일반 대중의 인식 속에 굳어져 있다. 물론 그동안의 이승만과 4·19세대의 갈등과 반목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헤게모니 투쟁으로 인한 과도한 신념화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정체성과 안보가 위험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 우리는 이것을 변화시켜가야만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는 이승만과 4·19 세대 간의 화해와 화합이 우리나라의 국민통합에 주는 화합의 메시지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승만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승만은 기존의 왕조정치를 벗어나 비로소 근대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승만이 젊은 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오랜 신념인 자유와 평등에 근거한 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켰으며, 당시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였고, 선거와 의회 제도를 전쟁 속에서도 존속시켰으며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는 등 민주주의 창달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함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승만의 재선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나 3·15부정선거 등에 대한 비판은 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의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시장경제체제를 확립시켜 대한민국의 국가건설을 이루어온 공로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정체성의 뿌리가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친북·종북좌파의 활동의 확대와 남남갈등의 증가로 인한 국론분열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지난 좌파정권 하에 진행되어 온 전교조의 역사관, 국가관의 왜곡으로 미래세대에는 더욱 큰 국가정체성의 혼란과 광범위한 남남갈등의 재생산이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4·19세대와 같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의  원로로서 존경을 받는 이들이 먼저 나서서 그동안의 갈등의 담을 허물고 국민통합적 차원에서 이승만과의 화해와 화합의 자리에 나선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