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 여러 질환으로 인해 실혈이 있거나 혈액 생산에 장애가 있는 경우 수혈이 필요하다. 수혈이 꼭 필요한데 수혈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이 헌혈한 혈액 말고는 사실상 혈액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헌혈혈액의 확보는 무한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한양대 구리병원의 혈액학과 수혈의학을 담당하고 있는 백은정 교수

전 세계적으로 연간 9천만 리터의 혈액이 부족하고, 외과수술을 받으려는 환자의 7%가 혈액부족으로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점차 악화되어, 2030년에는 필요한 혈액량의 반 이상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국내 전망도 나왔다. 인공혈액 혹은 혈액 대체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수백 년 전부터 있었고, 수십 년 전부터 혈색소나 화학물질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들이 진행되었지만, 2년 전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혈액줄기세포 분리해 체외서 혈액 생산하는 연구 진행
한양대학교 의학대학 진단검사의학과의 백은정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혈액학과 수혈의학을 담당하고 있는 백은정 교수는 인체에서 혈액을 만드는 혈액줄기세포를 분리해 체외에서 진짜 혈액을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백은정 교수는 “인공적혈구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 있게 상업화 된다면 일단 당장 부족한 혈액량을 보완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서 “특히 이 혈액은 헌혈된 혈액보다 더 깨끗하며 안전하고, 오래된 피가 섞인 헌혈 혈액보다 갓 만들어진 어린 적혈구로 구성되므로 그 효과도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헌혈된 혈액보다 더 선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지난 4년 간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및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총 15억 5천만원 정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혈액과 관련된 것으로 적혈구 생산 시스템 개발, 배지 개발, 조혈과정 연구 및 조혈과정의 이상을 교정하기 위한 약물개발 등의 내용이다. 작년에만 해외 학회에서 3회의 초청 강연을 하였다. 재생의학이란 책에서 적혈구 생산에 관한 내용을 집필했으며, 최근 전 세계의 인공혈액 제제 연구진들이 모여 집필한 인공혈액 관련 책에도 참여했다. 현재 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6개가 지난 3년간 출원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에 세계 최초로 인간세포만을 이용해 조혈모세포로부터 인간에게 수혈 가능한 임상등급의 적혈구 생산에 성공하였고 수혈 관련 최고 잡지인 Transfusion지에 Highlight in this issue로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기질세포 없이도 임상등급에서 적혈구 생산에 성공해 Transfusion지에 cover article과 표지그림으로 실렸다. 2010년에는 Tissue Engineering지에 세포가 아닌 일반 배양재질의 전하만으로도 적혈구 생산을 유의하게 높일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혔고, 2011년에는 같은 저널에 대량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 혈청/혈장/기질세포를 제거한 상태에서 적혈구의 대량생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또한 생산된 인공혈액을 한 달 간 냉장보관에 성공하여, 헌혈혈액처럼 보관, 보급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2012년에는 골수 내 환경을 체외에서 비슷하게 모방하게 하는 단백질 발굴과 유용한 유전자들을 최초로 밝혔고, 적혈구 전구세포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적혈구를 생산하게 됨을 처음으로 밝혀서 최근 Stem cell research란 저널에 게재되었다. 이 내용을 적용하면 매우 작은 공간에서도 적혈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이 모든 결과들을 적용해 적혈구 체외 대량생산 시스템을 제작 중이다.

인체 혈액생산 시스템을 체외에서 최대한 가깝게 구현
세계적으로 앞으로 수년 내에 인공적혈구가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실 수준의 작은 배양용기에서 소량의 세포를 증식시킨 정도에 불과했고 인체에 수혈가능한 수준의 건강하고 안전한 혈액의 대량 생산의 성공사례는 없었다. 혈액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관문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반적인 세포 배양에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한 부분인 혈청 혹은 혈장을 제거하고 세포를 키우는 것이다. 이것 없이는 세포를 잘 키울 수 없기 때문에 기질세포라고 하는 다른 세포와 함께 키워 혈청효과를 대체하기도 한다. 백은정 교수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체외에서 생산한 소량의 적혈구를 수혈한 연구도 다른 기질세포와 같이 배양해 키운 적혈구였고, 그 기질세포를 키우기 위해 혈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혈장/혈청 및 기질세포를 제거한 환경에서 적혈구를 생산할 수 없다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한데, 이것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연구내용에 의하면 적혈구 한 팩을 만드는데 테니스코트 2개에 해당하는 배양면적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실 대량생산이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 백은정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이것을 획기적으로 줄여 실제 골수와 같이 매우 작은 공간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서 더욱 빠른 시일 안에 인공적혈구의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백은정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개발한 것을 생산시스템에 적용해가면서 인체 내 혈액생산 시스템을 체외에서 최대한 가깝게 구현해 앞으로 적절하고 안전한 혈액이 없어서 치료가 지연되거나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교수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혈액생산과정에 대한 연구는 우리 체내의 골수에서 혈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온갖 병들,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등을 치료하기 위한 기전의 이해 및 이것을 응용한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금 골수이형성증을 교정시키는 약물후보를 이용해 이의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등의 병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