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12년 예산안 국회 심사를 통해 자신의 복지정책 구상을 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예산안 수정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직접 챙길 예산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예산국회”라고 말했다.

▲ 박근혜 국회의원

지금까지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박 전 대표는 내년 정부 예산안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든든학자금대출(ICL) 금리 인하 △청년창업 지원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증액 규모는 최소 1조원에서 3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하는 복지’의 대표 제도 EITC 강화 주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지정책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우선 등록금 부담 완화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일률적인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예산으로 책정한 1조5000억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월 23일 대전에서 “지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등록금(예산)으로 4000억원 정도를 증액했는데 이것도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느 계층까지 얼마나 부담을 완화해줄지 세부적인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ICL 실질금리 0%’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연 4.9%로 물가상승률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대출금리를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연간 130억~200억원만 더 있으면 가능한 얘기라고 한다. 다만 ICL 이자율을 지나치게 낮추면 학자금 대출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전 대표는 청년창업 지원 강화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는 청년 전용 창업자금 2000억원 신설 등 내년 청년창업 예산으로 4953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EITC 강화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도 박 전 대표가 최근 계속해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EITC는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일하는 복지’의 대표적인 제도로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당정은 내년부터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을 무자녀 가정까지 확대하고 최대 지급액도 180만원으로 늘리기로 이미 합의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보다 근본적인 EITC 급여구조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기초수급자 중 생계·주거·교육급여를 3개월 이상 수급하면 근로장려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는 손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미 내년에 5인 미만 시업장에서 주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최저임금 120% 이하를 지급받는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 122만명에 대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 중 3분의 1을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 670억원을 신규로 배정한 상태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이 부분 예산 증액을 원한다면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거나 ‘2분의 1’로 지원 금액을 늘리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생들과  대화

현 정부와 정책적 차별화 노력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외부로는 자신의 정책구상을 대중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당내에서는 내년도의 몇몇 친서민 예산항목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의 요즘 3대 키워드가 ‘정책·소통·예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적어도 정책면에서는 완연히 대권행보에 들어선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모색하는 이 세미나는 그의 정책적 무게를 복지 위주의 분배에서 성장으로 확장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 11월 초 고용복지 모델을 제시한 지 채 한 달도 안돼 과학기술 정책구상을 꺼내든 것은 근래 보기 힘들었던 ‘속도’이다. 굳이 세미나까지 열지 않고 ‘청사진’을 펼쳐 보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제도를 고쳐 과도한 입시경쟁을 탈피하고, 학벌주의를 없애며,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에 따라 자아실현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구상은 두 차례의 대학생 간담회와 강연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한 의원은 “10·26 재보선으로 활동이 앞당겨지면서 이렇게 다니면서 얘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보좌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정책세미나·강연 동영상을 시시각각 올려 외부에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내 마음속의 사진’이라는 대전대 강연 후에는 박 전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인 ‘수첩공주’에 “특강을 들은 학생들의 느낌이 궁금하다”는 글을 올려 300개가 넘는 찬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정책 드라이브’를 현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쇄신 논의가 ‘공천개혁’등 정치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의 정치쇄신 논의에 부정적이다. 이외에도 그로서는 본격적 선거철로 접어들기에 앞서 국정운영능력을 부각시킴으로써 ‘안철수 돌풍’을 어느 정도는 제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