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꿈의 올림픽 무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진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현재 러시아에서 훈련에 한창인 손연재가 보내온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진정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17·세종고)가 러시아 전지훈련을 위해 지난 10월 28일 오후 모스크바로 출국했다. 이날 손연재 선수는 “러시아로 돌아가 내년 시즌에 연기할 새 프로그램 수정과 보완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프로그램의 난이도를 높여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 올림픽 목표 메달로 상향 조정
손연재 선수는 9월 25일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 개인종합 11위에 오르며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는 1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성적 32위에 비해 무려 21계단이나 도약하며 급성장된 기량을 선보인 셈.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고 러시아로 향한 손연재는 당초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상향 조정해 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돌입한다. 현재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8개월 앞두고 러시아에서 전담 코치 옐레나 리표르도바와 함께 하루 8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손연재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 러시아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작년에 처음 갔을 때는 외롭고 적응도 잘 안됐는데, 몇 주 지나다 보니 러시아 체질로 다 바뀐 것 같아요. 오히려 코치님이나 러시아 관계자들이 저에게 러시아 체질이냐고 말할 정도니까요. 때로는 외롭기도 하지만 훈련하고 쉬고 규칙적인 생활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내는데, 부모님이나 한국이 가장 그리울 때는?
훈련이 너무 힘들거나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요. 야간 훈련까지 끝나면 밤 9시~10시가 넘을 때도 있는데, 그때 숙소로 혼자가면 부모님이 많이 그리워요. 또, 떡볶이나 맛있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도 그립고요.  

- 2112년 런던올림픽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모든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엄청난 영광이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해 올 한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올해 도전 목표였던 올림픽의 꿈이 이루어졌으니 그 기쁨은 정말 말할 수 없죠. 그리고 올림픽은 저에게 또 다른 도전이자 꿈이에요. 그래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제가 처음 서보는 큰 무대인만큼 최선을 다하려고요.

- 12월말 귀국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직 뭘 할지는 결정 못했어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 ‘리듬체조의 김연아’
리듬체조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으로 올림픽 때가 아니면 국내외 대회를 접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손연재의 인기는 국내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갈라쇼를 개최할 정도로 매우 높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얼짱’으로 통하는 손연재는 작은 얼굴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가늘고 긴 가녀린 몸매로 팬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리듬체조의 김연아’, ‘체조 요정’ 등으로 불리고 있다.

- 지금처럼 유명세를 치를 줄 예상했나? 또, ‘체조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마음에 드는지.
저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실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깜짝 놀랄 때도 많고요. 리듬체조라는 비인기 종목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체조요정’이라는 수식어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예쁘잖아요.

- 김연아, 박태환 선수와 친분이 있는데, 내게 어떤 존재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말 대단한 선수들인 것 같아요. 저도 언니 오빠처럼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 자신이 생각하는 라이벌과 롤모델이 있다면?         
라이벌은 잘 모르겠고, 롤모델은 러시아에서 같이 운동하는 예브게이나 카나예바라는 선수에요. 난도와 표현력, 정신력 모두 본 받을만한 선수죠. 은퇴한 선수 중에는 ‘표현력의 여제’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안나 베소노바 선수를 좋아해요. 어떤 퍼포먼스든지 관객을 매료시키거든요.

◇ 17세 소녀 손연재를 말하다
우리나라에서 17세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대학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쉽게 예상되는 모습이다. 리듬체조라는 꿈을 안고 살아온 손연재는 17세 여고생으로서의 평범한 삶과는 분명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대회 기간 때 먹는 ‘지옥의 식단’이 공개되면서 팬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손연재는 아침엔 샐러드, 요구르트, 과일로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닭가슴살이나 생선, 과일을 먹는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또, 리듬체조에서는 긴 손톱, 매니큐어, 반지는 금기사항이라고.

-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기 힘들 것 같은데, 성적 관리는 어떻게 하나?
1년 중 10개월 정도는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해서 솔직히 학업을 동시에 완벽하게 병행하는 것은 어렵죠. 그래도 러시아어와 영어를 배우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이상형에 가까운 연예인을 뽑는다면?
남자찬구는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 없어요. 연예인은 멋진 분들이 너무 많은데, 굳이 뽑자면 비스트요. 런던올림픽 후에는 비스트 콘서트에 꼭 가고 싶어요.

- ‘지옥의 식단’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식욕을 억제하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식욕을 억제하려고 하면 더 생각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안 먹는다고 생각하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 그나마 덜 하죠. 좋아하는 음식은 많은데, 러시아 전지훈련이나 배고플 때 먹고 싶은 건 피자, 자장면, 떡볶이에요. 모두 다 먹지는 못해요.    

◇ 리듬체조는 내 운명
5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2005년 전국소년체전 리듬체조 여자 초등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또, 2009년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에서 한국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으로 3종목 정상에 올라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고 1이던 지난해 4월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으며,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어 지난 10월 10일 경기도 김포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 92회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경기에서 후프, 볼, 리본, 곤봉 네 종목 합계 109.1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작년에 이어 전국체전 2연패 달성했다.

- 리듬체조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
아주 오래전에 잠깐 후회해서 그만둔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정도 리듬체조를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리듬체조 연습장이더라고요. ‘아,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고, 그 후부터는 이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즐기려고 노력중이에요.  
-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매 순간 힘들 때도 있으니까요. 대회 전 훈련할 때 허리나 발목이 아파도 참고 시합을 뛸 때, 생각한 것만큼 성적이 안 나왔을 때 그럴 때 많이 힘들죠. 기뻤던 순간은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 이번에 올림픽 진출권을 딴 것이에요. 가장 기쁜 순간은 항상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리듬체조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최종 목표는?
저는 현재 진행형인 선수라고 생각해요. 최종 목표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꿈은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거예요. 최종 목표를 정해 놓기에는 아직 제가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요.              

- 내게 리듬체조란?
리듬체조는 선수마다 다들 각기 개성이 있고 다른 연기와 음악, 안무가 함께 조화되어 있어요. 스포츠이지만 예술적 아름다움에도 가까운 것 같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 스포츠 종목의 기본바탕이 될 수 있고, 인간의 신체를 어느 한계치까지 사용 가능한지 볼 수 있는 게 체조에요. 그러니까 우리 몸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예술적으로도 승화할 수 있는 스포츠인 거죠. 이렇게 매력 많은 리듬체조를 한 것이 자랑스러워요. MN (사진제공 IB스포츠, 프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