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홍승일은 초창기에 사물을 왜곡하거나 축소하거나 재해석하지 않고 물성(物性) 그 자체를 자신의 작업에 도입했다. 그는 집요하게 건축용 판넬이란 오브제(objet) 그것도 공사 현장에서 쓰다버린 합판 판넬에 유독 집착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공간의 축조와 배치, 그로 인하여 재구성된 디멘죤 (Dimension)에 천착하고 있었다.

▲ 작가 홍승일은 초창기에 사물을 왜곡하거나 축소하거나 재해석하지 않고 물성(物性) 그 자체를 자신의 작업에 도입했다.

작가 홍승일은 작품설치가 시작되는 날이면 작품의 설치 장소 확보에 대한 유별난 욕심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오브제와 오브제의 결합으로 축조하는 설치의 형상보다는 벽을 막기, 바닥에 깔기, 공간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을 차단하기 같은 생뚱맞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최근 인사동과 역삼동 서초동의 화랑을 돌며 전시를 강행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은 그의 작품이 벽에 걸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평면작업을 선택함으로서 전통적인 화랑들에서의 전시가 가능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가 일관해왔던 설치 작업에서의 일탈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집착하던 오브제로서 판넬 작업의 종언(終焉)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 홍승일이 재현한 것은 실제 벽이 아니라 벽을 모방한, 의사벽이다. 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회화와 조각적 공정으로 마감된 표면에 포토샵 처리된 사진이미지를 프린트하고 그 위에 그리는 작업을 통하여 실재 벽처럼 느껴지고 부감될 뿐이다.

환영적 요소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촉각적 벽이기도 하다. 거칠고 굴곡심한 시멘트 벽면을 더듬고 싶은 충동을 눈에 달아주고있다. 작가는 화면(판넬)에 핸디코트를 곱게 발라 시멘트벽과 같은 느낌, 질감을 만든다. 붓질이 아니라 흙손으로 흡사 실제 시멘트를 바르듯이 표면에 납작하게 도포 한 후 사진 이미지를 얹혀놓았다. 작가는 그렇게 삭막한 불임의 단호한 벽안으로 들어가고 상처(깨지고 갈라진 선)를 봉합하고 있다. 그것은 다분히 치유적인 차원이자 시멘트로 대변되는 자신의 삶의 환경과 주변을 인간적인 정서로 흡입해내려는 모종의 마음을 감지시킨다.

▲ 홍승일 빛과 물의 흔적 116 × 39cm Mixed Media 201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홍승일은 지금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META-VOX전,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전, 한국현대미술 90년대 작가전, 한국 현대 청년작가전, 공간의 반란, ART  KARLSRUHE 2011, Passion & Creative, 소울아트스페이스 6주년 개관기념 기획 초대전 등을 비롯하여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현재 서울예술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NM